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자연경관 좋고 역사문화까지 풍성한 거제

김훤주 2014. 4. 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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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경남도민 생태·역사기행 ①거제

 

경남람사르환경재단은 2008년 람사르협약 제10차 당사국 총회가 경남에서 열린 사실을 기념해 만들어졌습니다. 습지와 생태계의 보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리기 위해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경남도민 생태·역사기행인데, 사람들이 누리는 자연과 문화·역사가 습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널리 알리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경남풀뿌리환경교육센터에서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와 함께 맡아 하기로는 올해가 3년째랍니다. 해딴에는 경남도민일보의 자회사이기도 합니다.

 

생태·역사기행 2014년 첫 나들이는 3월 19일 거제로 갔습니다. 거제는 빼어난 자연경관 때문에 역사·문화 따위는 사람들에게 별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또 거제의 역사·문화라 하면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 관련이 전부인 줄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거제 기성관.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거제면 소재지에 모여 있는 옛 건물들을 둘러보면, 거제도 뿌리가 어지간히 깊은 그런 고장임을 잘 알 수 있는 것입니다. 50명 일행이 가장 먼저 찾은 데는 거제향교였습니다. 향교는 알려진 대로 고려·조선 시대 공식 교육기관입니다. 지금으로 치자면 공립 중·고등학교에 해당된답니다.

 

향교는 교육 기능에 더해 선현에 대한 제사 기능, 일반 주민에 대한 풍속 교화 기능까지 함께해야 했습니다. 거제향교는 아주 큰 편입니다. 경남에서는 사천향교와 더불어 가장 크다고 손꼽히는데, 전체 공간도 너르답니다.

 

거제향교.

 

앞쪽 명륜당은 공부하는 공간이고 뒤쪽 대성전은 제사지내는 공간입니다. 다른 지역 향교들은 보면 명륜당이 낮은 데 있고 대성전이 높은 데 있지만, 거제향교는 그냥 평지에 앞뒤로 나란히 있습니다.

 

더욱 멋진 건물은 거제면사무소 바로 옆에 있는 기성관입니다. 임금 궐패를 모시던 객사로 고을의 중심 건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면이 모두 아홉 칸으로 경남서는 통영 세병관,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 다음으로 네 번째로 큰 목조건축물이라 합니다.

 

 

 

가운데 3칸은 지붕 옆면을 맞배지붕으로 살짝 높였고, 양쪽 3칸은 낮추어 옆면을 팔작지붕으로 마감했습니다. 단조롭지 않게 하고 생동감도 주면서 한가운데 모셨던 임금 궐패를 높이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합니다.

 

바로 앞 질청은 관아에 딸린 건물로 행정실 또는 도서관 구실을 하면서 고을 수령이나 관리 자제들이 여기서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ㄷ'자 형태로 양날개에 살림방을 두고 가운데에는 대청이 널찍합니다. 사람들은 여기 마루에 앉아 뜨락에 심긴 나무들을 무심하게 쳐다봤습니다.

 

거제질청에서.

 

 

그러나 이런 것보다 거제초등학교 본관이 더욱 돋보입니다. 다른 많은 지역도 그러했겠지만, 6·25 한국전쟁은 거제도를 피해가지 않았던 모양이지요. 1907년 세워진 거제초등학교는 망가졌을 테고, 1953년 휴전이 성립된 뒤 거제 주민들이 뜻을 한데 모아 지금 건물을 지었다고 합니다.

 

 

거제초등학교.

 

보통 초등학교에서는 느낄 수 없고 볼 수도 없는 그런 힘과 멋이 풍겨져 나옵니다. 서양식 석조 건물 외양이 뿜어내는 것이 여길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지역 교육을 위해 힘을 모으고 뜻을 보탠 이 지역 사람들의 소중한 마음씀이 더욱 고마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습니다. 거제장터 풍경.

 

학동해수욕장 부산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 바로 신선대·바람의 언덕으로 옮겨갔습니다. 해금강 들머리 이쪽 비탈과 저쪽 해안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없습니다. 신선대는 그래도 몽돌이 있고 모래도 깔려 있지만 바람의 언덕은 온통 바위로만 해안선이 이뤄져 있습니다.

 

바람의 언덕.

 

바람의 언덕은 사철 가리지 않고 바람이 불어대지만 신선대는 바람이 잦아들어 무턱대고 앉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바람의 언덕에서는 바다가 광활하게 펼쳐지고, 신선대에서는 바위와 몽돌 해안이 잔잔하게 펼쳐집니다.

 

바람의 언덕 풍차 있는 데.

 

바람의 언덕 동백숲에서.

 

 

일행은 바람의 언덕에서 봄기운을 바람으로 한껏 맞아들인 뒤 신선대로 몰려가 고즈넉하게 좌우로 펼쳐져 나가는 바다 분위기를 즐겼습니다. 그 가운데 몇몇은 쑥이나 냉이나 달래 같은 봄나물을 캐기도 했고요.

 

신선대.

 

바람의 언덕에서 가장 멋진 데는 동백숲이었습니다. 아래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면 피어나 매달렸거나 떨어져 바닥에 있는 동백꽃들을 잘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가운데 산책로를 따라 스쳐지나가 버리고 말지만 몇몇 알뜰한 사람들은 동백 숲 속으로 들어가 이 모든 것을 누리고 즐깁니다.

 

동백숲에서는 동백꽃도 잘 보이지만 바깥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랑 파도랑도 아주 느낌이 좋게 다가옵니다. 동백 숲이 내려주는 그늘도 좋고, 그 덕분에 사람들 말소리가 한 칸 더 멀리에서 들리는 것도 속세를 벗어난 듯하게 만들어준다.

 

이제 마지막입니다. 홍포 바닷가길이지요. 홍포에서 홍(虹)은 무지개를 뜻합니다. 무지개처럼 여러 빛깔이 어우러져 아롱대는 동네라고 봐야 맞습니다.

 

홍포 바닷가.

 

하늘에서 해가 뉘엿뉘엿 기울 즈음이면, 바다와 바닷물과 바닷물이 튕겨내는 햇살과, 바닷물이 품어안는 햇살 등등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황금빛에서 선홍빛까지 여러 색깔로 빛이 난답니다. 여기에 더해 물안개까지 더해지면 바다가 통째로 자수정처럼 자주·보라로 물들기도 합니다.

 

일행은 여차로 이어지는 도로 포장된 끄트머리에서 마을로 돌아나오는 길을 걸었습니다. 바람이 시원했고 풍경은 멋들어졌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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