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핵발전 줄어도 밀양 송전탑은 강행한다

김훤주 2013. 9. 2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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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 추석을 코앞에 둔 때에 밀양 송전탑 문제를 한 번 더 다뤄봤습니다. MBC경남 라디오광장의 세상 읽기를 통해서입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지역 주민들의 자식들도 추석 명절에 고향을 찾아오겠지요. 그이들은 지금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까요? 


참 마음이 짠해집니다. 추석이라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도대체 대한민국 국민을 편하게 해 주는 대한민국 정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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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밀양 송전탑은 핵발전 시설 수출 위해 필요하다?


김훤주 기자 : 밀양 송전탑과 관련해 한 말씀 드려 보겠습니다. 밀양 송전선로와 원자력 발전 그러니까 핵발전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한 번 짚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서수진 아나운서 : 정부와 한국전력은 밀양 765㎸ 송전탑을 설치해야 하는 이유를 부산 기장에 있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호기가 내년 상업운전에 들어간다는 것이었어요. 


보상안 발표 등을 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고 주민 대화를 밀어붙이는 데 대해 항의하고 자리를 떠나 나온 주민들.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신고리 3호기가 준공돼 발전을 하면 거기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 같은 전력 소비지역으로 실어날라야 하고 그래서 밀양 일대에 765kV 송전선로와 송전탑이 필요하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자꾸 어긋나고 있습니다. 


진 : 최근 무슨 발표나 보도가 있었던 모양이죠? 신고리 3호기 건설이 순조롭지 않다는? 


주 : 신고리 3호기는 이미 여러 차례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신고리 3호기 상업운전을 서두르는 까닭이 전력난 등 우리나라 전기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핵발전 시설 수출을 위해서라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을 빚었습니다.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이 난 셈입니다. 


진 : 한전이 아랍에미리트에 원전 시설을 수출했지요. 4개라고 했던가요? 그러면서 그 계약서에 동일 모델인 신고리 3호기를 때맞춰 건설해 보임으로써 안정적인 모델임을 입증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었습니다. 


주 : 구체 내용을 보면 이렇습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와 186억 달러에 수출 계약을 하면서 신고리 3호기가 준공 시점을 넘기고도 가동되지 않을 경우 지연된 기간만큼 다달이 공사비의 0.25%에 해당하는 지체보상금을 물겠다고 명시했다고 합니다. 


2.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신고리 3호기 건설 부품


진 : 그런데 한전이 준공 시점을 자꾸 늦추고 있는 모양인가 봐요? 


주 :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지난 5월 한전과 정부가 밀양 송전탑 설치를 주민이 반대하는데도 밀어붙인 적이 있습니다. 할머니들이 속옷 차림으로 맞섰지요. 그 때 한전은 올 12월 준공해 상업 운전에 들어가게 되고 그러려면 송전탑 설치를 미룰 수 없다고 했습니다. 


765kV 초고압 송전탑이 설치된 지역 답사 보고하는 자리. 경남도민일보 사진.


진 : 그런데 곧바로 존공 시점이 내년 3월로 미뤄졌지요.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부품·기기들이 신고리 3호기 원전 건설에 사용됐다는 이유였습니다. 


주 : JS전선의 제어케이블과 주식회사 우진의 조립케이블 등이 신고리 3호기에 설치가 됐었는데 이것들에 대한 시험성적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었습니다. 그래서 부품을 갈아 끼우고 다시 시험을 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시일이 더 걸리게 생겼던 것입니다. 


진 : 그렇다면 신고리 3호기 상업운전이 내년 3월에 시작되지 못한다는 얘기인가요? 어디에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주 : 핵발전시설을 만드는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이 밝힌 자료입니다.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부품들에 대한 재시험 결과가 합격으로 나온다 해도 준공 시점은 내년 8월로 잡혀 있습니다. 


게다가 합격이 아니라 불합격 판정이 나오기라도 하면 기기 검증 자체에만도 1년 넘게 걸리기 때문에 2015년 들어서야 가동될 개연성도 없지 않다고 합니다. 


진 : 그렇다면 한전이 지금 다시 밀어붙이려고 하는 송전탑 설치 재개 방침이 힘을 잃을 수도 있겠네요. 재시험 결과는 언제쯤 나오나요? 


주 : 오는 11월에 나오는데요, 합격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합니다.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부품들이 형편없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전은 송전탑 설치는 내년 3월이 되기 전에 끝내야 한다고 못을 박고 있습니다. 


진 : 한편에서는 수명이 다 된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 연장을 위해 밀양 송전탑을 설치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노후 원전의 가동을 연장하지 않고 그냥 폐쇄하면 밀양 송전탑 설치가 필요 없다는 얘기로도 들리는데요. 


주 : 먼저 고리 1호기가 있는데요, 지금 가동이 일시 중단돼 있습니다만, 1977년 준공돼 정해진 수명 30년 동안 2007년까지 상업운전을 했고요, 거기서 10년 수명을 연장해 2017년까지 가동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3. 고리 지역 핵발전 총량은 10년 뒤 줄어드는데도


정부와 한전의 꽉 막힌 태도에 복장이 터지는 지역 주민들. 경남도민일보 사진.


진 : 그리고요? 고리에는 다른 원자력발전소도 있지 않나요? 


주 :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신고리 3호기 말고도 신고리 4호기가 건설 중이고요, 마찬가지 가동이 일시 중단돼 있는 신고리 1·2호기도 2011년과 2012년에 상업운전을 시작했습니다. 


이밖에 1983년과 85년 86년에 상업운전에 들어간 고리 2·3·4호기도 있습니다. 신고리 5·6·7·8호기는 아직 건설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예정은 돼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고리 1호기가 4년 뒤인 2017년에는 한 번 연장된 수명이 끝나고, 8월 말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6차 장기 송배전설비계획을 따르면 건설하려고 하는 신고리 7·8호기가 경북 영덕의 천지 1·2호기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이런 사정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진 : 간단하게 정리하면, 고리 1호기가 수명 재연장을 하지 않고-지역 주민들 반대도 크니까 말입니다- 신고리 원전 7·8호기까지 건설되지 않는다면 밀양 등지에 들어서는 765kV 초고압 송전선로가 필요 없다는 얘기가 되겠네요. 


주 : 그에 더해 고리 핵발전 2·3·4호기도, 30년 수명을 다 채우고 한 차례 더 10년씩 수명을 연장한다 해도 2023년부터 2026년 사이에 모두 폐쇄됩니다. 


그렇다면 고리와 신고리에 생산되는 전력량은 지금보다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밀양 일대 초고압 송전철탑은 과잉 설비가 되는 셈이지요. 


4. 대한국민을 위하지 않는 대한민국 정부


밀양을 찾은 국무총리 정홍원. 홍준표 선수도 보이고 엄영수 선수도 보입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진 : 하지만 어쨌든 정부는 밀양에 송전탑 설치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지난 11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밀양을 몸소 찾아와 주민들에게 보상을 해주고 지역 숙원 사업도 해결해 주겠다고 밝혔습니다. 


주 : 반대 주민들이 보상 따위는 필요 없다는데도 그럽니다. 추석이 지나고 나서 곧바로 송전탑 설치를 밀어붙이겠다는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입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지역 주민의 희생과 피해가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을 것이 뻔합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진정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면, 적어도 반대가 극심한 상황을 그대로 두고 더이상 공사를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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