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마을 바다 역사 문화 체험, 연대도서 통째로

김훤주 2013. 6.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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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의 2013년 어린이·청소년 프로그램은 여행 체험으로 잡았습니다. 지난해는 역사체험단이었습니다. 공부보다는 놀이를 중시해야 맞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공부를 많이 해서 문제고 제대로 놀지 못해 문제인 세상입니다.

 

제대로 놀아본다 해도 세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개개인이 잘 사는 능력, 세상을 제대로 즐기고 누릴 줄 아는 능력을 기르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사실 아이들 교육은 목표가 출세 따위가 아니라 잘 살기에 놓여져야 마땅합니다.

 

해딴에는 어린이·청소년 여행 체험을 통해 아이들 감수성과 상상력과 활동력이 많이 나아지고 함께 어울림으로써 서로에 대한 서로의 이해와 배려가 커지는 데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 개인의 삶도 좋아지고 세상 사람 전체의 삶도 나아지겠거니 여깁니다.

 

어릴 때 이런 체험이 인생 항로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겠습니까?

 

1. 통영 연대도는 어떤 곳일까?

 

2013년 어린이·청소년 여행 체험은 통영에서 시작했습니다. 오랜 옛날 청동기 시대 유적이 발견됐던 연대도를 찾았습니다. 연대도는 이른바 에코 아일랜드입니다. 전기를 비롯한 에너지 소비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고, 마을 만들기로 동네를 새로 꾸미기도 했습니다.

 

연대도에는 에너지 소비가 제로(0)인 마을회관이 있습니다. 더우나 추우나 열기나 냉기가 드나들지 못하도록 차단한 패시브(Passive) 하우스입니다. 일부러 환기를 하지 않으면 공기가 통하지 않아 숨이 막혀 죽을 정도라고 합니다.

 

게다가 햇빛 발전도 합니다. 이렇게 해서 동네 사람들이 한 해에 내는 전기요금이 1만원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햇빛 발전을 통해 생산되는 전기는 이 동네 공공건물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집에까지 공급이 됩니다.

 

어쨌거나 아이들은 무척 신이 났습니다. 연대도 들어가는 배를 타면서부터 그랬습니다. 바닷가나 섬이 아닌 뭍에 사는 아이들이다 보니 배를 타고 바다를 가르는 자체가 재미있고 신기한 것입니다. 연대도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20분 남짓한 거리에 있었습니다.

 

 

2. 화석 에너지 소비가 거의 없는 연대도

 

그 거리를 달리면서 아이들은 바다를 향해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너울대는 갈매기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차가운 바람을 맞지 않으려고 기관실로 들어가 앉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연대도에 가닿았습니다. 오늘 설명을 해 주실 선생님이 맞아주셨습니다.

 

 

선생님은 먼저 우리나라 최초 공공건물 패시브 하우스인 마을회관으로 이끌었습니다. 마을회관은 전혀 춥지 않았습니다. 공기를 100% 차단하기 때문입니다. 공기를 차단하니까 차가운 바깥 날씨가 안으로 들어갈 여지가 없습니다.

 

 

마을 햇볕발전시설도 일러주셨고요, 그 덕분에 전기가 절약돼 패시브하우스는 전기요금을 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마을을 둘러봅니다. 집집마다 대부분 문패가 붙어 있습니다. 문패는 연대도 섬처럼 모양이 생겼습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납니다. 고샅고샅 둘러보니 재미난 거리들이 많습니다. 여기 우물도 그런 하나입니다. 무슨 대학교가 언제 와서 이렇게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개를 좋아하나 봅니다. 하나 같이 이 털북숭이 커다란 개를 쓰다듬고 사진 찍고 법석입니다. 개도 이렇게 아이들이랑 어울리니 좋은 모양입니다. 길다란 꼬리가 쉴 새 없이 흔들립니다. 기다리다 못한 제가 어서 가자고 서두릅니다.

