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권영길 지지율이 문재인보다 높을까?

김훤주 2012. 12. 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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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MBC경남 라디오 광장에서 김상헌 기자랑 주고받은 이야기입니다. 경남 도지사 보궐선거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직후여서 그에 따른 내용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여기 방송에서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저는 후보 단일화 이후 무소속 권영길 후보가 얼마나 많이 득표할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말씀입니다.

경남 도지사 보궐선거는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집니다. 그래서 대선에서 문재인을 찍은 사람이 도지사 보선에서 권영길을 얼마나 찍을 개연성이 높다고들 하는데, 저는 그 개연성이 얼마나 실현될까가 궁금한 것입니다.

라디오 광장에서 주고받은 얘기들의 행간(行間)에서 이런 궁금증이 읽으시는 이들 눈에 제대로 읽히겠는지 어떨는지 한 번 더 궁금해집니다. 어쨌든 그 때 나눈 말들을 여기에 한 번 옮겨놓아 보겠습니다.

참고 삼아 말씀드리면, 12일 현재 문재인 지지율은 43% 수준입니다. 그리고 같은 날 현재 권영길 지지율은 29~23% 정도였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이병하 후보가 8~4% 지지를 받았는데, 이 둘을 합하면 37~27%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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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이후인 16일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권영길 무소속 후보. 경남도민일보 사진.


경남도지사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

김상헌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경남도지사 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가 결국 성사가 됐군요. 지난 13일 오전 첫날 부재자 투표가 진행되던 와중에 이병하 통합진보당 후보가 전격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김훤주 : 그렇네요. 사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이병하 후보가 사퇴하거나 해서 야권 도지사 후보가 단일화될 가능성이 그다지 높게 나오지 않았거든요. 보도를 보니까 이병하 후보가 개인 차원에서 사퇴를 결심한 것처럼 나오더군요.

김상헌 : 1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병하 후보가 이렇게 말했다죠? “현장을 돌며 유권자 만나보니 야권에서 싸우는 모습 도저히 못 보겠다, 다 싫다, 투표하러 안 갈 거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입니다. 현장에서 이런 반응을 겪으면서 사퇴를 결심한 모양입니다.

김훤주 : 지난 12일 오후 열렸던 KNN의 텔레비전 토론회를 마치고 나서 이 후보가 경남 지역 시·군 위원장들에게 사퇴하겠으니 양해해 달라는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또 통합진보당 중앙당에도 미리 알렸고요. 이에 따라 중앙당은 사퇴 기자회견에 앞서 13일 오전 8시 회의를 열어 이 후보 사퇴 건을 처리했습니다.

12일 열린 KNN 주관 토론회. 경남도민일보 사진.


김상헌 : 그런데 여태까지 통합진보당 경남도당과 이병하 후보는 후보 단일화에 대해 소극적이었잖아요? 후보 사퇴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말씀입니다. ‘단일화보다는 정책 연대가 더욱 중요하다’거나, ‘공당으로서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거나 하는 발언을 해 왔고, 시민사회단체에서 마련한 야권 후보 단일화 테이블에도 나가지 않았고요.

김훤주 : 그 때문에 이병하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왔었지요. 11월 말 민주통합당 공민배 후보와 무소속 권영길 후보 사이의 이른바 ‘부분 단일화’ 이후에도 원론 차원에서나 단일화 필요성을 말해 왔지 자세는 마찬가지 소극적이었습니다. 후보 단일화에 적극 나서는 권영길 후보를 향해 단일화는 권 후보쪽 희망사항일 따름이라는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고요.

김상헌 : 그렇지만 권영길 후보와 이병하 후보가 실무진 차원에서는 만남을 계속 이어온 것 같은데요. 그러면서 단일화 필요성과 당위성에 공감대가 나름 형성됐을 테고, 또 권영길 후보에게 단일화 전제 조건으로 요구한 통합진보당 당원에 대한 사과도 이뤄졌고 말입니다.

