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통합 창원 갈등 둘러싼 국회의원들의 쌩쇼

김훤주 2013. 9. 2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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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 월요일 MBC경남 라디오광장의 세상읽기에서 방송한 내용입니다. 일부는 시간이 모자라 얘기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제 견해를 전달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물론 제 생각일 따름입니다. 


서수진 아나운서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좀 해 볼까요? 


김훤주 기자 : 통합 창원시를 둘러싼 논란 또는 갈등의 양상이 이번 추석 명절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한 번 알아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진 : 추석 연휴가 유난히 길었지요. 일가친척들이 만나 얘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창원 통합이나 분리에 대한 얘기들이 많이 오고가고 했나 보네요. 


주 : 이번 연휴는 다른 추석 때보다 정치권에서 채동욱이다 혼외 아들이다, 국정원이다, 대통령 3자 회동이다 등등 얘깃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해 주는 바람에 창원 통합 같은 것은 끼일 틈이 없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오히려 지난해보다 관심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진 : 그러면 추석 연휴에 비친 창원시 통합이나 분리를 둘러싼 논란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치권 여기저기서 창원에 대한 이런저런 법안 제정 개정 움직임이 있다고는 하던데요. 


계사년 만날제의 한 장면. 경남도민일보 사진.


1. 만날제에서 만난 박완수와 이주영


주 : 해마다 추석 무학산 만날고개에서 벌어지는 만날제 행사에서 박완수 창원시장과 이주영 국회의원이 서로 다른 얘기를 했습니다. 그동안 도청 마산 이전 주장을 해온 안홍준 국회의원은 다른 이유를 대고 불참을 했고요. 


진 : 만날제라면 지난 90년대부터 이어져온 축제인데요, 옛날에는 만날제 앞에 마산 글자가 붙어서 마산 만날제였는데, 통합되고 나서는 창원 만날제로 바뀌었어요. 그러다 올해는 육십갑자를 붙여서 계사년 만날제라고 해 놓았더라고요. 


주 : 21일부터 22일까지 열렸는데요, 이틀 동안 10만 명 남짓이 찾아 역대 최대 규모였는데, 개막식에도 4000명 정도가 모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주영 의원은 마산 주민의 상실감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름을 창원시로 양보했으면 약속대로 청사는 마산에 배려해줘야 상식과 순리에 맞다”면서 옛 창원시가 과욕을 부린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계사년 만날제라는 이름을 두고도 “이래서 섭섭하다, 명칭이 마산 만날제로 돼야지 상실감 가진 시민들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진 : 청사도 가져가고 통합시 명칭도 가져간 박완수 창원시장을 제대로 쏘아붙인 셈이네요. 박 시장은 뭐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주 : 발언은 박 시장이 먼저 했습니다. 덕담 수준이었는데요, 그렇지만 통합 관련 내용이 언급은 돼 있습니다. 2010년 6월 통합 이후 4년째 찾은 만날제 행사인데, 이번이 가장 많이 참여했다고 했습니다. 통합의 성과가 조금씩 제대로 표현되고 있다는 뉘앙스였습니다. 


2. 이주영 의원의 마산 분리 법안 제출 기자회견


이주영 기자회견과 거기 나온 민간 단체들.


진 :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창원시 분리 또는 통합 창원시 위상을 강화하는 법안이라든지 마산 분리를 법률로 정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하는 일들입니다. 


주 : 먼저 이주영 의원입니다. ‘마산시 설치에 관한 법률안’입니다. 본인 포함 78명이 서명을 했습니다. 사실 내용은 따져볼 필요가 없습니다. 국회에서 절대 통과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의원은 오늘 기자회견을 하고 이번 주 안에 국회에 상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 : 절대 통과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하는 근거가 무엇이죠? 


3. 서로 어긋나는 창원 국회의원들의 발걸음


주 : 갈등과 논란의 당사자인 창원 출신 국회의원은 본인 빼고는 한 사람도 함께하지 않았습니다. 안홍준 의원은 홍준표 도지사한테 도청 마산 이전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하며 동참하지 않고, 바탕부터가 다른 옛 창원과 진해 쪽 국회의원들은 같은 새누리당이면서도 현재 통합 창원시 지위를 강화하는 법안을 냈습니다. 이러니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국회에서 받아들여질 까닭이 없는 것입니다. 


진 : 그래도 이주영 의원은 “명칭까지 버리며 통합에 찬성한 40만 마산 시민의 무너진 자존심을 다시 세우려면 더는 통합 정신을 유지할 어떤 명분과 실리도 없다”고 했다는데요. 법안 상정과 관련해서 말입니다. 


