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지역신문, 종합콘텐츠 기업으로 재편해야 산다

기록하는 사람 2013. 9. 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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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전략과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고 탐색해온 한국경제 최진순 기자가 '뉴스의 미래는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언론사 관계자들과 연쇄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저를 인터뷰했는데요. 물리적 거리 때문에 서면인터뷰로 진행되었습니다. 기록 차원에서 최진순 기자의 양해를 얻어 여기에도 올려두고자 합니다.


인터뷰 원문 보기 : 뉴스의 미래는 있는가③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


'뉴스의 미래는 있는가'란 주제로 주요 언론사(닷컴)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진행 중입니다. 이 연재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지난 10년간 온라인 미디어 환경에서 주도적인 활동을 하면서 일정한 성과와 교훈을 갖고 있는 업계의 리더들입니다. 전현직 기자도 있고 기획자들도 등장합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뉴스 유료화가 본격 착수되고 있지만 아직 실마리를 찾은 것은 아닙니다. 업계 리더들의 소중한 경험을 통해 뉴스기업 그리고 저널리즘의 미래 앞에 가로놓인 장벽들을 넘어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오늘은 그 세번째 인물로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을 만났습니다. 


독자 여러분 중에 꼭 이야기를 들어보았으면 하는 분들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이 연재에 등장한 모든 분들을 모시고 '뉴스의 미래' 좌담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최진순>


"지역신문은 단순히 뉴스상품만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라 종합 콘텐츠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지역주민의 사소한 불편까지 적극적으로 취재해주는 것이 지역신문의 할 일이다"

"기자가 일반 독자와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독자들에겐 '정말 필요한 매체'라는 인식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지역신문이 '이웃과 이웃을 연결시켜 주는 소통망'이 되고, 이를 통해 우리 지역에 탄탄한 '지역공동체'를 구축하는 게 목표이자 비전"


약한 자의 힘을 내건 경남도민일보 웹 사이트. 지역의 뉴스를, 지역민의 이야기를 독자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지역신문의 경쟁력이라고 믿는 김주완 편집국장. 김 국장은 지역과 독자를 결합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최진순 주>


2년 전인 2011년 9월1일 <경남도민일보>는 기획, 심층기사 등 신문기사를 유료화했다. 지역신문은 물론이고 국내 신문사 중에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보다 1년 전에는 '4대강 살리기 광고' 게재를 비판하는 독자의 인터넷 질문에 답변했다. 


이에 앞서 2008년엔 경남도민일보 공식 블로그를 개설했다. 2010년엔 전국 파워블로거들과 함께 인터넷신문 100인닷컴을 창간했다. 창원시를 거점으로 한 지역 커뮤니티를 구체화했다. 지역신문과 기자들로서는 그동안 할 수 없었던 그러나 해야 하는 일들의 가장 앞줄에 김주완 편집국장이 있었다.


김 국장은 <경남도민일보>의 창간 멤버로 개인 블로그는 물론 페이스북 페이지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갖고 활약해오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해왔던 그대로 하면 100% 죽는다"며 지역신문의 새 판짜기에 골몰해왔다. "공공저널리즘의 모범을 만들겠다"는 신념도 밝힌 바 있다.


최근 뉴스 유료화의 흐름 속에 55명의 기자를 이끄는 <경남도민일보> 김 국장이 생각하는 뉴스의 미래는 무엇인지 물었다. 김 국장은 세심하고 소상하게 자신의 의견을 전해왔다. 인터뷰는 구글독스로 진행됐으며 답변 내용을 그대로 게재했음을 밝혀 둔다. <최진순>


Q.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란 책을 냈습니다. 이 책은 김 국장 개인에게, 그리고 재직 중인 경남도민일보 동료 선후배 기자들에게 어떤 목적과 의미가 있습니까?


그동안 지역신문이 정작 지역주민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나름 고민을 해왔습니다. 사랑은커녕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지역신문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고발하는 책(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 2007, 커뮤니케이션북스)을 쓰기도 했고요.


그런 상황에서 2010년 편집국장을 맡게 되었고, 이제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입장이 아니라 직접 극복해 나가야 할 입장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역신문들끼리 서로의 시도와 노력에 대한 정보교류가 너무 없습니다. 우리의 고민과 시도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재직 중인 경남도민일보 동료선후배들에게도 우리 스스로 해온 새로운 시도와 노력에 대한 배경이나 의도, 의미를 이해하고 공유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새로 입사하는 사원들에게 교육용으로도 쓰고 있습니다.


