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재외국민 투표, 대부분 40대 이하 젊은 층"

김훤주 2012. 12.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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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전에 캐나다에 들어가 사는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토론토에서 온 국제전화였습니다. 이 친구 목소리가 들떠 있었습니다. 다짜고짜 저한테 “누가 될 거 같냐?”고 물었습니다. 그래 저는 조금은 신중하게, 실제로 잘 모르겠기도 해서 “글쎄, 잘 모르겠는데…….” 이랬습니다.

이 친구는 저랑 동갑으로 1963년생입니다. “여기는 끝났다고!”라 말했습니다. 그렇지요 재외국민 투표가 5일부터 10일까지 치러졌으니까 거기 투표는 끝났겠지요. 그래서 저는 심드렁하게 말을 받았습니다. “그래 동포들 투표 끝난 줄은 알고 있어.”

산 넘고 물 건너는 어려움 속 재외국민 투표율 71%

그랬더니 “그게 아니라고” 하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투표가 끝났다는 말이 아니고, <'게임'이 끝났다>는 뜻이라 했습니다. “재외국민 투표율이 71%를 넘었는데, 이게 얼마나 엄청난 건지 알아? 해외동포 투표율이 이런 정도면 대한민국에 있는 유권자들은 90%, 아니 95%는 넘어야 해!”

뉴시스 사진.


“거기는 투표소가 촘촘하게 있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아. 한 나라를 통틀어 영사관에 하나 있고 대사관에 하나 있고 이런 식이란 말이야. 비행기 타고 몇 시간 날아가야 하고 자가용 자동차로 밤새워 운전해 가야 하거든. 그런데도 70%를 넘었으니 엄청나지.”

“게다가 투표 기간이 여기 대학들 시험 기간이랑 겹쳐져 있었거든. 그런데도 학생들이 그렇게 열을 내어 투표하러 갔으니 대단하지. 다시 말하지만 이런 조건에서도 70%씩이나 투표를 했으니 집 앞 투표소에만 가면 되는 한국 유권자들은 그야말로 손쉽게 할 수 있잖아.”

그렇습니다. 이런저런 보도를 보니 등록한 유권자 22만2389명 가운데 15만8235명이 투표해 71.2% 투표율이 나왔더군요. 4월 11일 치러진 총선 당시 재외국민 투표율 45.7%보다 많이 높았습니다. 게다가 등록 유권자도 총선 당시 12만3571명보다 10만 가까이 늘었고요.

교포사회 50대 이상은 대부분 투표권 없는 시민권자 


전화 통화를 하면서,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가만 생각해 봤습니다. ‘그렇지, 산 넘고 바다 건너 투표를 하러 간 셈이구나. 무언가 맺힌 바가 있어서 저렇게 기를 쓰고 투표를 한 모양이구나.’ 그러면서 궁금해졌습니다. 제 친구도 그렇게 투표를 했는지가 말씀입니다.

“나 투표 안 했어. 아니 못했지. 내 또래나 그 이상 되는 50대나 60대는 거의 투표권이 없어. 여기 와서 산지가 오래 돼서 대부분이 시민권자거든. 우리나라는 이중 국적을 인정하지 않잖아.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니까 투표권이 없는 거지.”

그렇구나, 싶었습니다. 제 친구는 캐나다에 건너간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아마도, 처음에는 그 나라 땅에서 살 수 있는 권리인 영주권(국적은 대한민국)만을 얻었다가 세월이 흐른 뒤에 그 나라 국민으로 누릴 수 있는 권리인 시민권까지 보장받게 된 모양입니다.

그래서 다시 보도 내용을 검색해 봤더니 이렇게 나왔습니다. “등록 유권자 가운데 (대한민국) 주민등록이 없는 영주권자는 4만3201명(19.4%)이었다. 해외주재원·유학생·여행객 등 국외 부재자는 17만9188명으로 80.6%에 이른다.”

친구 말을 종합하면, 우리나라 말고 다른 나라에 나가 사는 사람 가운데 20대 30대 40대 젊은 층은 대부분 투표를 했습니다. 그리고 50대 60대 70대 젊지 않은 층은 대부분 투표를 하지 않거나 못했습니다. 적어도 캐나다 또는 토론토는 확실히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친구는 말을 이었습니다. “야, 여기도 한국 못지 않게 골때리거든. ‘꼴통’들 설쳐대는 꼴이 그래. 함부로 누가 되면 좋겠다는 말도 못해. 교민사회도 거기 하고 구성이 꼭 같아. 나이가 많을수록 더 ‘꼰대’스러운데, 그런 사람들이 주로 투표를 못한 셈이야.”

이런 교포사회 소식이 한국 젊은이들한테 보람이 될까?

이런 얘기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사는 젊은이들한테 즐겁고 보람찬 소식이 될 수 있을까요? 다른 나라 나가 사는 젊은이들도 자기네 정치 지향에 따라 저리도 적극적으로 투표를 했다는 얘기가 대한민국 젊은이들한테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을까요? 어쨌거나 저는 이리 말씀을 드려놓습니다.

어쨌든 지금 우리 지역서도 19일 투표하자는 움직임이 갈수록 세어지고 있네요. 제가 몸담고 있는 경남도민일보도 모든 구성원이 투표 독려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사장도 편집국장도 나섰습니다. 그리고 저도 나서서 투표하자는 사진을 찍고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구주모 사장.

김주완 국장.


김훤줍니당~~ 닥치고 투표 샷이라고들 하시네요^^


지역 사회에 퍼지는 희망의 씨앗, 들


창원에 있는 어떤 회사는 사장이 나서서 종업원들한테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팀별로 투표 인증샷을 모아 오면 ‘도서상품권’을 선물로 준다고 합니다. 노동자들 투표권을 보장해 주지 않는 자본가가 많은 현실에서 무척 돋보이는 민주주의 사장입니다.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문자를 뿌리는 이도 있군요. 간판업 하는 ‘김의곤’씨입니다. “[무상제공]투표독려 현수막 무상으로 제공합니다. 아파트 베란다나 집 앞 거리용으로 게시하실 분은 적정 싸이즈와 매수 문자 주시면 제작해 드립니다. 수령 방법은 전화로 의논!^^[앵버리스트Kim]드림”. 필요하시거든 연락 한 번 해 보시지요. 전화번호는 이렇습니다. 010-3858-6007.

그리고 어쨌거나 19일에는 꼭 좀 투표를 합시다. 역대 대통령 선거일 가운데 이번이 가장 춥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래도 투표 한 번 하려면 ‘산 넘고 물 건너야’ 하는 재외국민들과 달리 우리는 바로 옆 5분만 걸으면 되는 데에 투표소가 있잖아요. 그리고, 말로는 아무리 떠들어 봐야 전혀 소용이 없습니다.

투표하고 오면 한 시간 무료 PC방. 경남도민일보 사진.


김훤주
헌법의풍경잃어버린헌법을위한변론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지은이 김두식 (교양인,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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