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여론조사로 통합 창원시청 위치를 정한다고?

김훤주 2013. 1. 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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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론조사로 국보 제1호가 숭례문인지 아닌지를 정할 수 있을까

며칠 전 발표된 창원시 청사 관련 여론 조사 결과가 많은 이들이 했던 예상에서 하나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통합 창원시 새 청사를 새로 지을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지금 임시 청사로 쓰고 있는 옛 창원시 청사로도 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요.


주권자인 시민을 갖고 저희들끼리 완전 장난을 하고 있습니다. 2010년 당시 통준위 합의를 끌어냈던 이들 또한 예전 약속(=합의)을 뒤집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지킬 생각이 없었던 같기도 합니다. 장동화 창원시의원이 대표격입니다.

시일이 좀 지나기는 했지만 지난 11일 금요일 MBC경남 라디오광장에서 통합 창원시 청사 위치 선정을 위해 여론조사를 하겠다는 창원시의 발표를 두고 얘기한 내용을 올립니다. 창원시 청사가 어디에 들어설지 정하는 권한은 창원시의회에 있지만, 의회가 제 구실을 못하니까 박완수 창원시장이 끼어드는 모양새였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터무니없고 어처구니없는 노릇인데요. 왜냐하면 2010년 통합 당시 약속을 정면으로 어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봄소풍을 어디로 갈는지는 여론조사로 정할 수 있고 그래도 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보 제1호가 숭례문인지 아닌지는 그런 여론조사로 결정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런데도 그와 같은 행위를 창원시가 하고 있습니다. MBC경남의 김상헌 기자와 더불어 이에 대해 한 번 따져봤습니다. 여론조사라는 빛깔만 그럴 듯한 허울로 무엇을 가리려 하는지가 빤히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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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 : 창원시가 새로 지을 시청사 위치 선정을 위해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신축 야구장도 어디에 들어설지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김훤주 : 그렇습니다. 그런데 예상대로 옛 마산 지역과 진해 쪽 여론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상헌 : 어떤 내용인가요?

2. 통준위 합의를 거스르는 여론조사 내용

김훤주 : 2010년 통합 창원시 출범 당시 있었던 통준위 합의를 깨고 있다는 것입니다. 합의를 따르면 새 청사 입지 1순위는 마산과 진해인데 이를 지키지 않으려 한다는 얘기입니다. 마산살리기 범시민연합은 11일 오전 이런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했으며 희망진해사람들도 비판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의원들도 출신 지역에 따라 반응이 엇갈린다고 합니다. 창원 출신은 비교적 조용하고, 진해쪽은 조금 미지근한 느낌이 있고 마산 출신 시의원들이 대체로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발표 뒤 반대 기자회견에 나선 마산 지역 의원들. 경남도민일보 사진.


김상헌 : 창원 출신은 조용한 편이고, 마산 출신은 반발이 크다, 그렇다면 여론조사 내용이 창원에 유리하고 마산에 불리한 모양이겠네요?

김훤주 : 그렇습니다. 마산 창원 진해 제각각 2000명씩 모두 6000명에게 묻겠다는 건데요. 먼저 그 묻는 내용이 옳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김상헌 : △청사를 새로 지을지 아닌지 △새로 짓는다면 어느 지역에 지어야 하는지 △언제 지어야 하는지 △새로 지을 필요가 없다면 어떤 대안이 있는지? 등을 묻는다지요?

김훤주 : 통합준비위원회, 통준위 얘기가 다시 나올 수밖에 없는데요, 통준위 합의를 정면으로 어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통준위 합의를 따른다면, 1순위를 마산과 진해로 꼽았기 때문에, △청사를 새로 지을지 말지는 물을 필요도 없고 △어느 지역에 지어야 하는지를 물을 때도 옛 마산과 진해 지역을 특정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김상헌 : 지금 예상되는 설문 문항은 그렇지 않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특별하게 새로운 결과가 나오기 보다는 새 청사를 지을 필요 없이 지금 임시 청사로 쓰고 있는 옛 창원시 청사를 리모델링하자는 의견 또는 새로 짓더라도 창원에 짓자는 의견이 많으리라고 예상을 하는 것 같습니다만.

