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전라도 구례 멋진 장터와 화엄사 운조루 1

김훤주 2013. 5. 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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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구례는 섬진강도 있고 지리산도 있습니다. 깊은 산골도 있고 너른 들판도 있습니다. 덕분에 산물이 다양합니다. 요즘 같은 봄이 되면 그와 같은 다양함이 더욱 돋보입니다.

 

3일과 8일 열리는 구례장에 들러보면 아주 잘 느낄 수 있습니다. 4월 13일 토요일 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가 마련한 테마 체험 여행으로 구례를 다녀왔습니다.

 

구례장을 먼저 둘러본 다음 섬진강 건너편 하한산장에서 참게 수제비를 맛있게 먹고는 화엄사와 운조루를 들르는 일정이었습니다. 처음 들른 구례장은 여느 시골 장날과는 달리 매우 활기찬 편이었습니다. 조그마한 구례 읍내 사람들이 모두 몰려들었나 싶을 정도로 사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풍성한 산물이 더 좋았습니다. 갖은 쌀 찹쌀 보리 밀 조 수수 같은 곡식과 고구마 감자 같은 것들도 많이 나와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국내산이냐 여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고요, 구례산이냐 아니냐를 따질 정도였답니다.

 

 

게다가 이르기는 하지만 이미 봄날인지라, 두릅 머위 그밖에 제가 이름을 잘 모르는 갖은 나물들이 곳곳에 넘치고 있었습니다. 너무 많이 사면 한꺼번에 제대로 먹지도 못한다면서, 조금씩 5000원씩 사서 골라 담는 이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구례장에는 또 별난 순대가 있었습니다. 상호가 오뚜기 순대였는데, 들어가니 진짜 막창에 속을 집어넣어 만들었더군요. 나름 맛이 있었습니다.

 

이밖에도 구례장에는 몇몇 특징이 있었습니다. 다른 장에서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 것들이 여기는 있었습니다. 튀밥기계입니다. 구례장에는 튀밥 장사들 자리가 늘 마련돼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나란히 모여 있었는데, 가게로 치자면 세 군데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저마다 주인이 따로 있어서 바쁘게 기계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예전과는 달리 손이 아니라 기계로 돌리는 기계였습니다만. 옆에는, 돌아가는 튀밥기계를 눈여겨보면서 어서 기계에서 튀밥이 튀어나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튀밥 만드는 풍경은 튀밥기계가 아니라 이런 눈망울이 완성시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할머니와 솔녀 사이로 보이는 저이들 눈길이 바로 그것입니다.

 

 

또 하나는 대장간입니다. 물론 제가 어릴 때인 1970년대에는 제가 살던 경남 창녕 읍내 장터에도 대장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취도 없이 사라졌는데, 여기 구례장에는 그대로 남았습니다.

 

등을 보이고 있는 사람이 주인입니다.

 

 

장날은 아마 팔기만 하는 모양입니다. 장날이 아닌 날에 풀무질을 하고 담금질을 해서 만든 물건들을 말씀입니다. 슬금슬금 다가가 모종삽을 하나 집어 들었습니다.

 

그러고는 주인 어른께 말을 걸었습니다. "이거 여기서 만들었습니꺼?" 일부러 경상도 티를 내었습니다. 고개를 끄덕거리십니다. 그러면서 덧붙입니다. "뚜디리 맹글어 짱짱하지라." 달라시는 8000원을 드리고 얼른 챙겨 넣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기계로 오려 붙이지 않고 이렇게 불에 달구고 망치로 두드려 날을 세운 모종삽은 무척 드물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이것저것 구경을 했습니다. 난장에 한 판 가득 올라 있는 그것들을 주인 어른은 대부분 스스로 대장간에서 두드려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곡괭이 겸용 군용 삽 같은 것은 그렇지 않겠습니다만.

 

구례장에는, 엄청나게 많이 나와 있는 게들이 또다른 특징이었습니다. 누구한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섬진강에서 건져온 참게이리라는 짐작이 들었습니다. 그밖에 바다에서 건져온 해산물도 많아 보였는데, 여기 구례장에 고유한 특징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디다.

 

나름 풍성하게 장을 본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도 장을 나름 봤습니다만, 싸게 사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까만 찹쌀을 한 되, 고구마를 1만원 어치, 엄나무 새순 1만원 어치, 그밖에 이래저래 조금씩 샀습니다. 마음이 흥그러워졌습니다.

 

 

이어서 하한산장으로 갑니다. 섬진강 이쪽은 구례인데, 하한산장은 빤히 마주 보이지만 건너편에 있어서 주소지가 곡성군이었습니다. 여기 주인 부부는 참게 수제비로 이름나 있습니다. 참게 수제비가 원래는 영업용 상품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연세 높은 어머니한테 드리려고 만든 집안 음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참게 껍데기를 오롯이 벗겨내고 속살만 갖고 국을 끓이고 수제비를 넣었습니다. 연세 높으신 어른도 손쉽게 들 수 있도록 그렇게 했겠지요.

 

그랬던 것이 이들 부부가 장사를 시작하면서 사람들한테 선을 보이게 됐다고 합니다. 지금도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일부러 찾아와 주문하는 이들에게만 장만해 내놓는다고 했습니다. 어쨌거나 분량도 푸짐하고 맛도 좋고 거기 얽힌 두 분 부부의 얘기도 재미가 납니다.

 

이 날 일행은 화엄사도 들르고 운조루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누리고 즐겼던 바를 함께 적으면 너무 내용이 많아질 듯하기에 일단 여기서 멈추려고 합니다. 이어지는 글 재미나게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요, 해딴에의 테마 체험 여행은 5월에도 계속됩니다. 다선(茶仙)으로 일컬어지는 초의선사의 발자취를 찾아서 떠나는 길입니다. 전남 무안 초의선사 탄생지를 찾아 갑니다. 참가비는 6만원이고요, 찻잎 따기와 차 만들기, 그리고 미래 문화재 감상까지 일정에 포함돼 있습니다.

 

신청 또는 문의는 055-250-0125 또는 010-8481-0126으로 하시면 되겠습니다. 해딴에가 내거는 슬로건은 "잘 놀아야 잘 산다!"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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