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언론 통제용 명예훼손 소송 당해봤더니...

기록하는 사람 2013. 7. 2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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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도지사의 기자 상대 손배 소송


요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와 관련, 비판적인 보도를 한 기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각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일이 경남도민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를 일컬어 승소가 목적이 아닌 비판보도를 차단하기 위한 '전략적 봉쇄소송'(SLAPP, 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 다시 말해 '언론 통제용 소송'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사실 이런 식의 소송은 홍 지사가 처음은 아니다. 나 역시 지난 2003년 당시 황철곤 마산시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당한 적 있다.


마산시가 조두남 기념관 건립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두남의 친일문제가 제기되었고, 그 과정에서 내가 기념관 내부 전시물 등을 결정하는 설계자문위원회의 명단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정보공개를 신청했다. 그러나 마산시가 이를 거부한데 대해 폐쇄적 행정을 지적하는 비판보도를 하자 악의적 비방보도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기자 김주완과 그의 후배기자 박근철을 상대로 소송을 냈던 것이다.


이 소송으로 나는 본래 업무 외에 법적 공방을 위한 반박문(준비서면)을 5~6차례나 작성해 법정에 제출해야 했고, 재판에 참여하느라 수많은 시간과 정력을 낭비해야 했다.


내가 황철곤 시장에게 당했던 손배 소송 결과


그로부터 1년 만에 법원은 황철곤 시장의 청구가 '이유없다'며 나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04년 4월 8일 창원지법 제3민사부(재판장 조원철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언론기관의 보도와 관련한 불법행위 책임을 판단함에 있어 표현 내용이 공적관계에 관한 것인가, 사적관계에 관한 것인가에 따라 차이가 있다”며 “경남도민일보 기사의 전체적 취지나 인상·관련 인물과 사안의 공공성·사회성 등을 종합했을 때 시장과 시의 명예나 신뢰를 침해 또는 실추시켰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증거도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자신의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출두하고 있는 황철곤 전 마산시장. @경남도민일보

재판부은 “오히려 조두남 기념관 기념사업이 시의 주도로 시작됐고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은 점, 설계자문위원들을 시가 위촉한 점 등을 감안하면 설계자문위원들도 공인의 지위를 가진다”며 “(그들이) 공인이라면 그 이름이 자신이 의욕하는 바와 달리 어느 정도 알려지고 공개되는 것을 일반인도 예상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전체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들은 원고들을 비난하는 기사 외에도 조두남의 공과를 함께 기록한다거나 기념관의 용도를 바꾸자는 등의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도 게재하였고, 전체적으로 조두남의 친일 행적에 대한 의혹을 밝히고자 하는 의도에서 작성돼 여론을 형성하고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계·문학계·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시민위원회가 설립되어 조두남기념관이 마산음악관으로, 노산문학관이 마산문학관으로 각 명칭이 변경된 면 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봉쇄 소송 규제법 우리도 만들어야


이렇게 승소하긴 했지만, 1년 동안 그 때문에 고생한 걸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오죽하면 내가 다시 황철곤 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1년 동안 든 비용과 정신적 피해보상을 청구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변호사는 '실익이 없다'며 만류했고,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경남도민일보 진영원 기자가 쓴 기사를 보니 "미국에서는 이미 '반봉쇄소송법' 또는 '봉쇄소송 규제법'(Anti-SLAPP Law)을 만들어 이 소송의 악의성을 차단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3∼4년 전부터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크게 공감되는 주장이다. 특히 고위관료나 권력자들의 소송 남용은 반드시 규제해야 할 일이다. 기록 차원에서 2004년 당시 판결문을 첨부해둔다.


그리고, 그렇게 나를 괴롭혔던 황철곤 시장은 2012년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실형을 살았고, 그의 부인도 직선거법 위반과 제3자뇌물요구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는 사실도 기록해둔다.


