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요즘 보기 드문 남해 해물집과 함안 국수집

김훤주 2013. 6. 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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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미조해물촌'과

함안 법수의 '소나무집'

 

5월 25일 토요일 합천 초계에서 우리밀 밀사리에 참여해 점심 국수 한 그릇을 얻어먹고는 남해로 길을 돌려잡았습니다. 6월 19일로 예정돼 있는 생태·역사기행 네 번째 여정을 답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보리암과 바래길과 상주해수욕장을 거치니 저녁 6시가 다 됐습니다.

 

돌아나오는 길에 미조에 들렀습니다. 저녁을 먹기 위해서였습니다. 채널A 이영돈 PD가 진행하는 <먹거리 X파일>에서 착한 식당으로 지정됐다는 전복죽집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수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마도 확장을 하는 모양입니다.

 

저으기 실망하는 마음을 안고 나와 밥집 한 군데를 들렀습니다. 해물탕을 주문했더니 해 놓은 밥이 없어서 내어오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밥이 아닌 전복죽은 된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냥 나와 다시 다른 밥집에 들어갔습니다.

 

해물탕은 하지 않는 해물 전문점 '미조 해물촌'

 

‘미조 해물촌’이었습니다. 여기서도 해물탕은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다시 옮겨가기 귀찮아서 그냥 해물 모둠 하나랑 전복죽을 주문했습니다. 전복죽도 알알이 국물이 배이고 전복 맛이 배인 것이 나쁘지 않았지만 해물 모둠이 더욱 좋았습니다.

 

 

킬링(killing=죽여주는) 해물 모둠이 제 몸을 힐링(healing)해주는 그런 느낌이었지요. 그렇지만 해물탕을 주문했는데도 먹지 못한 아쉬움은 남았습니다. ‘왜 하지 않을까?’ 스스로 묻고는 ‘아마 이문이 적어서 그러겠지’ 스스로 답했습니다. 어쨌거나 마뜩찮았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다 먹고 계산까지 마치고 짐짓 지나가는 말투로, “해물탕은 왜 안 해요?” 물었습니다. “중국산밖에 쓸 수 없어서 안 하는데요.” 이랬습니다. 저는 그러려니 여기면서 나오는데 다른 일행이 들어오면서 자리에 앉기도 전에 해물탕을 주문했습니다.

 

당연히 해물탕 안 하는데요, 라는 말을 들었겠지요. 일행은 물었습니다. “해물촌에서 해물탕을 안 한다니 말이 돼요?” 그러니까 주방에서 제대로 된 답이 들려왔습니다. “여기 해녀들은 조개나 게 같은 것은 안 잡거든요. 해물탕에 넣으려고 그런 것을 사려 해도 중국산밖에 없어서 하지 않습니다.”

 

일행은 바로 떠나갔지만 저는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남해 바닷가 미조에서 이러나저러나 해물탕을 내놓으면 대부분은 그 바다에서 나는 해물로 만든 줄 여길 텐데도 그랬습니다. 그 밥집 차림표를 보니 원래는 해물탕이 메뉴로 올라가 있었는데 요즘 들어 지웠는지 흐릿하게 가려져 있었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었겠지 싶었지만 크게 궁금하지은 않았습니다. 이렇거나 저렇거나 결론적으로는 이렇게 손님 주문은 채워 주지 못할지언정 속일 요량은 하지 않겠노라 여기는 밥집을 만나 좋았습니다. 다음에 또 오고 싶은 기분이 확 들었습니다.

 

이런 밥집도 만났습니다. 한 주일 뒤인 6월 2일 일요일입니다. 함안 법수 소나무집에 저녁 나절 들렀습니다. 6월 16일 치르는 어린이·청소년 여행 체험 답사 걸음이었습니다. 애초에는 들깨국수를 먹어야지 작정을 했더랬습니다. 예전에 와서 먹어본 혓바닥이 그리 이끌었습니다.

 

소나무만큼 청정한 재료를 쓴다는 함안 소나무집

 

그랬더니 주인은 가을철인 10월 1일부터 들깨국수를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봄철 또는 여름철입니다. 대신 ‘아싸가오리비빔국수’를 권했습니다. 같은 여름철 음식인 콩국수를 먹고 싶다고 했으나 지금은 준비가 안 된다면서 거절했습니다.

 

오늘 장만해 둔 콩국이 있기는 하지만 적당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이 집 주종목이라는 ‘아싸! 가오리 비빔국수’를 주문했습니다. 금세 나왔는데 그럴싸했습니다. 비빔국수에 섞여 가오리 무침이 나왔는데 제 입에는 좀 센 편이었습니다만 면발 양념은 조금 심심한 것이 딱 좋았습니다.

 

 

맛나게 훑어 먹었습니다.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는 점심만 합니다. 그런데 아까부터 손님이 끊어지지 않고 줄곧 이어져서 아직도 접지 못했습니다. 이제라도 손님이 찾아왔으니 바로 내놓았습니다.” ‘이런 가로늦게 찾아왔는데도 호강을 한 셈이로구나.’

 

“오늘 장만한 콩국은 어지간하면 맛이라도 보시라 권하려 했는데 버려야겠어요. 녹은 물을 보니 지나치게 묽은데다 상했는지 아닌지 위생 상태도 알 수 없으니 어쩔 수가 없어요.” ‘자칫 잘못했으면 상한 콩국수를 먹고 배탈을 할 뻔 했구나.’

 

물었습니다. “콩은 무슨 콩을 쓰세요? 국산 콩을 쓰세요?” “옆집 할머니한테 사서 써요. 농사를 제법 크게 짓거든요. 국적을 알 수 없는 콩가루를 물에 타서 내놓는 집도 많지만 저희는 아침마다 콩을 삶고 그렇게 삶은 콩을 다시 갈아서 내놓아요.”

 

“그러면 들깨는요?” (물론 여름철인 지금은 취급하지 않습니다.) “말도 마세요. 들깨는 한 말을 사도 갈아 놓으면 얼마 안 돼요. 옆집 할머니 농사 지은 것을 사는 것은 똑같아요. 어쨌든 그것도 날마다 갈아서 씁니다.”

 

그렇지, 하나를 하더라도 저렇게 제대로 하면 잘할 수 있지,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그런데 주인 아주머니 들으셨나 봅니다. “맞아요, 옛날에 진짜 어려울 때는 이런저런 욕심에 열 가지도 넘게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안 합니다. 일손도 덜합니다.”

 

그러면서 모자라면 더 달라고 주문하라고 합니다. 여기 소나무집은 꼽배기가 없답니다. 그냥 더 달라고 하면 한 덩어리 더 삶아서 내놓기는 하지만, 그에 따른 대가를 돈으로 더 받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실은 이런 것이 제대로 하는 장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밥집 다른 데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6월 가기 전에 함안 법수 갈 일이 또 있는데 그 때는 일부러라도 소나무집에 들러야겠습니다. 10월 지나서도 꼭 함안에 갈 일을 만들어야겠습니다. 그래야 핑계 대고 ‘한 말을 갈아도 얼마 안 되는’ 들깨 가루로 만든 국수를 먹을 수 있겠거든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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