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간첩등록증' 인쇄잘못 내막은 이랬다

기록하는 사람 2008. 7. 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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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어느 기관에서 붙였는지도 불분명한 '간첩 등 식별 및 신고요령'이라는 안내문이 마산역에 붙어있는 걸 보고 포스팅을 했었습니다. (간첩등록증 갖고 있는 분 보셨나요? http://2kim.idomin.com/260 ) 어처구니 없는 내용이어서인지 약 7500여 명이 읽으셨더군요.

안내문 중 '위조 또는 타인 명의 간첩등록증을 소지하거나 발급받고자
기도하는 사람'을 간첩이라고 한 부분이 황당했었죠.

세상에 간첩이 간첩등록증을 갖고 다닌다니...

그래서 이런 안내문을 어디서 붙였는지 추적을 해봤습니다. 후배기자에게 알아보라고 했더니, 국정원과 경찰 등이 좀 시끄러웠다더군요. 그런데, 알고 보니 '주범'은 행정안전부였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간첩등록증' 단어 보이시죠?


행정안전부에서 국정원과 함께 6월 23일부터 7월 2일까지를 '국민안보의식 집중홍보기간'으로 정하고, 이 안내문을 각 광역 시도에 내려보냈다는군요. 그런데, 경남도청에서는 '주민등록증'이 '간첩등록증'으로 오기된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행안부에서 받은 공문을 그대로 각 시군에 또 내려보냈답니다.

각 시군에서도 아무 생각없이 받은 공문 그대로 인쇄소에 인쇄를 의뢰했고, 인쇄소는 받은 원고대로 인쇄를 하여 터미널과 역 등 공중이용시설에 부착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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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역에 붙어있는 안내문.


경남에서는 20개 시군 중 진해시 한 곳에서만 "이 문구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문의가 왔다고 하더군요. 거긴 고쳐서 인쇄를 했답니다. 나머지 시군은 모두 '간첩등록증을 소지한 자가 간첩'이라는 황당한 문구대로 인쇄돼 부착이 됐죠.

하지만, 다시 수거하여 재인쇄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이미 부착기간이 지났기 때문이죠. 오늘(7월 2일)까지니까요.

느닷없이 '국민안보의식 집중홍보기간'을 설정하는 것도 그렇고, 어느 기관에서 붙였는지 기관명도 없는 정체불명의 안내문도 황당했는데, 어쨌든 내막은 이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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