3. 신축 야구장이 창원으로는 절대 가지 않는다

김훤주 : 게다가 야구장 위치를 여론조사를 앞두고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아무래도 여론 조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요.(실제로는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김상헌 : 야구단인 NC다이노스도 새 야구장 위치로 창원을 선호하고 있고 창원시가 시행한 용역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하죠?

김훤주 : 그래서 장담하는데요, 창원이 야구장 입지 예정지로 지목될 개연성은 전혀 없습니다. 마산이 우세하고요 진해 또한 개연성은 있습니다. 만약 창원에 야구장이 들어선다고 창원시 박완수 시장 집행부가 발표한다면, 통준위 합의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읽히겠지만 여태 행보로 볼 때 그렇게 할 리는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더군요.

21일 있었던 창원시의 뻔한 여론조사 결과 발표 장면. 경남도민일보 사진.


김상헌 : 창원에 야구장이 들어서면서 동시에 창원시 새 청사까지 창원에 짓거나 지금 청사를 리모델링하기는 아무래도 명분에서 밀릴 수밖에 없겠네요. 그러면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는 식으로 마산 지역에다 야구장을 내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군요.

김훤주 : 그렇습니다. 진해는, 대다수 주민들까지 직접 느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통합이 되면서 예산 배정 등에서 인센티브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아주 큰 반발은 하지 않으리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산이 문제인데, 그래서 야구장을 마산 사람한테 주는 떡 하나 더 정도로 충분히 써 먹을 수 있겠지요.

4. 마산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오히려 창원보다 느긋할 수 있다


김상헌 : 그런데 마산 지역은 시의원 도의원 국회의원 모두 구분 없이 죄다 새 청사 마산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잖아요. 그래서 다음 선거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악착 같이 새 청사를 가져오려고 나서지 않을까요?

김훤주 :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을 비롯한 야권 출신 의원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오히려 그렇게 목을 매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저는 봅니다.

김상헌 : 어째서죠?

김훤주 : 물론 새 청사를 마산으로 갖고 올 수 있으면 그이들로서는 더 없이 좋은 일이겠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지금 국면에서는 새누리당 지지세가 마산이 압도적이거든요. 이번 대선에서는 그런 성향이 좀더 증폭돼 나타났고요.

김상헌 : 갖고 오면 좋지만 갖고 오지 않더라도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는다,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김훤주 : 맞습니다. 새누리당 공천이 문제지 실제 선거에서 낙선할까봐 두려워하는 그런 기색은 없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오히려 창원 쪽이 더 심각합니다. 창원은 진보진영의 기세가 드높아 새누리당으로서는 조금만 잘못 하면 언제라도 의석을 놓칠 수 있는 지역이거든요.

김상헌 : 그렇군요. 또 지난 총선을 보면 새누리당 소속으로 당선된 성산구 강기윤 의원도 의창구 박성호 의원도 창원시청 사수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니까요. 창원 쪽 사람들 관점에서 보자면, 만약 새 청사를 마산으로 보냈을 경우, 공약을 못 지킨 데 따른 추궁을 마산보다 훨씬 더 심하게 당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군요.

5. 사기에 가까운 행위를 하는 장동화 창원시의원

2010년 통합준비위 위원장 당시 장동화 의원 모습.


김훤주 : 그러니까 선거 공학으로만 보면 마산 쪽 현역들이 부담이 덜하다는 얘기인데요. 하지만 대신에 시민들 사이의 갈등은 심해지고 상실감 또한 더욱 커질 공산이 높습니다. 정치가 자기네들 이해관계에 따라 나뉘어서 자기네들이 만들어낸 합의조차 스스로 깨고 그로 말미암아 시민들은 아픔이 커지고 의원들은 시민들 희망을 보듬지 못하는 결과가 눈에 빤히 보입니다.

김상헌 : 합의를 스스로 깬다…… 통준위 결정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김훤주 : 그렇습니다. 특히 통준위 구성원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옛 창원시 의회의 장동화 의원은, 지금도 창원시 의원입니다만, 통준위 합의를 두고 그건 별 의미가 없다, 통합을 빠르게 추진하기 위한 방편이었을 따름이다, 하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다니시거든요. 정치인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기본이 돼 있는 분이라면 이렇게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사기에 가까운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저는 봅니다.

