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홍준표의 거짓말, 배한성의 창원시장 출마

김훤주 2014. 2.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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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는 2012년 보궐선거 당선 직후인 12월 27일 “토호 세력과 확실하게 거리를 두겠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토호(土豪)란 힘깨나 쓰는 토착 세력을 일컫는데 많은 경우 좋지 않은 뜻으로 쓰입니다.

 

홍준표 지사는 뒤이어 “(한나라)당 대표할 때 대기업 회장들과도 만나지 않았는데, 지역 토호들과 만날 일이 뭐 있겠느냐”고 덧붙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거짓말이었습니다. 아니면 최소한 ‘헛소리’였습니다.

 

1. 토호 세력과 거리를 두겠다고?

 

 

경남도민일보 사진.

옛 창원 지역 토착 비리 세력의 대표격으로 부정을 저질러 한 때 창원시장 자리에 있었던 배한성을 2013년 6월 7일 경남개발공사 사장으로 임명했기 때문입니다. 임기가 1년 넘게 남아 있던 당시 사장(김은종)에 대해 표적 논란을 일으키며 감사를 벌인 끝에 몰아내고 배한성 선수를 앉혔습니다.

 

배한성은 앞서 보궐선거 홍준표 선거대책본부에서 자문위원을 맡았었습니다. 이른바 ‘개발’과 관련한 전문성도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창원시 근무 당시 택지 조성과 분양 등 개발 사업을 추진한’ 정도뿐이랍니다.

 

그런데 옛 창원 지역 원주민과 토호들에 대한 영향력은 대단하다고 합니다. 홍준표 선거운동을 도왔다는 ‘대호산악회’, 옛 창원 원주민 모임 ‘삼원회’, 창원시발전협의회 등에서 전직·현직 회장이라는 경남도민일보 보도(2013년 6월 10일치)까지 있었을 정도입니다.

 

2. 본인 동생 아내 모두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이런 배한성 선수가 2월 5일 창원시장 선거에 후보로 나가겠다고 나섰습니다. 지방선거에 후보로 나설 생각을 하면서도 어떻게 경남개발공사 사장을 넙죽 맡았는지 저로서는 참 황당합니다. 당시 김은종 사장을 그대로 뒀다면 어쨌든 1년 남짓 남은 임기는 채울 텐데 배한성이 들어서 여덟 달만에 사장 자리가 공석이 됐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배한성 선수는 옛 창원 지역 토착 비리 세력 가운데서도 대표로 꼽힐만합니다. 이는 배한성 선수가 5일 출마 기자회견을 하면서 ‘자랑스럽게’ 입에 올린 “민선 3기 창원시정을 이끈 바”와 관련돼 있습니다.

 

먼저 창원시장에 당선되는 과정에서 배한성 선수 본인이 공직선거법을 정면으로 어겼고, 이로 말미암아 창원지법과 부산고법 대법원에서 모두 똑같이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고 시장직을 잃었습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 관계는 이렇습니다. 2002년 3월 20일 선거운동원 20명 남짓을 한 자리에 모이도록 해서 30만원어치 술밥을 사면서 ‘도와 달라’는 연설도 하고 개별 요청도 했습니다.

 

더욱이 당시 선거법을 어겼다는 혐의로 법정에 선 사람은 배한성 본인뿐만 아니었습니다. 동생도 섰고 아내도 섰습니다. 그밖에 60명 넘는 사람이 검찰 기소(9명 구속 기소)를 당해 법정에 나와 재판을 받았습니다.

 

3. 한 사람 선거로 60명 넘게 기소된 경남 신기록

 

이처럼 한 사람 선거 관련으로 60명이 넘는 선거법 위반 사건은 아직도 적어도 경남에서는 신기록입니다. 선거운동 조직부장은 현금 680만원을 뿌렸다는 혐의를 받고 실형 선고까지 받았습니다.

 

소답·소계·동정·중·북동, 반송·반지·반림동 지역에서 활동한 20~50대 가정주부들도 법정에 서야 했습니다. 배한성 선거운동 동책한테서 활동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였었지요. 겉으로 드러난 사정이 이렇다면 실제로는 어느 정도였을는지,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배한성은 옛 창원 원주민에 대한 영향력 또는 장악력을 악용해 이처럼 대규모로 부정 선거를 하고도 시장 자리에 목매다는 추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선거 부정의 엄청난 규모가 드러나자 시민사회가 ‘사퇴하라’고 들고 일어난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었는데도 그냥 무시했던 것입니다.

 

배한성 선수. 경남도민일보 사진.

 

2004년 3월 12일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창원시장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진정 어린 사과는커녕 말입니다. 그러는 동안 자기 선거를 도운 숱한 사람들은 물론 동생과 아내와 수하들은 이어지는 재판으로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4. 갖은 방법으로 정치 생명 연장 꾀해

 

다른 한편으로는 ‘생명 연장의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원래 예정돼 있던 대법원 선고 기일(2004년 2월 13일)을 코앞에 둔 2월 5일, 자기한테  적용된 선거법 조항에 위헌 요소가 있다며 담당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것이 하나입니다.

 

물론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권리기는 하지만, 하필이면 판결 날짜를 바로 앞에 두고 한 데 초점을 맞춰 보면 선고 연기를 노렸다고밖에 할 수 없겠습니다.

 

탄원서도 숱하게 냈는데, 그 과정에서 허위 여부와 공무원 강제 동원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2003년 1월 29일치 오마이뉴스는 ‘선거법 위반 창원시장 탄원서 말썽’ 기사에서 ‘탄원서 작성과 접수를 공무원이 하고 있어 말썽이다’라 했습니다.

 

배한성 창원시장 출마 표명 기자회견 장면. 경남도민일보 사진.

 

아울러 ‘탄원서는 공무원뿐 아니라 창원시의원 대부분이 참여했으며, 지역 유지급들로부터도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도 했는데요, 이를 두고 공무원노조 경남본부는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돌아보지도 않고 어떻게든 정치 생명을 연장해 보려고 갖은 술수를 부렸다고나 할 수밖에요.

 

5. 배짱을 잘 맞춘 홍준표와 배한성

 

이렇게 배짱을 맞춘 두 선수는 앞으로 새누리당 후보 경선이나 지방선거 본선에서 공동 이익을 위해 서로 도울 것입니다. 멋들어진 콤비입니다. 새누리당이 홍준표 선수와 배한성 선수 가운데 적어도 한 명을 공천에서 배제하지 않는 이상은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 새누리당은, 홍준표 선수가 지금보다 더하게 유권자를 상대로 서슴없이 거짓말을 해도 공천에서 배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배한성 선수는 공천받을 자격이 인정될까요?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새누리당이 공천하지 않는다고 들은 것 같아서요. 물론 10년 전 12년 전 일이라 해서 어쩌면 불문에 붙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만.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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