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고니들이 가장 많이 찾는, 낙동강 하구

김훤주 2013. 12.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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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차례 일정으로 지난 8월 시작한 '언론과 함께하는 습지 생태·문화 기행'이 마지막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마지막은 마지막다웠습니다. 11월 3일 있었던 마지막 습지 생태·문화 기행은 낙동강이 바다와 만나는 마지막인 낙동강 하구를 찾았답니다.

 

경남은행·농협경남본부·STX그룹은 자금 출연 등으로 람사르환경재단을 거들어 왔습니다.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대표이사 고재윤)과 경남도민일보가 공동 주관한 이번 습지 생태·문화 기행은 이에 보답하려고 마련된 프로그램으로 해당 기업 직원 자녀들이 대상입니다. 청소년들에게 습지를 체험할 수 있는 제공하는 한편으로 재단 홍보도 겸한답니다.

 

◇ 우리나라 으뜸 철새 도래지 낙동강 하구

 

일행을 태운 버스가 처음 닿은 데는 부산 명지철새탐조대였습니다. 비가 흩뿌리는 흐린 날씨였지만 철새를 살펴보는 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해설과 안내를 맡은 습지와 새들의 친구 운영위원인 박중록 선생님은 맨 먼저 고니를 소개했습니다.

 

 

"부산을 대표하는 새가 바로 고니입니다. '부산 갈매기'라는 노래 때문에 '부산' 하면 '갈매기'를 많이 떠올리는데, 갈매기는 부산 아니라 어디서나 볼 수 있습니다." 고니가 부산을 대표하는 까닭은 이랬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물게 된 고니가 겨울에 한반도를 찾는 숫자가 5000마리 정도 되고 그 대부분이 부산에 있는 낙동강 하구로 모여든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덩치가 커서 듬직하고 고개랑 목의 곡선이 우아해서 주는 느낌도 좋습니다.

 

그런 고니를 비롯해 여러 철새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데가 바로 명지철새탐조대입니다. 아이들은 박중록 선생님 안내를 따라 스코프와 망원경을 통해 저 멀리 강물 한가운데에 있는 철새들을 바라봤습니다.

 

맨눈으로 볼 때는 조그만 점이던 것들이 스코프를 통해 보니 비로소 자맥질·날갯짓도 하고 머리도 흔드는 생명체로 보였습니다. 오른쪽 끝에서 왼쪽 끝까지, 눈길이 닿을 수 있는 데는 죄다 그런 철새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박중록 선생님은 맨눈으로 보고 스코프로 보고 하더니 "지금 보이는 철새가 2만 마리 정도"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물이 차올라 있는데 이럴 때 철새들 먹이 활동이 가장 왕성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물이 빠지면 바닥이 굳어져 먹이를 잡기 어려워지고 그래서 그 때는 새들이 날개를 접고 물에서 나와 쉰다고 말했습니다.

 

고니를 알아보게 된 아이들을 한 번 더 신기하게 만든 것은 고니 색깔이 여러가지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하얀 줄로만 알았는데, 검게 보이는 고니도 있고 잿빛 고니도 있어요." 한 번 짝을 지으면 죽을 때까지 함께 지낸다는 고니는 어릴 때는 재색이다가 털갈이를 하면서 어른이 될수록 흰색으로 바뀐다고 합니다.

 

 

박중록 선생님은 고니 다음으로 몸집이 커다란 새를 찾아보라고 일러줬습니다. 기러기입니다. '달 밝은 가을 밤에 기러기들이 찬서리 맞으면서 어디로들 가나요. 고단한 날개 쉬어가라고 갈대들이 손을 저어 기러기를 부르네'라는 노래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아이들이 이처럼 가깝게 본 적은 없는 새가 또 기러기일 것입니다.

 

이어서 지금 가장 많이 보이는 새는 청둥오리라고 했습니다. 청둥오리는 수컷이 빛나는 녹색으로 화려하고 암컷은 흐린 갈색으로 수수합니다. 수컷이 화려한 까닭은 암컷한테 잘 띄어야 짝짓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짝짓기를 마치고 나면 수컷도 수수하게 돌아간다고 합니다.

 

이렇게 철새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된 아이들은 "야, 고니다!" "저건 기러기!" "청둥오리는 진짜 많네!" 하면서 신이 났습니다. 박중록 선생님은 물수리까지 소개해줬습니다. 강물 한가운데 장대에 올라앉아 먹이를 뜯는 새가 무엇인지 일러준 것입니다.