판결문('판단'부분 발췌)


이 사건과 같이 언론기관의 보도와 관련한 불법행위 책임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표현된 내용이 사적 관계에 관한 것인가, 공적 관계에 관한 것인가에 따라 차이가 있는 바,


즉 당해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사회성을 갖춘 사안에 관한 것으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닌지 등을 따져보아 공적 존재에 대한 공적 관심사안과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 간에는 심사기준의 차이를 두어야 하며,


당해 표현이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보다 명예의 보호라는 인격권이 우선할 수 있으나,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그 평가를 달리하여야 하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며, 피해자가 당해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의 여부도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37531 판결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이 경남도민일보 등에 원고들을 비난하는 취지의 기사 등을 게재하였으나, 과연 기사의 전체적 취지나 인상을 종합할 때 피고들의 기사 게재가 관련 인물과 사안의 공공성, 사회성에 비추어 위법하게 원고들의 명예나 신뢰를 침해 내지 실추시켰는지에 대하여 살피건대,


갑 제1호증의 1~6, 갑 제9호증의 1~6, 갑 제10~11호(각 가지번호 포함)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이 사건 조두남 등에 대한 기념관 건립은 마산 개항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원고 시의 주도 아래 시작된 점, 이와 관련하여 원고 시는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은 점, 그 설계자문위원들도 원고 시가 위촉한 점, 설계자문위원들의 업무에는 기념관내 전시내용을 결정하는 것도 포함된 점, 원고 황철곤은 원고 시의 시장으로서 조두남 등 기념관 건설업무를 수행하였던 점, 당시 ‘말’지의 보도로 인하여 조두남의 친일행적이 문제되어 피고들이 조두남의 친일 의혹에 대한 기사를 작성, 게재하였고, 원고들도 이에 대하여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등에 확인 작업을 벌인 점,


피고들이 원고들을 비난하는 기사를 작성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피고 김주완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원고 시의 부분공개결정인 점, 그 후 조두남 기념관은 마산음악관으로, 노산문학관은 마산문학관으로 각 명칭이 변경된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1~7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갑 제9~1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을 제1~4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을 제7호증,을 제9~13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들의 원고들을 비난하는 기사 외에도 조두남의 공과를 함께 기록한다거나 기념관의 용도를 바꾸자는 등의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도 게재하였고, 조두남 기념관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계, 문학계, 음악계, 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시민위원회가 설립되어 다각적 논의가 이루어진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조두남 기념관 건설은 공적인 문제라 할 수 있고,


원고 시의 시장인 원고 황철곤 뿐만 아니라 그 전시 내용을 결정하는 등의 업무를 위해 원고 시에 의하여 위촉되어 활동한 설계자문위원들도 공인의 지위를 가지며, 공인이라면 그 이름이 자신이 의욕하는 바와 달리 어느 정도 알려지고 공개되는 것을 일반인도 예상할 수 있고,


피고들의 기사내용이 원고들을 비난하는 내용도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조두남의 친일행적에 대한 의혹을 밝히고자 하는 의도에서 여론을 형성하고 관심을 불러일으킨 면을 부정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피고들의 행동이 위법행위로 평가될 정도에 이르렀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나머지 점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없이 이유없다.


우리의 승소 판결 후 '화이팅'을 외쳤다. 왼쪽부터 정봉화, 구주모, 김주완, 조재영, 권범철, 이승환.


원고들은 피고들이 원고 마산시의 정보 공개 부분공개를 비난하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국무총리 훈령에서 정보공개의 예외사유를 제외하여 사실을 왜곡 보도하였고, 이것이 공익을 위한 것으로 보기도 어려워 피고들에게 불법행위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므로 살피건대,


언론기관의 기사의 진실성을 판단함에 있어 적시된 사실의 중요부분이 전체적으로 진실과 합치되면 족하고, 세부에 있어서 다소의 윤색이나 과장이 있다고 하여 이를 허위라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갑 제1호증의 1~6, 갑 제9호증의 1~6, 갑 제10호증의 1~6,을 제1~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을 제4호증의 1~3,을 제8호증의 1~8,을 제9~10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들의 원고들의 정보공개를 촉구하는 의미에서 국무총리 훈령을 인용한 사실, 위 국무총리 훈령 제정의 취지는 행정정보 공개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 사실, 피고들의 보도로 인하여 각계 인사로 구성된 시민위원회가 설립되어 다각적 논의가 이루어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이어서


위와 같은 기사 게재의 동기 및 전체적인 맥락에 비추어 볼 때 본 건은 친일 의혹을 가진 사람에 대한 기념관 건립을 막기 위해 공개적 논의와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이를 강조하려는 과정에서 다소 과장하여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전체적으로 보면 본건 기사 내용이 허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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