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펼침막 보내기 성금 공개 모집을 해봤더니

김훤주 2008. 7. 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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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는 그동안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펼침막 보내기 운동과, 그 보내기를 위한 성금 모으기를 병행해 왔습니다.

펼침막 보내기는 일단 확보된 물량이 허용하는 데까지 이어가되, 공개적으로 성금을 모으는 일은 이 즈음에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펼침막 보내기와 성금 모으기는 저희에게 커다란 감동과 보람,그리고 금전 부담을 동시에 안겨줬습니다.

1. 펼침막을 신청해 주신 모든 분께

‘우리 집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합니다’ 펼침막을 신청해 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펼침막 보내기를 한 결과 7월 1일 현재 960만원 적자가 났지만, 이는 저희 잘못입니다.

무심하게 하신 분도 없진 않으시겠지만, 대부분은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반대’라는 의사 표현을 위해 절실한 심정으로 신청해 주셨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 ‘광우병 국면’이 예전 어떤 사태와도 다르다고 저는 봅니다. 그것은 바로 아이 키우는 어머니, 달리 말하자면 살림을 맡아 하는 주부들이, 한 주체로 나섰다는 점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합니다. 광우병 위험 쇠고기가 수입이 되면, 키우는 아이랑 돌보는 남편이 바로 위험해지는데 어떻게 그이들이 가만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주부-어머니들 가운데에는, 촛불집회 현장에 나가시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분도 많습니다.

성격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 나가본 경험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아이가 너무 어리다든지 아니면 홑몸이 아니라든지 하는 까닭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주부-어머니들이 신청을 많이 하셨습니다. 저희를 통해 나간 펼침막 4800장 가운데 적어도 4500장은 이처럼 ‘뜻은 있어도 몸은 함께할 수 없는’ 분들에게 갔다고 저는 봅니다.

저희가 나름대로나마 보람을 느끼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반대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해 속이 타고 애가 끓는 분들에게 그 표현 수단을 제공했다는 점입니다.

2. 성금이나 청원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께

저희가 벌인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펼침막 보내기에 성금을 주시거나 다음 아고라 모금 청원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1000원을 성금으로 입금하시고 조금밖에 못 보내 미안하다는 메모를 남기신 분, 1488원-제가 보기에는 통장에 있는 잔금 전액을 보내신 분, 정말 고맙습니다.

아울러 펼침막 보내기를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희 모자라는 경남도민일보를 추어주신 모든 분과 좋은 일 한다고 노조 지부를 칭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큰 절 올립니다.

아무 말 없이 그냥 쳐다보다가 싱긋 웃으며 돈을 찔러주신 전교조 선생님들, 조중동 불법 경품 신고 포상금을 받아 절반 넘게 성금으로 주신 우리 독자님, 너무 고맙습니다.

이름도 적지 않으시고 5만원, 6만원, 6만5000원 8만원, 10만원, 20만원, 30만원 성금을 통장으로 보내신 숱한 분들께도 엎드려 큰 절 올립니다.

이런 큰 금액을 통장에서 볼 때면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아마도 살림이 넉넉해서라기보다는, 저희들 성금 마련 발버둥이 안타까워서 돈을 주셨을 것입니다.

안타까움의 뿌리는 바로,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하면 안 된다는 절절한 심정을, 펼침막으로나마 담아내고자 하는 주부-어머니들이 본인 말고도 전국 곳곳에 엄청나게 많다는 공감(共感)이었으리라 짐작합니다.

저희는 이런 뜻이 아롱져 있는 은행 통장들을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오래오래 보관하겠습니다. 틈 날 때마다 꺼내보고, 흐트러지려 할 때마다 저희를 스스로 추스르는 힘으로 삼겠습니다.

다음 아고라 모금 청원에 함께해 주신 600명 선생님들도 가슴에 새겨두겠습니다. 서명하신 인터넷 화면을 잘 갈무리해서 컴퓨터에 담아두고 자주 자꾸 꺼내 보겠습니다.(모금 자체는 다음 아고라에서 선정이 안 돼 못했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모금 대상에 선정되지 않았음을 알리는 화면. 아래 빨간색 밑줄은 제 딸이 쳤습니다.

3. 가슴 아리게 만드는 댓글들

서명을 하시면서 달아주신 이런 댓글을 보면, 제가 이러면 안 되는데도, 코가 막혀오고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잘해 왔는지 돌아보기도 하고, 잘해 나가야지 서슬을 세우기도 합니다.

“마음이 뭉클한 일을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서명합니다.”
 
“주붑니다. 몸이 아파 외출을 못하고 있습니다. 꼭 성공하시길 빕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해주세요.”

“서명합니다. 임신한 우리 집사람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서명합니다. 저희 집 베란다 걸었는데요, 괜히 제 어깨가 당당합니다.”

“이 청원에 동의합니다. 꼭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아파트 베란다에 걸린 걸개만 봐도 가슴이 뜨겁습니다.”

“펼침막아 힘차게 펄럭여라~~”
 
“서명합니다. 저도 열 장 구입해서 주변 분들과 나누었는데요. 친절한 전화와 배송 감사하구요. 힘내세요.~”

“마음은 촛불문화제 자리를 향하지만 게으름(?)을 핑계 삼아 이렇게나마 힘을 보탭니다.”

“좋은 일 하시는 분들이 피해를 입으시면 안 되죠. 화이팅입니다!”

“서명합니다. 좋은 일 하시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거 또 정치적 의도 있다고 모금 안 된다고 하면 어쩌지. 어쨌든 서명!”

“휴 서명합니다. 저희는 신랑과 제가 의견이 달라서 이런 것도 못 달아봅니다. 정말. 답답.”

“서명합니다.~ 경남도민일보지부 멋져요.~ 지부장님, 조합원 여러분 정말 멋지십니다!!~”

“어떡해! 사랑하는 도민일보!!! 제발 도울 수 있게 해주세요!”

“서명합니다. 개념 있는 기사를 내시는 언론이 힘들게 나둘 수는 없습니다. 파이팅.~~~”
 
“경남도민일보……. 참 좋은 기자 분들. 서명합니다.”

“여기 서명하려고 그동안 안 해온 실명인증(본인확인)을 했습니다. 힘내세요.~ 서명합니다. 꾸욱.”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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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지역신문 기자의 고민과 삶을 담은 책. 20여 년간 지역신문기자로 살아온 저자가 지역신문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기자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풀어낸다. 이를 통해 서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지역신문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촌지, 살롱이 되어버린 기자실, 왜곡보도, 선거보도 등 대한민국 언론의 잘못된 취재관행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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