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새누리당 국회의원 안홍준씨의 경우

김훤주 2013. 3.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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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홍준씨, 당신은 좋은 날 왜 이래?”

 

새누리당 국회의원 안홍준씨의 막말이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3월 15일 오전 9시 30분 3·15의거 53주년을 기리는 참배식이 치러졌던 국립 3·15민주묘지에서였습니다.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와 3·15 민주묘지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들의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던 이들에게 “좋은 날 왜 이래?”라 호통을 쳤다지요.

 

국회의원 안씨는 참배하고 나오면서 다시 “3·15 정신이 뭔데, 좋은 날 왜 이래?”라고 다시 소리를 높였고 시위대쪽에서 “당신은 (3·15를) 아느냐?”고 물은 데 대해서는 조금은 엉뚱한 방향으로 불쑥 말을 내질렀습니다. “당신? 어디서…. 운동을 해도 내가 더 했다. 인마”라며 달려들려고 했다고 합니다.

 

이럴 때 제가 시위대쪽에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안 물었거든요…….” 이랬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국회의원 안씨는 운동을 누가 더했는지 묻는 사람이 전혀 없었는데도 아무 관계없는 소리를 한 셈입니다.

 

1960년 3.15의거 당시 시위대에게 발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경찰들. 경남도민일보 사진.

 

2. 운동 오래 했다고 존중받는 경우는 없다

 

국회의원 안 씨는 어쩌면 열등감 또는 피해의식에 시달리는지도 모릅니다. 모든 국회의원이 존중받을 수도 없으며 모든 사람들이 국회의원을 존중할 수도 없습니다. 자기는 그렇게 불리고 싶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자기가 함부로 일컬어지는 ‘당신’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그냥 사실이므로 인정만 하면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국회의원 안씨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이 자기에게 ‘당신’이라고 막 대하면 안 되는 까닭을 자기가 운동을 더했다는 데에서 찾았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운동 끈이 길다고 존대를 하고, 운동 끈이 짧다고 하대를 하는 그런 노릇이 실제로는 있지 않습니다. 사람은 자기자신의 됨됨이를 갖고 평가를 받게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아마도, 국회의원 안씨는 자기 운동 끈이 짧은 데 대해 은근히 신경이 쓰였나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운동 끈을 갖고 시비를 걸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국회의원 안씨의 운동 끈은 짧은 편입니다. 어쩌면 ‘운동 기웃 세력’이라 깎아내려도 틀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제대로 운동을 한 사람들은 그 운동의 진정성을 어떤 자리를 맡았느냐는 데에서 찾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실제로 일은 않고 어쩌면 뒷돈을 조금씩 대면서 대표 노릇을 하고 얼굴 마담을 노릇을 한 데 대해서는, 그냥 다른 일을 위한 바탕 다지기쯤으로 여기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국회의원 안씨가 자기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경력을 보면 이렇습니다.

 

3. 운동 ‘기웃’ 세력 같은 국회의원 안씨의 경력

 

1980년 부산대학교 산부인과 의학박사가 된 뒤 1983년까지 군의관으로 근무하고 제대해서는 85년까지 인제대 의대에서 교수 노릇을 했습니다. 전두환 치하에서 민중들이 고통을 겪고 일부 학생과 노동자와 시민들이 감옥에 가거나 죽어나갈 때 지금 국회의원 안 씨는 운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호의호식은 했습니다.

 

그리고 1990년대 새로운 세상이 열리면서 국회의원 안 씨는 지역 사회에 화려찬란하게 등장합니다. 그이 홈페이지 약력을 그대로 옮겨옵니다. 맡은 자리가 빛이 나서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하지만 제게는 실속이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참고삼아 말씀드리자면, 저도 국회의원 안홍준씨보다는 운동을 먼저 시작했고 또 오래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티를 내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2000~2004     바른선거시민모임 전국연합회 1·2대 공동대표

1999~2004     바른선거시민모임 전국연합회 1·2대 회장

1998~2002     마산·창원·진해 참여자치시민연대 1·2대 상임대표

1997~2002     공명선거실천 시민운동 경남협의외 상임의장

1996~2003     위천공단저지 및 낙동강 살리기 경남총궐기 본부장

1995~2007     언론바로세우기 마산 창원 연대회의 상임대표

1993~2010     3.15 의거기념사업회 부회장 및 기획단장

1991~1992     청소년 유해환경추방 마산·창원 협의회 상임의장

1990~1992     마산·창원 청소년의 전화 1·2대 이사장

 

4. 그이의 독선은 뿌리 깊은 고질이 아닐까

 

새누리당 국회의원 안홍준씨는 ‘독선’도 좀 있는가 봅니다. 3월 15일 그 좋은 날 내뱉은 그이의 험한 말이 그렇습니다. 자기가 좋다고 여기면 다른 사람도 그렇게 여겨야 한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안 의원한테 좋은 날이 다른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날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같이 좋은 날이라 여겨도 어떤 사람은 구호를 외칠 수 있고 다른 어떤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국회의원 안씨는 자기가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는 날은 다른 사람들도 좋은 날로 여겨야 하고 더 나아가 그런 날에는 시위 따위는 하지 않아야 한다고 보는 모양입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좋은 날 왜 그래?"

