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지역신문이 자영업자 광고란을 만든 까닭

기록하는 사람 2013. 8. 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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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의 역할과 목표는 '공동체 구축'


지역신문은 스스로 지역의 공론장 역할을 통해 지역공동체(Local Community) 구축과 지역민주주의 실현을 목표로 합니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신문이 지역주민의 두터운 신뢰를 받아야 하고, 주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매체여야 하겠죠.


삶에 도움이 되는 신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그게 동네밀착, 주민(독자)밀착, 생활밀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신문에서 평범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고, 주민들의 사소하지만 절실한 불편은 신문에 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신 정치인이나 행정가, 기업가, 잘 나가는 문화예술인, 그들이 제공하는 잘 정리된 보도자료가 지면을 채웠죠.


신문에 평범한 이웃사람들이나 사소한 주민 불편이 사라진 것은 기득권 집단에 우호적인 신문이거나 비판적인 신문이거나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이걸 소위 '진보언론, 보수언론'으로 나누기도 합니다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경남도청이나 시·군청, 상공회의소, 경찰서 등 출입처 중심의 취재시스템에서는 출입처를 벗어나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행정의 특정 시책에 비판적이냐, 우호적이냐, 또는 노동·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나 주장을 얼마나 많이 실어주느냐 하는 논조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지역민의 삶에 밀착된 신문은 보기 힘들었습니다.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넘쳐나는 신문이어야 


저희가 '동네사람'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평범한 이웃들의 삶을 기사화하고, 그들의 결혼이야기를 매주 소개하고, 일반 독자들이 보내온 축하·응원·격려 메시지를 매일 1면에 싣고 있는 것은 그런 문제의식 때문이었습니다.


매일 1면에 실리고 있는 '함께 ○○해주세요' 코너.


이런 코너를 통해 기자들도'출입처 바깥'의 취재원을 확보해나가고, 독자들도 신문이 더 이상 나와 동떨어진 사람들만 다루는 게 아니라 나와 내 이웃의 이야기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내가 직접 신문에 등장할 수도 있게 되었죠. 그만큼 신문이 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내 옆에서 손만 내밀면 언제든 만질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 덕분인지 요즘 경남도민일보에는 사소하지만 시민들이 정말 불편해하는 일들에 대한 제보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광려천 산책로 곳곳이 균열되고 페인트층이 벗져진 채 방치되고 있다는 제보, 특정지역 인도가 파헤쳐진 채 공사가 중단돼 불편하다는 제보, 도로확장 공사 현장의 주민 불편, 놀이공원이 개장하기 전 미리 입장권을 팔았는데, 약속된 개장일이 늦어져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제보, 한 고등학교 앞 도로가 교통혼잡으로 학생 등하교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제보 등이 그것입니다.


출입처에만 의존해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사실 예전에는 이런 제보가 들어와도 신문에서 비중있게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명색이 경남 전역을 취재범위로 하는 광역지에서 특정지역에 한정된 사소한 불편을 크게 보도할 수 없다는 이유였죠. 하지만 이제 개념이 바뀌었습니다. 특정 소지역 단위의 불편사항이긴 하지만, 유사한 문제가 다른 지역에도 적지 않을 것이므로 대표적인 사례로 여겨 1면 머릿기사로도 올릴 수 있다는 거죠. 또 그런 기사를 본 독자들이 자기 지역의 비슷한 불편사항을 제보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도 있겠죠. 그래서 이런 제보가 연쇄적으로 줄을 잇고 있다고 저희들은 해석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게 동네밀착 보도이고, 영어로는 하이퍼 로컬이라는 겁니다. 저는 이런 제보로 인한 동네밀착 기사가 종합면과 사회면을 온통 채웠으면 좋겠습니다.


기사뿐 아니라 광고도 독자밀착·지역밀착 정보가 되길


그런데, 저는 또 한 가지 욕심이 있습니다. 신문이 진정한 지역밀착, 독자밀착이 되려면 보도기사뿐 아니라 광고도 그래야 한다는 겁니다. 지역신문에 실리는 광고는 대개 그 지역 자치단체나 유관기관, 대학, 대기업, 백화점, 건설업체, 향토기업에서 내는 것입니다. 1회 광고료도 최소 100만 원에서 300~400만 원에 이릅니다.




그러다 보니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광고를 하고 싶어도 비싼 광고료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자유로운 광고'와 '자영업자 전용 광고' 지면입니다. 앞엣 것은 개인과 비영리 민간단체가 1만 원~30만 원 사이에서 '형편대로' 광고료를 내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뒤엣 것은 말 그대로 자영업자를 비롯한 개인사업자, 소상공인이 이용할 수 있는 광고란입니다. 이는 5만 원에서 50만 원까지 역시 '형편대로' 내면 됩니다.


광고 의뢰 및 제작과정도 간소화했습니다. 매일 오후 4시까지 메일로 광고 문구와 이미지 파일을 보내고, 계좌로 광고료를 입금하면 내일자 신문에 바로 실립니다. 세금계산서 또한 전자메일로 전송해드립니다.


2011년 11월 15일 1개 면에서 시작된 '자유로운 광고'는 이제 2개 면으로 확실하게 정착되었습니다.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나 노동, 여성, 복지 등 거의 모든 비영리단체에서 행사나 모임을 알리는 지면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개인의 의견이나 주장도 이 광고란을 통해 실립니다. 따라서 '자유로운 광고'는 단순한 광고가 아니라 지역에서 어떤 행사나 활동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정보창고가 되었습니다.




최근 8월부터 시작된 '자영업자 전용광고'도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자유로운 광고보다 광고료가 조금 더 비싼만큼, 자영업자 광고는 컬러 면에 실립디다. 개업 소식이나 상품 홍보는 물론 작은 출판사의 책 광고도 가능합니다. 저는 이런 광고 또한 '지역밀착·독자밀착 정보'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주민이 저렴한 가격으로 무엇이든 알리거나 광고할 수 있는 신문이야말로 지역신문의 존재 이유 중 하나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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