 

◇ 낙동강 하구가 한 눈에 보이는 아미산전망대

 

강원도 태백 황지를 가장 먼 발원지 삼아 남으로 흐르면서 대부분 물줄기를 쓸어담은 낙동강이 바다와 만나는 데를 일러 낙동강 하구라 합니다. 이런 데에는 민물과 짠물이 뒤섞이게 마련이고 따라서 민물에서 사는 생물과 짠물에서 사는 생물이 모두 있습니다.

 

아미산전망대에서 바라보이는 낙동강 하구.

 

철새로서는 먹을거리가 여기보다 풍부한 데는 없는 셈이고 철새가 많이 몰려드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낙동강 하구를 시원하게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데가 아미산전망대입니다.

 

명지철새탐조대가 있던 낙동강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는데, 여기 남해 바다와 마주치는 데서는 가운데 드러누운 모래톱과 섬들을 빼면 그야말로 광활하답니다. 여기서 박중록 선생님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몇 개 안 되는 대자연의 풍경 가운데 하나"라고 일러줍니다.

 

 

낙동강 하구는 강과 바다가 만나면서 힘있게 움직이는 곳이랍니다. 지금은 생태공원으로 이름이 높고 한때는 쓰레기매립장으로 쓰였던 을숙도도 나이가 100살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강물과 함께 흘러온 흙이 가라앉아 바닥에 쌓이기도 하고 바닷물이 치오르면서 모래 따위를 뿜어놓기도 합니다.

 

강물을 떠나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흙들도 적지 않습니다. 살아 꿈틀거리는 셈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모래톱이나 섬이 생겨나기도 하고 조금씩 허물어져 없어지기도 합니다. 섬과 모래톱이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형국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지고 달라지는 섬들이 여기 낙동강과 남해가 만나는 자리에 저렇게 있습니다.

 

이어서 다대포 몰운대 들머리 한 밥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밥도 먹고 정구지전도 챙겨먹은 아이들은 바닷가로 내려갔습니다. 바위를 뒤지며 게를 잡기도 했고, 동네 어른들 양동이를 갖고 와서 그렇게 게를 잡는 모양을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떠날 때는 애써 잡은 게를 고이 돌려보내주는 '착한' 모습도 보였답니다.

 

 

◇ 즐거운 놀이터가 돼 준 낙동강하구 에코센터 일대

 

쓰레기 매립장이던 을숙도는 복원 작업을 거쳐 '을숙도철새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났고, 낙동강하구 에코센터는 을숙도 일대 보전·관리와 생태 전시·교육·체험 학습 공간 제공을 목적으로 삼아 들어섰습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공생을 낙동강 하구에 실현하자는 얘기랍니다.

 

그렇거나 말거나, 아이들한테는 뛰어놀기가 가장 신나는 일이지요. 박중록 선생님은 편을 나눠 달리기를 하게 했습니다. 에코센터 잔디밭에서였습니다. 대략 20m 앞에 있는 나무까지 뛰어갔다가 돌아오는 이어달리기였습니다. 이기거나 지거나 관계없이 뛰는 아이들도 즐거웠고 바라보는 아이들도 즐거웠습니다.

 

물론 에코센터에도 들러 이런저런 구경을 하고 해설사로부터 짧으나마 설명까지 들었습니다. 여러 모형들을 눈여겨봤으며 2층 탐조대에서는 을숙도 남쪽으로 이어지는 강물 풍경과 철새들을 한 번 더 눈에 담았답니다.

 

마지막에는 탐방로를 따라 산책을 즐겼습니다. 양옆으로 억새랑 갈대가 우거진 길을 걸었습니다. 간지러운 강아지풀도 있고 따끔거리는 도깨비바늘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이 모두가 놀이 도구였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갈대 잎으로 바람개비를 만들고 있습니다.

 

 

박중록 선생님은 갈대 잎사귀로 바람개비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줬습니다. 잘 배운 아이들은 강아지풀 막대에 갈대 바람개비를 꽂아 바람을 맞혔는데 제법 잘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답니다.

 

이렇게 기행을 하는 동안, 아이들 모두가 생태자연을 좀더 닮게 된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마지막 차례에서는 이번 다섯 차례 습지 생태·문화 기행에 참여하면서 느끼고 누렸던 바가 무엇인지를 함께 정리해 보는 참여 학생들 소감이 준비됩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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