 

 

마을을 세로 질러 올라가면 낭떠러지가 나타납니다. 섬에 자리잡은 마을은 대체로 남향을 하지 않고 북향 또는 북서향을 한답니다. 태풍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이려는 목적입니다. 여기 연대도도 그러한데 태풍은 대체로 남동쪽에서 몰려옵니다.

 

3. 조그만 몽돌해수욕장과 호젓한 지겟길

 

여기 낭떠러지도 섬의 남동쪽에 있습니다. 여기 서면 아래로 20m넘게 까마득합니다. 그런데 2003년 태풍 매매 때는 해일이 이 절벽을 넘어 마을을 덮쳤다고 했습니다. 엄청납니다. 어쨌거나 여기 풍경이 매우 멋집니다.

 

 

오른편으로 가면 낭떠러지를 왼편으로 두고 줄이어 걸을 수 있는 길이 이어집니다. 이를테면 벼랑길, 비리길입니다. 연대도에서는 옛날 지게 지고 걷던 길이라 해서 이름이 지겟길입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함께하기 때문에 여름에도 바람이랑 그늘이 시원합니다.

 

 

앞으로 곧장 내려가면 몽돌해수욕장입니다. 손바닥만합니다. 조그만 섬에 어울리는 크기입니다. 이런 데 와서 보면 압니다. 여기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이기 때문에 몽돌 같은 자연물을 들고 나가면 안 됩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정해져 있고 그래야 자연생태가 다치지 않는단다, 일러주면 그대로 합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아무리 일러줘도 자기 욕심만큼 기어이 들고나갑니다. 아이들도 욕심이 없지 않지만, 침이 꼴딱 넘어가도록 군침이 돌지만, 꾸욱 참고는 맙니다. 어떤 때는 옆에 있자면 어금니 깨물리는 소리가 진짜로 들리기까지 할 지경입니다.

 

4. 체험 센터에서는 에너지 생산의 힘듦을

 

여기서 조금 노닐다가, 능선을 따라 마을 뒤쪽으로 해서 에코아일랜드체험센터로 가 점심을 먹습니다. 옛날 연대초등학교 자리입니다. 학교가 문을 닫고나서 새롭게 태어난 공간입니다. 마당에는 발전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들이 놀이를 겸하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여기 있는 시소나 자전거를 타면 전기가 생깁니다. 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힘이 듭니다. 그렇게 힘이 들어야 전기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느끼게 하고 그것을 절전으로 이끕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여기 있는 모든 것이 그렇게 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저 신이 났습니다.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어쩌면 먼저 타겠다고 다툴 법도 한데, 그런 아름답지 못한 일은 전혀 생기지 않습니다.

 

5. 동남아시아 사람도 있었던 신석기 시대의 연대도

 

선생님은 이런 조그만 연대도에, 7000년 정도 전에도 사람이 살았다는 얘기도 들려줍니다. 아이들은 귀를 쫑긋 모읍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얘기여서 관심이 가나 봅니다. 그런 자취가 지금도 남아 있다고 했습니다. 조금만 땅을 파도 바로 쏟아져 나오는 그릇 조각들이 그 증거라고 했습니다.

 

 

게다가 여기서 신석기 시대 사람 뼈가 발견되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키가 작았습니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조사해 봤더니 지금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 조상이 아니고 동남아시아에 사는 사람 조상이더라고 했습니다. 연대도 신석기 시대 당시에는 무역기지였던 셈입니다.

 

또 화살촉도 나왔는데, 흑요석(黑曜石)으로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까맣고(黑) 반들반들한(曜) 화산암(石)인데, 화산이 폭발할 때 만들어지기 때문에 저마다 성분 구성이 다르다고 합니다. 성분을 따져보면 바로 출신지를 알 수 있는 셈입니다. 