그렇지만 막판에 말을 바꾼 권영길 후보

김훤주 : 이병하 후보의 이런 사과 요구에 권영길 후보는 바로 반응을 했습니다. 7일 있었던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진보진영 분열 과정에서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상처를 받았다면 미안하다”고, 조건부 사과를 했습니다. 이어 이튿 날 오후에는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당원들에게 드리는 글’ 성명을 통해 한 번 더 사과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고는 양쪽이 단일화 협상에 들어갔지요.

김상헌 : 단일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단일화 방법을 두고 양쪽이 견해 차이를 보인 것이죠. 지지율에서 앞서는 권영길 후보는 일반 시민 대상 여론 조사를 내세웠고 상대적으로 뒤지는 이병하 후보쪽은 노동계 등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대의원 조사를 주장했지요.

김훤주 : 이 대목에서는 권영길 후보를 비판하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 같습니다.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하자는 권영길 후보 요구는, 통합진보당 이병하 후보쪽에서 보자면 그냥 일방적으로 양보하라는 주문과 다르지 않거든요. 이기는 단일화를 위해서는 여론 조사를 통한 단일화가 맞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이건 상대방한테 지나치게 불공평한 것이거든요. 게다가 권영길 후보는 앞서 이병하 후보쪽에 단일화를 촉구하면서 그 방식과 조건은 통합진보당 이병하 후보쪽에 모두 맞기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 놓고 자기 말을 뒤집었으니 좋게 보일 까닭이 없는 거죠.

김상헌 : 어쨌든 이제 야권 도지사 후보가 단일화됐습니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쪽에서는 좀 거친 반응을 내놓았어요. 이게 대변인 논평인데, “무소속 탈로 얼굴 가리고 단일화 부채까지 들었으니 가면의 굿판에 340만 도민이 보일 리 있겠느냐”, “경남에서 어처구니없는 무소속 가면놀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했어요.

김훤주 :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 쪽에서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은 말하자면 단일화가 자기들한테 크든 작든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크게 걱정은 않는 분위깁니다. 최근 치러진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가 권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거든요. 느긋하게 선거일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면서 도청 인선 관련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는 실정입니다. 야권 단일화 바람은 일시적일 뿐 아니라 영향력도 적다고 보는 겁니다.

이병하 후보 사퇴의 파괴력은 얼마나

김상헌 : 실제로도 그럴까요? 오늘 있었던 민주노총 경남본부의 권영길 후보 지지 선언 기자회견에는 권영길 후보뿐 아니라 이병하 전 후보도 동참했거든요. 지난달 25일 후보 사퇴 선언을 하고도 13일 동안 아무런 지지 행동도 하지 않은 채 이른바 안개 행보를 했던 안철수 전 대통령 후보와는 달리 이병하 전 후보는 곧바로 권 후보를 위한 지지 행동에 들어갔습니다. 물론 이병하 전 후보가 안철수 전 후보처럼 지지도도 높지 않고 파괴력도 적기는 하지만요.

14일 민주노총 기자회견에서 악수하는 이병하-권영길. 경남도민일보 사진.


김훤주 : 경남은 다른 지역과 달리 노동계가 센 만큼 이병하 권영길 두 후보의 단일화가 노동계 내부에서는 나름 영향력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밖에 다른 영역에서는 그렇게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볼 여지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 있었던 민주노총 경남본부 기자회견도 소속 조합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고요. 덕분에 노동 현장의 혼란은 많이 가라앉게 되겠지요.

김상헌 : 권영길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 여론조사가 최근 두 개가 있습니다. 서울신문이 경남 유권자 700명에게 11일 한 여론조사에서는 홍 후보가 46.5%, 권 후보가 29.1% 지지를 받아 홍 후보가 17.4% 앞섰습니다. 야권 단일화 이전에 했기 때문에 이병하 후보 지지율도 나왔는데 8%였고요,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은 16.4%였습니다.
 
또 경남신문이 10일부터 11일까지 유권자 1000명에게 한 조사에서는 45.0%를 기록한 홍 후보는 22.9% 지지를 받은 권 후보를 22.1% 앞섰습니다. 이 후보 지지율은 3.8%, 부동층은 28.3%였고요. 사정이 이러니 홍 후보쪽에서는 안정적이라고 볼 만도 하겠습니다.


