지역에서 본 세상

촛불 참회문을 보니 콜라가 떠올랐다

김훤주 2008. 7. 8.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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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말고 펩시콜라도 칠성도 일화도 다 그렇겠습니다만, 저는 한 때 이들 음료수 회사들이 콜라 따위에 값을 매기는 기준이 무엇인지 몰라 당황스러워했던 적이 있습니다.

코카콜라의 가격 정책

이를테면 이렇습니다. 코카콜라 1500㎖는 1500원 합니다. 물론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싸게 팔 때가 훨씬 많지만 7일 인터넷 G마켓을 기준으로 삼으면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390㎖와 500㎖ 들이는 제각각 660원과 810원이고 코카콜라 1000㎖는 1060원입니다. 광고비와 운송비와 병(뚜껑 포함)값과 안에 든 음료수 제조비까지 쳐서 그럴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작을수록 값이 적게 치이겠다고 짐작이 되지만, 계산하기 쉽도록 광고비와 운송비와 병값이 크기와 상관없이 똑같다(이를테면 200원이라 합시다.)고 가정하면 이런 방정식이 나옵니다.

          390x+200= 660……①
          500x+200= 810……②
        1000x+200=1060……③
        1500x+200=1500……④

이 때 x의 값은 똑같아야 합니다. 방정식이니까요. 그리고 고추장이나 된장 같은 물건은 거의 같게 나옵니다. 그러나 코카콜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①에서는 ㎖당 1.18원쯤 되고 ②에서는 x의 값이 1.22원으로 나옵니다. ③에서는 딱 0.86원이 나오고, ④의 경우는 0.86원을 조금 웃도는 수치가 나옵니다.

(정확한 계산은 아닙니다. 클수록 단가가 낮아진다는 경향성을 보여줄 뿐입니다. 그리고 1500㎖은 이보다 더 싸게 팔리는 현실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방정식을 풀어 보면서, 아마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여길 대중 소비 심리를 활용해, 더 많이 팔아보려는 가격 정책 아닐까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울러, 값을 매기는 데에도 이토록 치밀한 계산을 깔아 놓는 독점자본‘들’의 의지에 새삼 놀라며, 나만큼은 콜라 따위 사지 말고 사더라도 무턱대고 큰 놈에 손대는 짓은 말아야지 다짐을 했었습니다.

촛불을 위한 108 참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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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4일 서울광장에서 치러진 스님들 시국법회 소개 홍보물에 나와 있는 ‘촛불을 위한 생명과 평화의 108 참회문’을 읽은 다음에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대통령 이명박이나를 비롯한 다른 대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로 눈길이 돌려지기도 했습니다.

근본을 돌이켜 보도록(성찰 또는 반성) 만드는 구절들이 많았습니다. 이를테면 “산다는 것은 다른 생명에 기대고 빚지는 일”이라든지 “바른 말을 해야 할 때 바른 말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거짓말”이라는 따위가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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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를 때린 구절은 물론 따로 있습니다. “‘돈’을 유일신으로 섬기는 세상의 그늘이 넓고 짙어지는 데도 나만 그것에서 벗어나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온 허물을 참회하며 일흔세 번째 절을 올립니다.”가 그것입니다.

나만이라도 안 하면 되지 하던 제 머리가 이 한 마디에 깨졌습니다. 여기에 비춰보면, 코카콜라의 가격정책은 바로 “‘돈’을 유일신으로 섬기는 일”이고 그렇다면 나만 벗어나고 말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랑 같이 벗어나야 합당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깨지고 보니, 다른 구절까지 돌이켜졌습니다. 서른아홉 번째-덜 버리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생산임을 알지 못한 허물, 마흔 번째-덜 먹는 것이야말로 땅을 사랑하는 일임을 알지 못한 허물, 마흔한 번째 참회-내 몫이 작아질까봐 전전긍긍해 한 허물 등등입니다.

푼돈을 조금만 더 보태면 더 많은 콜라를 소유할 수 있다는 이 유혹에 넘어가면 카페인 중독이 좀더 심해집니다. 다른 사람은 싸게 더 많이 사는데도 나만 ‘멍청하게’ 비싸게 더 적게 장만한다면 내 몫이 적어지는 셈이 됩니다.

혼자만이 아니라 다 함께 하자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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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순환의 첫 고리가 바로 코카콜라 들의 가격정책입니다. 많이 사면 더 많이 마시고 더 많이 버리게 됩니다. 참회문에 나오는 표현 그대로, 참다운 생산을 그만큼 더 갉아먹고 또 땅을 사랑하는 일을 그만큼 더 적게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꼴입니다.

마흔세 번째 참회 말씀도 있습니다. “강자의 횡포에 침묵하고도 인내했노라고 스스로를 속인 허물을 참회하며…….” 사실은 귀찮고 힘드니까 강자(여기서는 코카콜라)의 횡포에 맞서지 못했으면서도, 스스로에게는 인내한 결과일 뿐이라 자위하면 절대 안 된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콜라 따위가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콜라 따위는 지금도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버리게 만드는 콜라 회사 가격정책이 여전히 잘 먹혀들고 있습니다.

사실이 이러한데, 그렇다면, 나중에 자기가 허물을 지었다면서 참회를 하지 않으려면 지금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바는 과연 무엇일까요? 어쨌거나 저는, 근본을 한 번 더 돌아보게 해 준 이 참회문이 참 고맙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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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레이몽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세계화 아이콘 코카콜라의 숨겨진 이야기들 <코카콜라 게이트>는 코카콜라 신화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파헤치는 책이다. 1886년에 애틀랜타의 약제사 존 펨버튼이 '신비의 제조법'으로 코카콜라를 발명한 이후, 코카콜라는 열정적인 지도자와 마케팅 천재들의 손을 거쳐 전 세계에서 1초마다 7,000병이 판매되는 파워 브랜드로 성장하였다. 코카콜라의 경영 스토리는 오늘날 초국적 기업의 표본이 되었다. 이 책은 초국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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