김상헌 : 아주 세게 말씀하시는데요……. 여론조사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다음 주에 본격 착수해 조사기관을 정하고 구체적인 문항도 마련한 다음 여론 조사를 실행한다는 계획이지요? 아울러 창원시 의회가 23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데 여기서 새 청사 위치 문제를 논의할 테고요, 여론조사 결과는 이번 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의회에 제출되고요.

서민 애환 체험을 한다는 박완수 창원시장. 그런데 새 청사 입지 현안을 풀려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 박완수 시장.



김훤주 : 여론조사 실행에 앞서 창원시 집행부는 야구장 위치부터 먼저 발표하겠지요. 다음 주 월요일 14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실제 발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론조사가 진행되고 창원시 의회도 청사 입지 문제를 논의하는데, 여기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그것이 창원시 주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난점이 있습니다.

6. 이제 다른 대안도 함께 찾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김상헌 : 그렇겠죠. 창원으로 결정되면 마산과 진해가 반발할 것이고 마산이나 진해로 결정되면 지금 임시 청사가 있는 창원이 반발할 테지요. 그러면 현실적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김훤주 : 새 청사 위치를 두고 2010년 7월 통합 창원시 출범 이후 집행부도 시의회도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피로감이 쌓여 온 것은 사실이거든요. 또 한편으로는 청사 문제가 상징성이라든지 실리라든지 측면에서 나름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보통 평범한 서민들로서는 시청이 어디에 있든 자기가 불편하지만 않으면 되는 그런 측면도 있어요. 이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어쩌면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김상헌 :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죠?

김훤주 : 서민 생활과 밀착돼 있는 모든 업무를 시청 본청에 권한을 두지 말고 다섯 개 구청으로 모두 넘기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인원도 본청은 대폭 줄이고 구청쪽으로 많이 보내는 것입니다. 얘기를 들어보면 오는 3월로 예정된 조직 개편을 통해 업무를 구청에다 넘기는 방향으로 가기는 하는데 인원까지 그에 걸맞게 조정하는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오히려 일은 늘어나는데 사람은 그대로여서 일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는 역효과를 어쩌면 낳을 수도 있습니다.

7. 창원시 청사가 옛 창원 지역에 있어도 나쁘지 않다


김상헌 : 지금 얘기는 창원시 청사는 지금 있는 그대로 두고 가자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 같은데요.

창원시 임시 청사로 쓰고 있는 옛 창원시 청사.


김훤주 : 통준위를 통해 약속=합의를 자기 마음대로 하고 그것을 지킬 생각도 없는 장동화 창원시 의원 같은 지역 정치인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화를 내는 것은 아주 당연합니다. 생각대로라면 다시는 시장이나 의원으로 뽑지 말아야겠죠.

어쨌거나 하지만 다른 측면으로 보면 지금 옛 창원의 계획도시는 원주민들의 크나큰 희생 위에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거든요. 지금 공단이나 계획시설 지구, 관공서 따위는 거의 대부분이 토지를 강제수용하다시피 해서 만들어졌어요. 정확하게 1대1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희생을 인정한다면 청사가 그대로 있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김상헌 : 하하, 개인적인 생각이신 거죠? 어쨌든 그렇다면 그런 식으로 본청은 기획 조정 업무만 남기고 나머지 실행 집행 업무는 구청으로 모두 넘기는 업무와 인원 조정만으로 가능할까요?

김훤주 : 저도 그런 부분이 갑갑합니다. 그것만으로는 마산과 진해 지역 사람들의 허해져 있는 심정을 달랠 수는 없을 것이 분명하거든요. 이를 위해서는 시의회가 이런저런 방안을 만들어내어 지역 주민들 사이에 유통시키면서 중지를 모아나가야 하는데, 지금껏 나타난 모습은 오로지 새 청사 입지 선정에만 매몰돼 다른 것은 거들떠보지도 못하고 있거든요.

이렇게 지역 정치권이 새로 물꼬를 튼다면, 어쩌면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 봅니다. 통합된 세 지역 가운데 어느 하나도 소외되는 지역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결과도 그런 노력에 걸맞게 도출해 내는 등으로 창원시 집행부와 시의회가 앞장서야 하겠지요.

김상헌 : 피로감이 더는 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 상실감을 달래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시의회부터 앞장서서 논의를 만들어 내고 생각의 물꼬를 터 나가야 한다 이런 정도군요.

김훤주 : 예,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렇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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