김훤주 : 물론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지금 추세대로라면 그렇게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밑바닥 민심의 흐름이 홍 후보에게 그다지 이롭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홍 후보가 처음 국회의원이 될 때인 1996년 총선에서 불법을 저질러 당선무효가 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유권자도 있고요(새누리당 지지자였습니다), 당내 경선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경남에서 경남을 위해 일한 적이 전혀 없어 ‘낙하산’에 가깝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반응은 도시보다 농어촌으로 갈수록 더 큰 것 같습니다.


김상헌 : 그러면 홍 후보가 여론 조사에서는 이기고 실제 투표에서는 질 수도 있다는 얘긴가요? 실제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는 강원도지사 선거에 나섰던 야권의 이광재 후보가 그랬지 않습니까?

당시 이광재 후보는 조선일보-YTN 공동 여론 조사에서 27.7%밖에 지지를 얻지 못해 48.2%를 얻은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에게 20% 이상 뒤졌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53.4% 득표로 상대를 눌렀거든요. 지난해 치러진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도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았던 야권 최문순 후보가 앵커맨으로 이름높았던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를 같은 식으로 이겼고요.

야권 도지사 후보가 불리한 까닭들

김훤주 : 잘라 말씀드릴 수는 없겠습니다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까닭은 이렇습니다. 먼저 단일화 과정이 그다지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서로 티격태격했을 뿐만 아니라 한꺼번에 마무리되지 못하고 2단계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게다가 양보를 받은 쪽인 권영길 후보 진영에서 말을 바꾸기까지 했습니다. 좀 사람들한테 질리도록 만든 측면이 있었지요.

경남도민일보 사진. 옆엣사람은 김정권 선수인 것같기도.


또 새누리당이 느긋한 편이기는 해도 여태까지만 보자면 선거운동을 무난하게 하고 있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도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패인 가운데 하나가 교만한 선거운동이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이달곤 도지사 후보는 선거운동을 건성으로 했습니다. 선거 따위 하나마나 당선이라는 식으로, “나 서울 국립 명문 대학 나온 똑똑한 사람이야” 등등으로 유권자 마음을 파고들지 못하고 뻐기는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지금 홍 후보 선거운동이 그런 지경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달곤 후보가 그렇게 뻣뻣하게 선거운동을 했는데도 투표 결과는 46.5%나 지지를 얻었습니다. 그러니 손님 실수나 반사이익을 챙기기도 어렵습니다.


김상헌 : 게다가 바꿔보자는 바람이 불기도 어려운 것 같지요? 김두관 도지사가 사퇴하는 바람에 치러지는 선거라서 야권에서 보자면 분위기가 좀 썰렁한 감이 있겠지요. 2010년 선거 때는 ‘한 번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여야 구분없이 컸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2010년 도지사 선거 때는 정식으로 등록을 하고 김두관 후보 선거운동을 한 한나라당 당원이 수십 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수 성향 사회단체들이 김두관 지지를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시장·군수 후보나 시·도의원 후보들도 많은 경우 김두관을 지지했습니다. 이런 바람이 이번에는 없는 거죠. 더욱이 이번에 보궐선거를 하는 원인 제공자가 야권이라는 점도 좋지 않습니다.

젊은 층 투표 참여 많아져도 이롭지만은 않아


김훤주 : 그래서요, 젊은 층 투표 참여 등으로 투표율이 오르는 것만 남아 있는 셈인데, 지금 살얼음 상태에서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기 때문에 투표율이 2010년 지방선거 때의 61.9%보다는 당연히 높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높아진 투표율이 권영길 후보한테 이롭게만 작용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젊은 층은 야권 성향이라 해도 관심이 권영길-이병하가 아니라 안철수-문재인에게 가 있거든요.

또 사람들에게는 묘한 보상 심리가 있다고 합니다. 대통령도 야권을 찍고 도지사도 야권을 찍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특히 부동층에서는 동시 선거를 할 경우 표를 나누는 성향이 있답니다. 대통령은 야권을 찍었으니 도지사는 여권을 찍자는 식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이렇게 보면 아무래도 여권에는 좋고 야권에는 불리한 결과가 나올 개연성이 높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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