 

여기서 나온 흑요석은 일본에 1800년대 후반 점령당한, 큐슈 북부 사가현 코시타케가 원산지로 밝혀졌습니다. 그 먼 옛날에 이런 문물 교류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얘기를 들은 아이들이 마음 속으로 어떤 감흥이 부풀어 오른 모양입니다.

 

저마다 막대를 하나씩 구해 땅을 비집습니다. 거기서 이런저런 그릇 조각들을 찾아냅니다. 집에 가져가고 싶지만 여기는 그런 반출이 금지돼 있는 한려해상국립공원입니다.

 

아이들 간절한 눈초리를 지켜보던 선생님이 슬쩍 딴전을 부립니다. 그 틈을 타서 저는 이 친구들 귀에다 대고 “괜찮지 않겠나, 하나쯤은?” 부추깁니다. 아이들 얼굴이 환해집니다.

 

6. 게나 고동이나 해안 체험

 

마지막으로 해안 체험입니다. 에코센터 넘어 밭두렁을 타고 성큼 더 들어간 거기 바닷가에서 센터까지 다시 걷습니다. 선생님은 이런저런 설명을 끼얹습니다. 아이들은 그냥 마냥 모래랑 바위랑을 건너다니며 놀기에 바쁩니다.

 

신석기 시대 이야기를 들은 뒤끝이라 이렇게 돌을 돌로 갈아보는 모습입니다.

설명과 놀이가 버무려집니다. 들으면서 메모까지 하는 친구도 있고 바위까지 뒤집어가며 게나 고동 같은 것 찾는 재미에 빠져버린 친구도 있습니다. 선생님은 이런 조그만 생물들이 생태계에서 어떤 구실을 하는지 일러줍니다.

 

이런 조그만 생물들이 있지 않다면 더러워진 물이 정화되는 일도,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어치우는 일도 없습니다. 그러면 바다는 바다가 아니게 됩니다. 또 먹이사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답니다. 하늘을 나는 철새나 바다 속에 있는 크고작은 물고기들이 살아나지 못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이렇게 찾아와 놀지도 못하게 됩니다. 하하.

 

7. 통영해양수산과학관에서도 체험하고

 

배를 타고 돌아나옵니다. 마지막 통영해양수상과학관에 들릅니다. 여기서는 통영의 어업을 시대별로 훑어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그런 따위는 중요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 번이라도 더 자기 몸을 써서 체험하는 것입니다.

 

돌아나오는 길에 만난 연대도 아저씨. 조개를 캐시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 번 몸이 기억을 하면, 그 기억은 어쩌면 평생토록 이어질 정도로 강력하고 끈질깁니다. 바로 이게 남는 것입니다. 통영해양수산과학관은 아이들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했습니다.

 

8. 6월 어린이청소년 여행 체험은 함안 남강에서

 

 

돌아오는 길까지 즐겁고 뿌듯한 까닭은 아마도 여기에 있지 싶습니다. 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가 마련하는 6월의 어린이·청소년 여행 체험은 16일 셋째 일요일 함안 법수 남강으로 갑니다. 거기에는 악양제 기다란 둑과 길이 있고 토끼풀 따위가 왕성하게 피어 있는 둔치가 아주 너릅니다.

 

둑과 길에는 갖은 꽃들이 줄지어 피어나 있고요, 둔치에는 일부러 심지 않고 저절로 피어나서 더욱 아름다운 야생 풀꽃들이 지천입니다. 또 악양제 끄트머리에는 크지는 않지만 아이들 어울려 놀기에는 그지 그만인 공원이 하나 달려 있습니다.

 

 

이번에 아이들 보내실 때는 여벌 옷을 하나 꼭 챙겨주셔야 하겠습니다. 촛대로 쓸 수 있는 솟대를 만드는 체험도 진행합니다. 남강 넉넉한 물길을 통째 눈에 담을 수 있는 악양루에도 오릅니다. 문의·신청·상담은 055-250-0125, 010-8481-0126. 참가비 4만5000원.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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