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광려천 환경정비가 부실인 또다른 까닭

김훤주 2013. 5.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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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광려천 산책로는 시공 잘못으로 부실해졌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롯데마트 삼계점 앞 광려천교에서 시작해 동신아파트가 있는 중리교까지 이르는 왕복 5km정도 되는 거리에 대한 광려천 환경정비사업에서 또다른 부실을 하나 짚어보려 합니다.

 

29일 저는 블로그를 통해 여기 둔치에 놓인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곳곳이 깨어지고 틈이 벌어지는 잘못이 있다고 적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시공을 잘못한 탓도 없지는 않겠지만 근본 원인은 재료 또는 공법에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만약 우레탄이나 아스콘 같이 단일한 재료를 써서 아래위 구분 없이 통째 하나로 깔았다면 지금처럼 갈라지거나 깨어지거나 벌어지거나 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으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광려천 산책로(녹색)와 자전거도로(붉은색)는 그렇지 않습니다. 가장 아래에 ‘콘크리트 포장’을 한 다음 그 위에 ‘도막형 바닥재’를 2중으로 깔아 붙이고는 경계석으로 가장자리를 둘러 마감했습니다. 그래서 접착을 두 차례 해야 했습니다. 콘크리트 포장과 도막형 바닥재 사이, 그리고 도막형 바닥재와 도막형 바닥재 사이…….

 

광려천 둔치 산챌와 자전거도로. 오른쪽에 창포가 보입니다.

 

이런 방법이 당장 드는 돈은 적을는지 몰라도 단일한 재료로 통째 시공했을 때와 견주면 훨씬 튼튼하지 못한 결과를 내올 것은 바로 뻔히 보입니다. 접착을 두 번 했다는 말은, 나중에 떨어져 갈라질 수 있는 틈이 두 군데 있다는 말과 같으니까요.

 

게다가 여기는 둔치입니다. 언제라도 강물이 넘쳐흐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말하자면 물기에 충분히 강한 재료와 공법을 써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더욱이나 큰물이 지면 그 홍수가 머금는 엄청난 에너지와 자갈·모래·바위 따위에 부딪히는 충격까지도 견뎌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단일한 재료가 아니라 두 가지 재료를 썼습니다. ‘콘크리트 포장’과 ‘도막형 바닥재’가 물기나 열기 여부에 따라 팽창하거나 수축하는 정도가 같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 둘은 언제라도 쉽게 떨어질 수밖에 없고, 실제로 진행된 현실도 그러합니다.

 

2. 변소도 쓰레기통도 하나 없다

 

 

그런데 산책로만 놓고 보면 이런 정도에서 문제가 그치고 말지만, 이른바 ‘광려천 환경정비사업’ 전체를 두고 보면 곳곳에 부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 10년 동안 수해 방지 또는 생태하천 조성 같은 여러 명목으로 적지 않은 예산을 들인 뒤끝이 이렇습니다.

 

먼저 작은 문제부터 짚어보겠습니다. 눈높이를 지역 주민들에게 맞추지 않은 결과입니다. 롯데마트 삼계점 광려천교에서 동신아파트 중리교까지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광려천 양쪽으로 둔치에 나 있습니다.

 

대략 4.5km라고 하는데요, 이 구간에 쓰레기통도 하나 없고 급할 때 오줌을 눌 수 있는 변소도 하나 없습니다. 물론 관리가 어렵다는 측면도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주민을 위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는 충분히 문제로 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런 각진 마감도 보기가 좋지는 않습니다.

 

3. 나무도 그늘도 없이 바위만 덩그라니

 

둔치 조경이 허술해 보이는 부분도 짚어 마땅하다고 저는 여깁니다. 여태 이를 두고 주민 의사를 확인하고 반영하는 작업이 있었던 것 같지 않은데, 그러다 보니 이렇게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둔치 곳곳에 일부러 갖다 심은 바위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지나가다 여기 앉아 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곁에 나무가 있어서 그늘을 만들어줘야 좋을 텐데, 그런 식으로 궁합을 맞춘 바위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평평하게 다듬은 둔치에 심어놓은 잔디 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이렇게 메마른 잔디가 뿌리를 잘 내릴 수 있을는지도 미심쩍습니다만, 제대로 된다 해도 문제는 있습니다. 인공으로 잔디밭을 만들면 사람이 관리를 해야 하고 그러려면 비용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갈대와 여러 잡풀들이 이미 들어와 자라고 있는데 이것들은 번식력이랄까 생명력이 매우 왕성해서 잠깐만 내버려둬도 곳곳에서 재빨리 자리를 차지하고 맙니다. 지금도 이미 그런 모습이 여러 군데에서 보입니다.