 

그러면서도 정작 본인은 그 좋은 날 함부로 화를 내고(그것도 공인에 걸맞지 않게) 다른 사람을 몰아붙였습니다. 제가 다시 묻고 싶습니다. “좋은 날 왜 그래?”

 

5. 자기 생각 동의 안한다고 이민 떠나라 윽박지른 적도

 

국회의원 안씨의 이런 독선은 예전에도 나타난 적이 있습니다. 2012년 6월 22일 오후 6시 창원호텔 2층 동백홀에서 창원상공회의소가 연 ‘국회의원 초청 상공인 간담회’ 자리에서였습니다.

 

“대선 잘못되면 대한민국 선진국 불가능하고 나라 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 현안도 중요하지만 이번 대선이 더 중요하다.” “서울에서 아는 기업하시는 분들 (야당이 집권하면) 이민 가겠다고 하더라. 절대 이민 가면 안 된다. 이민 안 가도록 해야 되지 않느냐?” 대선에서 새누리당을 지지하라고 한 셈입니다.

 

국회의원 안씨는 “동의하면 박수 한 번 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뒤쪽 일부에서 박수가 나오지 않자 “뒤에 계신 분들 동의 안하시는데……. 이민 가시라. 이민 가시라고. 동의 안하시는 젊은 분들, 사업하는 것 놓고, 그럴 각오하고 하라”며 협박하듯 말했다고 합니다.

 

뒤이은 분향 장면. 뒷줄 가운데에 이주영 국회의원이 보이고 그 왼편에 고개 숙인 이가 국회의원 안씨로 추정됩니다.

 

더없는 독선입니다.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대선에서 야당이 집권하면 ‘잘못’이고 선진국 불가능하고 나라 망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새누리당 집권 연장이 ‘잘못’이라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하시는 분들’ 가운데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투표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한 번 더 ‘기업하시는 분들’ 가운데에도 선진국이냐 아니냐로 단순하게 세상을 갈라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식·일본식 경쟁지상주의 선진국은 공짜로 줘도 싫다는 기업인도 있을 수 있습니다. 북유럽 여러 나라처럼 사회복지가 충분히 주어지면 선진국이 아니라도 노동력의 질이 좋아지기 때문에 좋겠다는 기업인 또한 있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지금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하는 등 선진국이 됐다고는 하지만 대기업·재벌 위주로 경제정의가 바로서지 않아 중소기업은 사업하는 데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생각하는 기업인도 있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경제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는 새누리당 집권이 합당하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국회의원 안씨는 자기 말에 동의하는 박수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뒷자리에 있던 기업인들에게 죄다 이민 가라고 몰아세웠습니다. 다른 사람 얘기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자기 생각만 입에 올리면서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격입니다. 독선입니다. 국회의원 안씨에게 뿌리 깊이 박힌 고질인 셈입니다.

 

3년 전 2010년 3.15의거 50주년을 맞아 마산mbc가 특별 제작한 드라마 누나의 3월에 나오는 시위 장면.


6. 아무것도 아닐 때도 지금처럼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언젠가 사석에서 국회의원 안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안씨한테 5분을 말하려면 그에 앞서 안씨로부터 55분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역 국회의원의 협력이나 도움 등등이 필요해 찾아가기는 하지만 그렇게 들으려니 지겹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 무엇인지 국회의원 안씨는 제대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안씨가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은 이런저런 까닭으로 아쉬운 얘기를 할 수밖에 없기에, 썩 내키지 않으면서도 국회의원 안씨를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직도 잃고 지금 갖고 있는 재산도 사라졌을 때 인간 안홍준을 찾을 사람이 지금처럼 많겠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저는 어림반푼어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회의원 안씨 본인도 이것을 한 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생각의 끄트머리에서, 국회의원 안홍준씨는 자신을 돌아보게 해 주는 고마움을 제게까지 끼치네요. 나이 쉰을 넘어선 처지에서, 얼마 가지 않아 그렇게 될 텐데, 신문기자 노릇 그만두고 밥벌이만을 위해서도 이런저런 일을 할 텐데, 그 때도 제가 지금과 같은 대접을 안팎에서 받으리라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한 착각이 없겠다는 깨침을 제게 안기네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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