Q. 100인닷컴, 독자에게 광고나 기사면 제공, 창원시와 스토리텔링 프로젝트 등 많은 일에 직간접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같은 프로젝트들은 어떻게 시작했는지요? 특히 뉴스 유료화는 언제, 어떻게 시작했으며 현재 어떤 상황입니까? 


일단 제가 편집국장을 맡던 2010년은 저희 회사 경영이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그 위기를 빨리 극복해야 했고, 이를 위해 지역스토리텔링 등 새로운 콘텐츠 사업으로 수익을 다변화하는 게 절실했습니다. 그런 노력의 결과 '지역신문은 단순히 뉴스상품만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라 종합 콘텐츠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렇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뉴스유료화는 우리 스스로 만든 콘텐츠에 가치를 부여하려는 시도였습니다. 독자에게도 '경남도민일보가 생산한 뉴스는 공짜로 뿌려지는 질낮은 상품이 아니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또한 알다시피 우리나라 지역신문은 포털에 뉴스를 팔지도 못하고, 뉴스캐스트 기본형에도 들어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차피 '트래픽 장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유료화를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신문 말고도 다른 신문에서 볼 수 있는 기사까지 돈을 받는다는 것은 독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었고, 스스로 낯뜨거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부분 유료화'를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만의 기획이나 특종, 단독, 분석기사 등 하루 10여 개 기사가 유료로 걸립니다. 하루 평균10여 명 정도가 결제하고 있습니다.


Q. 지금까지 진행된 경남도민일보의 뉴스룸 혁신은 어떠가요? 콘텐츠의 변화(지면제작 방향의 변화를 포함)도 있겠고 온라인 서비스의 변화도 있겠습니다만 혁신의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어떤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까? 또 지역신문 기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저희도 자치행정부와 시민사회부, 경제부의 경우, 출입처 중심의 취재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출입처를 벗어나 일반 독자와 스킨십을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고, 취재분야별 담당기자를 지정하여 출입처에 안존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네사람' '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가족인터뷰' 등 평범한 시민들을 인터뷰하는 고정란을 통하여 기자가 일반 독자와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일반 독자들이 보내오는 축하, 응원, 격려, 칭찬 메시지를 사진과 함께 매일 1면에 싣고 있는 것도 그런 목적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형성된 네트워크 덕분인지 사소하고 지엽적으로 보이지만, 시민에겐 정말 불편한 문제점들이 제보로 들어오고 있고, 그런 제보에 의한 취재를 신문에 비중있게 다룸으로써 독자들에겐 '정말 필요한 매체'라는 인식을 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기존의 뉴스가치에 대한 고정관념이 기자들에게 남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주민의 사소한 불편이 비록 작고 지엽적인 문제로 보이지만, 다른 지역에도 흔히 있을 수 있는 보편적 문제이므로, 그걸 적극적으로 취재해 해결해주는 것이야말로 지역신문이 해야 할 일이며, 그게 바로 하이퍼로컬이라는 점을 기자들에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해결 전망이 불투명한 거대악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소한 불편이나 문제점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고, 그런 과정을 통해 지역민이 '지역신문 덕분에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구나'하는 인식을 확장시켜 나가는 게 지역신문의 희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Q. 이와 관련 경남도민일보가 다른 지역신문에 비해 이것만은 가장 잘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기자들이 관료나 정치인, 기업인 등 특별한 사람들뿐 아니라 일반 평범한 독자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계속 확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경남도민일보 기자들은 권력이나 자본과 결탁하여 시민을 속이지 않는다는 믿음, 그리고 경남도민일보 기자들은 건방지거나 무례하지 않고 시민들과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Q. 경남도민일보의 콘텐츠 전략이 있다면요?


지역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경남도민일보에는 평범한 지역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누구나 경남도민일보 1면에 나와 내 아들 딸, 어머니 아버지의 얼굴을 낼 수 있습니다. 시민과 가까이 있는 신문, 필요할 때 누구든 활용할 수 있는 신문입니다.