앞쪽에 잔디가 듬성듬성 무리지어 앉아 있고 멀리서 잡풀들이 왕성하게 자라면서 앞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드문드문 심겨 있는 잔디들 아래로 하수구 같은 물이 흘러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잔디밭을 잔디밭으로 유지하려면 이런 것들을 끝없이 걷어내야 하는데 그 비용이 적지 않게 들게 마련입니다. 차라리 자연 생태 그대로 둬서 갈대 따위가 생겨먹은 성질대로 자라게 하면 보기도 그다지 나쁘지 않고 비용도 훨씬 적게 들 것입니다.

 

4. 정화식물 창포도 엉뚱한 데 꽂혀 있고

 

마지막으로 광려천으로 흘러드는 물길 부분에 대한 처리입니다. 아마 원래는 실개천 자연스런 모습이었겠습니다만 지금은 하수구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설계상으로는 생활하수가 이곳으로 섞여 들어오지 못하게 돼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특히 여름철에는 여기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심해 평소에도 사람들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여기 이 물은 당연히 깨끗하지 않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라든지 따위가 많이 섞여 있습니다.

 

이를 다른 말로는 부영양화(富營養化)됐다고들 한답니다. 음식물 쓰레기 같은 것 탓에 영양가가 많아졌다는 뜻인데요, 이는 이 일대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는 데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좋지 않은 냄새의 원인도 이 부영양화에 있는데요, 영양가를 머금은 것들이 썩으면서 냄새가 난답니다.)

 

광려천으로 흘러드는 하수구 같은 물줄기. 원래 창포는 저기 돌 틈 사이 같은 데에 심어야 정화 효과를 낸다고 저는 들었습니다.

 

 

 

 

 

그래서 깨끗한 물에서는 원래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지 못하고 더러워진 물에서만 이렇게 무성한 풀들이 확인되는데, 이는 정화가 필요함을 일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창포를 정화식물로 삼아 물가에 많이 심습니다.

 

하수구 같은 물줄기가 흘러드는 효과가 미치지 않는 구간에서는 풀들이 무성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창포가 뿌리를 내리고 활동이 왕성해지면 이런 부영양화가 많이 가셔집니다. 음식물 쓰레기 같은 데에 섞여 있는 오염물질이 많이 정화돼 물이 맑아지는 셈입니다.

 

지금 광려천에 가 보면 엉뚱하게도 이런 창포가 둔치에 조경용으로 심겨 있습니다. 이래서는 정화를 할 수가 없습니다. 바로 물가에 또는 물 속에 심어야 창포가 오염물질을 없앨 수 있습니다. 그래야 창포도 잘 자랍니다.

 

그런데 창포가 숮ㄹ 정화에 좋다고 어디서 들은 풍월은 있어서, 이처럼 창포를 가져다 심기는 했지만 정말 제대로 심지 않고 엉뚱한 데에 품을 들인 꼴입니다.

 

물가가 아니라 둔치에 심겨 있는 창포.

 

그래서 지금도 하수구 같은 물줄기가 광려천으로 흘러드는 언저리에는 저토록 무성하게 잡풀이 자라고 있습니다. ‘광려천 환경 정비 사업’이 엉터리로 진행됐음을 일러주는 가장 결정적인 잘못이 바로 이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둔치에 심겨 있는 어린 창포들.

 

환경을 정비했다는데도 그 결과를 보면 수질 정화에는 아무 효과도 없고 그 쪽으로는 업자나 관련 공무원이나 아예 신경도 쓰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시공한 업체에도 잘못이 있겠지만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창원시에도 잘못이 없다고 하기는 어려운 노릇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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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광려천 산책로가 부실이 아니라고?’ http://2kim.idomin.com/2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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