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여름에 걷기 좋은 남해 바래길 으뜸 코스

김훤주 2013. 6.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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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가 경남풀뿌리환경교육센터와 공동 주관하는 2013년 경남도민 생태역사기행이 6월에는 19일 수요일에 남해로 갑니다. 남해 푸른 바다에서 건져 올린 녀석으로 만드는 멸치쌈밥도 먹습니다. 먼저 보리암으로 갑니다.

 

보리암은 이미 너무 많이 알려져 따로 소개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버스 종점에서 내려 700~800m 걷는 수고로움은 있지만 여기 서면 오장육부 내장까지 시원해집니다. 이 때쯤이면 날이 다르게 무성하게 짙어가는 초록을 시리도록 눈에 담을 수 있을 것입니다.

 

보리암에서 우뚝 솟은 금산은 그 산줄기가 상주해수욕장으로 이어지면서 넌출넌출 보기 좋은 풍경을 뿌려놓습니다. 산줄기는 바다에 몸을 담근 뒤에도 줄곧 끊어지지 않아 점점이 섬들을 동동 띄웠습니다.

 

 

보리암은 대단한 기도처이기도 합니다. 여기 관세음보살은 사람이 빌면 적어도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고 합니다. 여기 가셔서 무엇을 빌고 싶으신가요? 저는 제발 욕심이 좀 사라지도록 해 주십사 빌고 싶습니다.

 

욕심이 만악(萬惡)의 근원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돈 욕심, 명예 욕심, 자리 욕심, 남보다 잘나고 싶은 욕심, 남들한테 인정받고 싶은 욕심, 남 못지 않게 깨끗하게 살고 싶은 욕심.

 

 

공자가 인생 일흔에 누리게 됐다는 군자삼락 가운데 마지막,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가 나지 않으니 마땅히 군자가 아닌가) 이런 마음가짐에 이르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욕심이니 생긴대로 사는 수밖에 없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멸치쌈밥은 물론 마산에서도 먹을 수 있습니다. 통영에서도 먹을 수 있습니다. 남해 멸치쌈밥이 으뜸이라 하지는 않겠지만 그 싱싱함은 아무래도 다른 지역에 견주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와 더불어 소주나 막걸리 따위를 반주로 한 잔 걸치면 썩 훌륭하겠습니다.

 

풍성하게 점심을 챙겨 먹은 다음에는 대량마을에서 상주해수욕장까지 바래길을 두어 시간 걷습니다. ‘바래길 사람들’의 송홍주 회장께서 몸소 추천해 주신 루트입니다. 더울 때 마음 놓고 걸을 수 있는 좋은 길을 골라 주십사 부탁드렸더니 여기를 뽑아주셨습니다.

 

절반은 그늘 내려앉는 숲 속 오솔길이고, 절반은 바람이 시원한 바다를 낀 길이라 했습니다. 같은 바래길이라도 가천 홍현 지나는 길은 내려다보이는 바다가 멋지고 덩달아 눈맛도 시원하지만 도로가 아스팔트여서 팍팍하고 뜨겁습니다. 여기 이 길은 가파르지 않으면서도 흙 따위로 덮여 있습니다.

 

가천마을 전경.

 

게다가 5월 하순 답사하러 들렀을 때는 잘 익은 산딸기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30분남짓밖에 따지 않았는데도 바구니가 수북해지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나중에 가져와서 보니 시장 좌판에 3000원이라고 해 놓고 파는 더미로 쳐서 열 개는 되지 싶었습니다.

 

이번에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어쩌다 운 좋은 사람에게는 산뽕나무 오디가 걸려들는지도 모르는 노릇이겠습니다. 걸려들지 앟아도 그만이겠거니와, 갖은 풀꽃이 피어나고 파도도 넘실댈 것이기에 그런 정도 따위에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겠지요.

 

홍현마을 넘어가는 길에서. 이번 담사 때 사진을 찍지 못해 이렇게 다른 사진으로 땜질합니다.

 

송홍주 바래길사람들 회장은 여기 이 길이 두 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지만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길이가 그런 정도까지 되지는 않는 것 같은데, 송홍주 회장 말씀은 아마 바삐 걷기만 하지 마시고 이리저리 눈길도 던지고 발길도 돌리는 그런 걷기가 기준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상주해수욕장은 참 좋습니다. 물이 맑고 고우며 하얀 모래 또한 나무랄 데 없이 깨끗하지만 만약 우거진 솔숲이 있지 않다면 지금과 같은 호평은 받지 못하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아무리 더운 여름날에도 여기 들어가면 넘치도록 그늘을 즐길 수 있습니다.

 

 

시원하게 핥아대는 바람까지 끊임이 없으니 바깥에서는 땀을 흘리다가도 여기 들면 소름이 돋을 지경입니다. 게다가 솔숲 그윽한 느낌까지 함께 누릴 수 있습니다.

 

솔숲 그늘 바깥 뙤약볕에서 청춘 남녀 거닐거나 뛰어노는 모습이, 마치 딴 세상 일인양 여겨집니다. 어쩌면 그럴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로, 소리가 나지 않는 무성(無聲)영화가 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스르륵 펼쳐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저는 여기 솔숲 그늘이 그래서 참 좋습니다.

 

 

 

참가비는 3만원입니다. 경남람사르환경재단 지원을 받기 때문에 헐한 편입니다. 람사르재단은 습지를 비롯한 자연생태계가 주는 즐거움이나 이로움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체득하도록 하고 또 널리 알리기 위해 이런 지원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선착순 20명입니다. 나머지 20명은 지역사회에 서비스로 제공됩니다. 신청·상담은 055-250-0125, 010-8481-0126, haettane@gmail.com으로 하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Orz.....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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