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식 동서화랑 관장의 빈소에 다녀왔다. 주민등록상으로는 88세, 본인의 말씀으론 92세였다. 거기서 들은 이야기다.


"송 관장 님은 건강검진을 받지 않으려 했어요. 그래서 그동안 종합검진은 물론 간단한 검진조차 받지 않았죠. 몇 달 전 몸에 무리가 와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검진은 받지 않았죠. 그런데 사위가 설득했어요. 사위가 의사이거든요. 그냥 사진이라도 한 번 찍어보자. 그래서 CT를 찍었는데 간암으로 나온 거예요. 말씀을 할 수 없었죠. 고민하고 있는데, 송 관장이 사위를 불러 결과를 물었다네요. 솔직히 이야기해라고... 그래서 어렵게 말씀드렸더니... 전혀 충격받은 내색을 않으시고...."


이렇게 말하더란다.


"음... 그럼 사형선고는 받은 셈이고, 사형집행은 언제 하는고?"


고 송인식 관장. @경남도민일보 박일호 기자


그렇게 송 관장은 갔다. 검진을 받은 지 2개월만이다. 만일 그 분이 좀 더 일찍 건강검진을 받았더라면 어땠을까? 수술 또는 항암치료를 받았을까? 그리하여 병을 치료하고 더 오래 살 수 있었을까?


얼마 전 읽었던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는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그 책을 다시 찾아봤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


"이보 도오루 교수의 <면역혁명>이라는 책에 보면 암 환자가 왜 증가하고 있는지에 관한 재미있는 설명이 나온다.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너무 잘 찾아내기 때문이고, 너무 센 치료를 먼저 쏟아붓기 때문이라는 거다. 원래 우리 몸 속에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크기가 작은 암들이 생기고 또 저절로 없어지기를 반복하는데, 우리 몸에서 면역력이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덕분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현대 의학은 CT나 MRI 등을 이용해서 불필요하게 아주 작은 암까지 찾아내고는 거기에다가 강도 높은 치료까지 시행하는데, 그렇게 되면 암세포만 타격을 받는 게 아니라 정작 건강한 세포들까지 모두 영향을 받아 파괴되고 이로 인해 면역력은 약해지게 되고 오히려 암이 맹위를 떨치게 될 기회를 마려해주는 셈이 된다는 게 그의 이론이다."


"몇 년 전 어느 저명한 의사 선생님 한 분이 말기 췌장암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진단 받기 바로 두 달 전 본인이 근무하던 대한민국 최고라는 병원에서 고가의 초정밀 검진을 받았고 본인이 직접 검사결과지까지 확인했다고 하는데, 그 때는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었다고 한다.


검진이 모든 병을 다 밝혀내는 요술망치는 아니다. 검진을 통해 질병을 제 때 발견해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 완치할 수 있다면 최상이다. 그러나 검진과는 별개로 살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는다는 느낌이 든다. 찾아내는 데에 시간 쓰고 돈 쓰고 에너지 쓰느니, 그럴 바엔 그 시간에 내 몸의 체력을 기르는데 그 공을 들이는 편이 낫겠다."


"요즘 많은 병원들은, 마치 마트 가면 우유에 요구르트를 덤으로 테이프에 붙여주듯이, 기본 검진에 덧붙여 척추 CT나 MRI를 덤으로 더해주는데, 이렇게 하면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십중팔구 디스크가 나온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고 검진해서 이상 안 나오는 사람 없다. 찾으면 찾을수록 나온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못찾고 대수롭지 않은 것만 찾아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건강검진이 만능은 아니며, 오히려 없는 병을 찾아내 더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느리게읽기)는 현직 정형외과 전문의로 아주대학 의과대 교수를 지냈던 김현정 씨가 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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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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