비영리 민간단체와 개인은 1만 원에서 30만 원까지 '형편대로' 광고료를 내면 어떤 내용이라도 '자유로운 광고'에 낼 수 있습니다. 자영업자 또한 5만 원~50만 원 사이에서 '형편대로' 광고할 수 있습니다. 지면이나 광고면에 지역민들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있는 신문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리고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단순한 '뉴스'만이 아니라 지역이 갖고 있는 인적 자산, 역사 문화 관광 자원 등을 소재로 '콘텐츠'를 생산합니다. 2012년 1년간 격주 4개면씩 연재했던 '경남의 재발견' 기획이라든지, 2013년 이어서 하고 있는 '맛있는 경남'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Q. 경남도민일보의 독자들과 기자들의 만남의 자리가 있는지요? 경남도민일보의 독자전략이 있다면…


(경남도민일보 독자모임이 나름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1년에 서너 차례 행사 때 기자들과 함께 하긴 하지만) 독자와 기자의 정기적인 만남은 아직 없습니다. 다만 제가 그런 자리에서 많은 독자들을 만나려 합니다. 그래서 우리 지역의 민간단체가 초청하면 강사료를 받지 않고 무료강의를 합니다. 강사료를 주면 그 자리에서 구독 희망자를 받아 구독료로 대납합니다. 신문사 차원에서는 매주 금요일 신문 200~500부를 들고 길거리로 나가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줍니다. 그러면서 대면 접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독자 프로파일 조사를 해본 적이 있는데, 30~40대 대졸 이상, 화이트칼라 등 여론주도층이 저의 주 독자층이었습니다. 현재 발행부수는 1만 7000부이고요. 경남신문에 이어 경남 2위입니다. 경남신문이 석간이어서 저희 신문이 모닝 스탠더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Q. 경남도민일보는 지역신문으로서 어떤 비전을 갖고 있습니까? 혹은 어떤 비전을 독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보세요?


지금까지 지역신문은 지역의 정, 관, 재계에만 영향력이 미치는 신문이었습니다. 한 지역신문이 내부 문제로 장기파업을 한 적이 있는데, 신문 제작이 중단되었음에도 그 신문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왜 신문이 배달되지 않느냐'는 항의글이 단 한 건도 올라오지 않는 걸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지역신문은 지역시민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였다는 거죠.


저희가 추구하는 것은 '지역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신문'입니다. 지역신문이 '이웃과 이웃을 연결시켜 주는 소통망'이 되고, 이를 통해 우리 지역에 탄탄한 '지역공동체'를 구축하는 게 목표이자 비전입니다.


Q. '네이버' 논란이 뜨겁습니다. 뉴스스탠드 이후 언론사 트래픽은 반 토막이 났는데요. 네이버 활용론, 무용론에 이어 네이버 규제론까지 나옵니다. 한국 언론 특히 지역신문에게 네이버는 지금 어떤 존재이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관계설정이 돼야 할까요?


지역신문에게 네이버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뉴스캐스트에서도 소외되었고, 뉴스스탠드는 더욱 그렇습니다. 저희는 네이버와 검색제휴만 되어 있는데, 가끔 서울에 본사를 둔 지역기업에 관한 비판성 기사가 나가면 홍보 담당자들이 난감해하는 정도입니다.


네이버에 바라는 게 있다면, 지역정보와 지역콘텐츠까지 독점하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겁니다.


경남도민일보 뉴스룸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김주완 국장. 그는 "지역신문 기자들은 결국 지역 독자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거기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 일간지 기자를 따라 하거나 동경하는 게 아니라 지역신문 기자만의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것이 지역신문 뉴스의 미래라는 것이다.<최진순 주> @사진 경남도민일보 김구연


Q. 지역신문이 모바일을 어떻게 활용해야 한다고 보는지요? 지역신문이 모바일 서비스를 대응하는 데 있어 비용을 제외하고 가장 큰 걸림돌이 있다면요?


저희도 모바일웹 방문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지역신문은 웹이나 모바일에서 기술개발 여력이 없습니다. 뭔가 해보고 싶어도 해당분야의 업체에 기대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당장 웹에서 저희가 하고 있는 '부분 유료화'를 모바일웹에도 적용하고 싶지만,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답답할 따름입니다.


Q. 한국의 지역신문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살펴보는 국내외 언론사 또는 미디어 기업들이 있습니까? 또 인사이트를 얻고 있는 전문가들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한국경제신문 최진순 기자, 그리고 뮤즈어라이브 이성규 대표, 그리고 SBS 심석태 기자의 글을 팔로워하고 있습니다.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전국의 지역 일간지, 주간지에서 강의 요청을 많이 해주시는데, 사실은 거기에 가서 우리가 모르는 그들 신문사만의 노하우를 배워오는 게 많습니다. 


Q. 최근 국내 언론사들의 뉴스 유료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그 가능성을 어떻게 보세요? 이의 성공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차별화된 뉴스와 정보를 생산할 수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진흥재단과 디지털뉴스협회가 하고 있는 뉴스저작권 사업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역신문 관점에서는 지역의 정보와 자원을 잘 정리해 수익모델로 만들어보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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