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삼천포대교 볼거리는 유채꽃만이 아니다

김훤주 2014. 4. 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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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창원교통방송 원고로 썼던 글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말미암아 방송이 취소됐습니다. 그렇습니다. 한가하게 노다니는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대도 되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한 주일이 지났어도 여전히 그러합니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정보일 수도 있겠다 싶기는 합니다만. 창선삼천포대교를 거니면서 누릴 수 있는 섬 바다 바람 유채꽃 들에 대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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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참사가 터져 정말 드릴 말씀이 없을 지경입니다. 지금은 차분하게 마음을 추스르고 놀란 심정을 다스리면서 채 피지도 못한 채 숨져간 어린 청소년들과 승객들, 그리고 그 부모 일가 친척 여러분을 위해 뜻을 모으고 힘을 모아 위로해야 마땅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일상을 마냥 접어둘 수만은 없는 일, 이런저런 사유 또는 희망으로 길을 나서더라도 말과 생각과 행동을 삼가고 또 삼가야 하겠습니다. 오늘은 창선삼천포대교를 소개하겠습니다.

 

이곳도 이번 주말에 유채꽃축제를 벌이는 창녕 남지와 마찬가지로 유채꽃이 유명하지만, 굳이 이번 주말에 꼭 가봐야지 하고 마음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 주말이나 다음다음 주말에 가셔도 유채꽃은 충분히 볼 수 있고 바람 또한 마찬가지로 싱그러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창선·삼천포대교는 부두 옆에 있습니다. 부두에서 5분 정도 걸으면 이 다리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가는 길목 여기저기에는 생선을 말려 파는 노점상과 가게들, 무슨 수산 또는 무슨 무역 업체들과 수산업협동조합의 냉동창고들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아주 활기가 넘쳐나는 시장 풍경입니다.

 

 

대교 들머리에는 밥집이 여럿 있습니다. 때 맞춰서 여기서 먼저 점심을 먹고 출발하는 편이 낫습니다. 아니면 김밥 같은 먹을거리를 미리 준비하셔도 좋습니다.

 

창선·삼천포대교는 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 넷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나들이는 끝까지 가지 않습니다. 늑도대교까지 다리 세 개를 걷는데요, 3km정도 됩니다. 왕복 6km를 걸어서 오간다 해도 모두 두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대신 늑도에 들어가 마을과 바다를 훑어본 다음 초양휴게소로 돌아나와 바다와 섬을 맛보는 보람이 있습니다. 4월과 5월이면 삼천포대교를 따라 관광버스들이 쉴 새 없이 오갑니다. 버스를 타고 가면 정형화된 풍경밖에 볼 수 없겠지만 이렇게 걸으면 시원한 바람, 봄 햇살에 젖은 물빛, 바닷가 갯내음까지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다리들에는 걸을 수 있는 길까지 확보돼 있습니다. 늑도로 갈 때는 오른편이 좋고 돌아서 초양휴게소로 향할 때는 반대편 길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섬과 바다 풍경을 늘씬하게 잘 생긴 다리 위에서 골고루 누릴 수 있습니다.

 

 

유채꽃은 아름답습니다. 유채꽃 자체보다 어른 아이 남자 여자 구분 없이 그 꽃밭에 들어가 노니는 정감 넘치는 모습이 더욱 좋을 수도 있습니다. 초양섬과 늑도섬의 유채꽃을 지나 가면 늑도 마을을 나타납니다.

 

뒤쪽 오솔길을 따라 비탈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을 지나면 조그만 바다가 열립니다. 오후에 가시면 앞바다에 떨어져 부서지는 햇살이 볼만합니다. 캥거루 뛰어오르는 뒷다리처럼 힘차게 뻗어나가는 창선대교가 위로 보이는데요, 그러고 있다가 돌아나오면서는 마을 앞쪽과 고기잡이 항구를 둘러봅니다.

 

거기 한 가정집 유리창에 비친 늑도어항.

 

이렇게 늑도를 둘러본 다음에는 초양 휴게소로 되짚어갑니다. 이렇게 걸어가시면 학섬이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풍경으로 꽤 그럴 듯합니다. 다리 위에서 보면 바다 여기저기에 낯선 구조물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죽방렴이라고 멸치를 몰아잡는 시설들입니다.

 

예전에는 대나무로 만들었지만 요즘은 H빔 같은 철물로 만듭니다. 죽방렴은 대체로 조류가 흘러오는 쪽을 향해 열려 있습니다. 멸치도 조류 흐름을 타기 때문입니다.

 

초양도 어항.

가만 가늠해 보면 보통 사람들 눈에도 조류가 보입니다. 조류로 흐르는 물은 그렇지 않은 물과 색깔이 구분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초양휴게소에 가시면 전망대가 마련돼 있습니다. 예서 눈맛을 누리시다가 삼천포부두로 걸어 나오셔도 좋고, 아니면 정류소에서 창선서 삼천포 나오는 시내버스를 타셔도 됩니다.

 

삼천포까지 자가용 자동차로 가셔도 됩니다만, 저는 시외버스를 권합니다. 마산 합성동 터미널에서 삼천포행 버스는 아침 6시 30분부터 40분~1시간 간격으로 있고, 또 삼천포터미널 맞은편 정류장에서는 모든 시내버스가 삼천포부두로 가기 때문입니다. 터미널과 부두는 거리도 무척 가깝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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