창원 지역 국회의원들과 창원시의 만남에서 발언하는 안홍준 국회의원(마주보이는 왼쪽에서 세 번째).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짚어야 할 대목이 있는데요, 이 의원은 40만 마산 시민이 명칭까지 버리며 통합에 찬성했다고 하시지만, 마산 사람들이 통합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를 한 적은 물론 제대로 의사 표현을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투표를 했습니까? 제대로 토론이라도 한 번 했습니까?


자기네끼리 그것도 밀실에서 무슨 통합 정신이니 했을 뿐입니다. 이는 독자 행보를 이어나가는 안홍준 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진 : 그렇다면, 마산 분리 법안의 국회 통과가 어렵다는 사정을 이주영 의원 본인은 잘 모르고 있을까요? 그렇게 잘 모르기 때문에 통과도 안 될 법안을 제출하고 기자회견까지 여는 것일까요? 


4. 들러리 서는 민간 단체들이 더 안쓰럽다


주 : 왜 모르겠습니까? 창원에서 재선을 하고 권영길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밀려 마산까지 와서 다시 재선을 한 인물이 그런 정도 계산이 없겠습니까? 법안 통과가 되든 말든 지역 주민들한테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이렇게 계속 거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저는 이런 점에서 마산 분리가 어떻고저떻고 나서지만 실제로는 이주영 의원 들러리밖에 서지 못하는 지역 단체들이 더 안쓰럽습니다. 


5. 창원만 위하고 경남은 쪼그라뜨리는 나머지 창원 국회의원들 


진 : 창원 출신 나머지 국회의원 세 명이 남았는데요. 창원 성산 강기윤 의원 의창 박성호 진해 김성찬 의원입니다. 이들은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습니까? 


주 : 저마다 자기 이익을 좇는다는 형편은 다르지 않습니다. 이주영 의원은 마산 분리 주장에서, 안홍준 의원은 도청이든 시청이든 청사를 마산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으로 자기 이익을 찾고 이 세 국회의원은 통합 창원시 위상 강화에서 자기 이익을 찾고 있습니다. 


진 : 통합 창원시 위상 강화라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요? 얼핏 듣기에는 창원시민이라면 대부분 반길 수도 있는 그런 내용인 것 같기도 한데요. 


주 : 강기윤·박성호·김성찬 의원은 지방자치법 개정에 동참했습니다. 대표 발의는 강기윤 의원이 했지요. 이번 개정안은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직통시를 추가하는데, 그 기준을 인구가 100만 명 이상인 통합 지방자치단체로 삼았습니다. 창원 말고는 대상이 없습니다. 창원만을 위한 개정안이지요. 


경남도민일보 사진.


진 : 그렇게 해서 통합 창원시가 직통시가 되면 좋은 것 아닌가요? 대한민국 최초 자율 통합 대도시라는 창원시의 위상에 걸맞은 조치일 것 같기도 합니다. 


주 : 일단 경남 전체에서 창원시 차지하는 위상에 비춰볼 때 이기적이라는 지적을 받기 십상입니다. 창원이 빠져나가고 나면 경남은 동서로 길게 갈라지고 세금 수입이라든지 경제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국회 통과 개연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직통시가 될 경우 이를테면 경남의 다른 시·군이 크든작든 쪼그라들게 마련인데, 그런 지역 출신 의원들이 선뜻 찬동해주겠습니까? 말하자면 자기 지역 유권자들한테 ‘나도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손 흔드는 효과밖에 없다고  봅니다. 


6.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줄 세우기 효과도 노린다


진 : 내년 6월에 지방선거 하잖아요? 지방선거라 해도 도지사나 시장·군수 후보 지방의원 후보만 뛰지는 않거든요. 국회의원 선거의 밑바탕이 이때 완성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지금 국회의원들이 나대는 원인을 내년 지방선거에서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주 : 내 지역구에 있으면 내 지침에 따르라는 식이지요. 그렇지 않으면 채동욱 검찰총장처럼 쳐내거나 찍어내겠다는 얘기지요. 새누리당 지방선거 후보들을 충성 경쟁으로 내몰고 지휘를 일사불란하게 하는 데 효과적으로 써 먹는 수단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 : 그런 측면도 없지는 않겠습니다. 한편으로는 권력과 출세를 노리는 정치의 당연한 속성으로 여겨야 할 대목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앞으로 통합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고 분리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7. 찢어지든 붙어먹든 주민 전체 토론과 결정으로


주 : 정답은 제시돼 있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하는 공론화입니다. 합할 때도 그렇고 찢어져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을이나 보다 작은 단위로 토론회를 조직하고 누구나 찬반을 주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4년도 좋고 5년도 좋습니다.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해관계도 사람 마음도 움직여질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도 선례가 있습니다. 제주도가 일반자치도에서 특별자치도로 바꿀 때도 그랬고요, 전북 완주군과 전주시가 통합 찬반 투표를 할 때도 충분하지는 않지만 토론을 거쳤습니다. 창원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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