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단감축제 시기 늦추면 참여 늘 것 같은데

김훤주 2013. 11.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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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단감축제가 2일과 3일 이틀 동안 열렸습니다. 이웃 김해에서는 진영단감축제가 창원보다 하루 앞선 1일부터 3일까지 사흘 동안 치러졌습니다. 진영단감축제는 진영운동장에서, 창원단감축제는 동읍주민운동장에서 치러졌습니다.

 

연예인 공연, 노래 자랑, 단감 관련한 게임, 먹을거리 장터 등등 시기뿐만 아니라 내용도 비슷하답니다. 진영이 아무래도 축제를 열어온 역사가 오랜 덕분에, 지역 주민 참여가 좀더 많고 내용이 좀 덜 단조로운 모양입니다. 진영단감축제는 올해 스물아홉 번째고 창원단감축제는 열두 번째랍니다.

 

대체로 단감은 9월 말에 수확하기 시작하는데 가장 맛있고 품질 좋은 단감은 10월 하순부터 11월 하순까지 대략 한 달 동안 수확이 집중된다고 합니다. 단감은 따는 때를 놓치면 안 되는 과일입니다. 물러지면 상품성이 없어지기 때문이지요.

 

주렁주렁 매달린 단감들.

 

한 해 농사의 성패가 지금부터 스무 날 가량 사이에 결정됩니다. 그래서 단감 농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주인 내외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도시 나가 있는 자식들도 부르고 나아가 하루 열 명씩 스무 명씩 일손도 사야 하는 실정입니다.

 

블로거들의 단감 농가 탐방 장면 가운데 하나.

 

이런 가운데 단감축제가 열렸습니다. 창원단감축제 제전위원회가 마련하고 저희 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가 11월 1일과 2일 이틀 동안 진행한 블로거 팸투어를 통해 실제로 창원에서 단감 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이번에 만났습니다.

 

다들 얼굴이 까칠했습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쉴 새 없이 일을 하기 때문이겠지요. 이들 사이에서 단감축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형님, 단감축제 하는데 가서 얼굴이라도 비쳐야 되겠지요?" "뭐 그래야 되겠지만 틈이 어디 있나?" "그래도 이래 나왔으니 한 번 들르기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동생은 시간 있으면 그래라, 나는 못 가겠다."

 

한창 단감을 수확하고 있는 사람들.

 

실상이 이러했습니다. 이런 사정은 창원뿐 아니라 김해 진영에서 단감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겠습니다. 창원 단감만 지금 따야 하고 진영 단감은 나중에 따도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정작 주인인 단감 농민들은 참여하기가 어려운 시기에 열리는 단감축제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단감 농민 말고 다른 사람들이라도 많이 와야 할 텐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았습니다. 팸투어 이튿날인 2일에 둘러본 창원단감 축제 현장이 그랬습니다. 손님도 별로 찾지 않고 주인 또한 일손이 바빠 함께하지 못하는 그런 단감축제랍니다.

 

창원단감축제 가운데 숟가락으로 단감 옮겨담기 경기.

 

창원단감축제 현장에서 숟가락으로 단감 옮겨 담기 경기를 구경하는 사람들.

 

눈길을 지역에서 전국으로 넓히면, 이런 사정은 더욱 심해집니다. 창원이나 진영 단감의 경우 지역에서 소비되는 물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대부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팔려나간답니다.

 

김순재 창원단감축제 제전위원장은 "창원 단감이 전국 생산량의 16%를 차지하고 수도권에서 소비되는 물량의 40%가량 됩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창원 또는 진영에서 단감축제를 하는지 마는지 대부분 모르는 현실입니다.

 

김순재 동읍농협 조합장.

 

지금 벌어지는 단감축제가 목적이 판매 촉진이라면 그다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실제 소비가 이뤄지는 수도권 지역을 찾아가 이벤트를 벌이는 편이 백 배 낫습니다.

 

아니고 단감축제를 통해 그동안 애써 온 지역 농민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적어도 시기만큼은 조절할 필요가 있겠다 싶습니다.

 

실제로 한 단감 농민의 자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집안 식구랑 친구까지 동원하고도 모자라 아줌마 열대여섯 분을 인력에서 샀어요. 축제 갈 틈이 어디 있나요?

 

축제 현장 단감 판매대.

 

지금은 저장 기술이 좋아 이제 따면 내년 5월까지는 가니까, 수확을 끝낸 다음에 축제를 해도 문제 없을 것 같아요. 그러면 오히려 농민들이 느긋한 마음으로 좀더 많이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데도 굳이 지금 단감축제를 해야 할 다른 사정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하면 날씨가 너무 춥다고요?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난방 기술도 좋아져서 옛날 같은 추위는 막을 수 있습니다.

 

축제 현장 먹을거리 장터.

또 추울 때 하면 나름대로 다른 멋과 맛을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단감 생산 농민의 참여만큼은 보장이 될 것이고, 덩달아 단감과 단감 관련 제품 구색도 다양해질 테니 보통 사람 참여도 더 많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물도 좋고 풍경도 그럴 듯하고 정자까지 멋들어진 그런 골짜기는 세상에 드문 법이랍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시기를 뒤로 늦춰 날씨를 양보하면 단감축제 다른 부분에서 내실이 지금보다 알차지지 않을까 싶은 것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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