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홍준표 볼 때마다 생각나는 선생님 한 분

김훤주 2014. 2. 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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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지난 1년 남짓한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한 줄로 꿰는 낱말이 있다면 저는 '무시'라고 생각합니다. 도지사로서 행정을 하고 정치를 하면 반드시 그 맞은편 상대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상대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없이 본다는 얘기입니다.

 

홍준표 선수가 이렇게 '무시'했다는 증거는 그야말로 곳곳에 늘려 있는데요 그 가운데서도 압권은 진주의료원 폐업을 반대하는 도의원들을 물리력까지 동원해 꼼짝 못하게 하고 관련 조례를 해치워 버린 것입니다.

 

윤성혜 당시 보건복지국장(지금 경남도의회 사무처장)은 홍준표 선수 진주의료원 폐업의 첨병(尖兵)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무시'는 다양하게 변주되기까지 합니다. 조금 다른 차원에서 바라보면 '무시'는 무배려, 배려 없음이 됩니다.

 

앞에 말씀드린 '무시'는 홍준표 선수가 자기하고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이들에게 그렇게 한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그러면 '배려 없음'은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자기보다 약하거나 없는 이들 딱한 처지를 무시하는 생각과 말과 행동을 이릅니다.

 

개인 차원에서든 사회 차원에서든 약하고 힘없고 가난한 이는 보살피고 부축하고 거두고 돌봐야 마땅한데도, 그냥 대책 없이 내버리고 팽개치고 했습니다. 진주의료원 폐업 그 자체가 바로 이같은 배려 없음의 표상입니다.

 

이에 대한 무엇보다도 명확한 증거는, 진주의료원이 엉망진창이 되고 난 뒤 원래 거기 있던 환자들 가운데 여러 사람이 숨졌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진주의료원 입원 환자들의 도지사 면담 요구는 이렇게 방호 인력에게 막혔습니다.

 

홍준표 선수의 무시는 다른 방식으로도 작동됩니다. 그것은 바로 거짓말이고 거짓말이 들통났을 때 인정도 사과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마치 자기 눈에는 이런 유권자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듯이 구는 것입니다.

 

누가 나서서 "홍준표 당신, 거짓말했어"라고 짚어주지 않더라도, 도지사를 맡은 공인이라면 뽑아준 유권자한테 그냥 인정하고 사과하고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 약속해야 마땅한데도, 여태 한 번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런 홍준표 선수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선생님이 한 분 있습니다. 저를 가르쳤던 선생님은 아니고요, 사회 생활을 하면서 사귀게 된 제 또래입니다. 이 선생님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일수록 인성 교육이 더 필요하고 더 중요하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요구하고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얼핏 보면 이상합니다. 좋고 올바른 인성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그런데도 이 선생님은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했습니다.

 

선생님 논리는 이렇습니다.

 

이게 옳든 그르든 공부 잘하는 친구가 그렇지 않은 친구보다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현실이다. 더 높은 자리에는 반드시 더 큰 영향력이 따르게 마련이다.

 

동장 자리에 있는 사람 인성이 더러우면 한 동네 주민만 괴롭고 그만이다. 하지만 시장·군수가 인성이 더러우면 전체 시민이 고통당하고 더러운 꼴을 봐야 한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똑같이 인성이 나쁘다 해도 피해를 끼치는 범위는 그만큼 더 넓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공부를 잘하는 친구일수록 인성 교육을 집중할 필요가 그래서 생긴다…….

 

아무래도 학창 시절 공부를 잘했을 홍준표 선수. 도지사 취임 한 해를 맞아 치른 기자 간담회 장면.

홍준표 선수가 초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아무래도 공부를 잘했을 것 같습니다. 이른바 서울에서 대한민국에서 명문사학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대학을 들어갔거든요. 그리고 대학에 가서도 공부를 잘했던 모양입니다. 다들 붙기 어렵다고 하는 사법고시에 붙어 검사 노릇을 오래 했거든요.

 

그런데 홍준표는 국민학교에서 대학교에 이르는 16년 세월 동안 제가 알고 있는 그런 선생님은 단 한 차례도 만난 적이 없는가 봅니다. 마음을 적시고 울리며 다른 사람 생각도 할 줄 아는 인성을 북돋아주는 그런 선생님 말입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경남에 사는 유권자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순간순간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내내 저토록이나 죄를 불리는 홍준표 선수를 위해서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어쩌면, 그런 선생님을 만나기는 했지만 그리고 그런 상대를 무시하지 말고 그 처지를 넉넉히 짐작하라는 얘기를 듣기까지 했지만 홍준표 선수한테 그런 말을 제대로 새겨 들을 귀가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더욱 안타깝고 나아가 불쌍하기까지 한 노릇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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