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김지하 선수와 박근혜 선수의 공통점

김훤주 2012. 12. 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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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지하가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공개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이제 여자가 대통령을 할 때가 됐다고 했다지요. 그런 김지하를 박근혜 선수가 13일 오후 강원도 원주 토지문화관을 들러 김지하 부부를 만나 얘기를 나눴습니다.

시인 김지하가 뒤 이어서 창비를 이끌고 있는 백낙청 문학평론가를 근거 없이 세게 깠습니다. 아마도 백낙청 선수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당선과 박근혜 후보 낙선을 위해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김지하가 귀족이 된 과정

이러면 김지하는 그런 하찮은 이유로 그러지는 않는다, ‘한류 르네상스’를 위해 ‘쑥부쟁이’를 덜어내야 할 따름이라 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쑥부쟁이가 김지하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할는지도 모를 지경입니다.

뉴시스 사진.


어쨌거나 저는 이런 일이 하나도 놀랍지 않았습니다. 제가 무슨 대단한 안목이 있어서가 아니랍니다. 그냥 제가 보기에 박근혜와 김지하는 몇몇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공통점은 둘 다 ‘귀족’이라는 사실입니다. 다른 공통점은 제가 보기에 여기 귀족에서 출발합니다.

김지하는 유신 시절 박정희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귀족이 됐습니다. 김지하는 고문이라든지 고초도 많이 겪었지만 그에 따른 반대급부로 받는 대우가 융숭했다고 합니다. 이른바 민주화 진영에서는 김지하가 붓을 들어 만든 글씨나 그림 따위를 하나 받고 많은 돈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김지하는 한 때 마산 결핵병원에 와서 지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관련된 이야기가 조금은 알려져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술과 관련된 것입니다. 김지하가 마산시내 요정 같은 데 와서 마신 술값은 전부 정보기관에서 갚아줬다고 합니다. 김지하가 그에 대해 죄의식이나 부채의식 같은 것을 느끼거나 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독재자 박정희의 딸 박근혜 선수가 귀족이라는 사실은 별도 입증이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유신의 그늘 아래에서 박근혜는 70년대 후반 권력의 일부로서 그 단 맛을 진하게 누렸습니다.

권력의 단 맛을 진하게 누렸던 박근혜

63년생인 제가 기억하는데, 당시 박근혜는 퍼스트래이디 노릇을 하면서 아버지 박정희의 새마을운동에 짝을 이루는 무슨 새마음운동이니 뭐니 하면서 정신교양 운동 비슷한 것을 했고 새파란 20대 청춘이 60대 70대 어른들로부터 큰 절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권위주의 그 자체였지요.

귀족은 특징이 있습니다. 귀족은 자기 중심으로만 생각하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모릅니다. 상대 배려를 하지 않아도 자기 살아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귀족은 일상 자체가 귀족 아닌 존재들의 희생 또는 손해를 전제로 하고 있다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말도 함부로 합니다. 안철수 후보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병 걸리셨어요?”라고 말하는 등 “토 달지 마세요”, “한국말 못 알아들으세요?”, “지금 저랑 싸우자는 거예요?” 등등 박근혜 선수의 막말은 이미 이름나 있습니다. 자기 하고픈 말만 하고 남의 말은 듣지 않는 태도에서 나왔습니다.

박근혜 선수는 때때로 중요한 국면에서 침묵을 하는데, 이 또한 자기 중심적 사고·행동에서 나온다고 저는 봅니다. 자기의 정치적 무게 때문에 발언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인데도 아무 말 않습니다. 남이야 궁금해하든 말든 내 좋고 편한대로만 하겠다는 심산이지요.

김지하 선수의 70년대 '어떤 병신 새끼' 발언


김지하 선수도 배려 없음에서는 박근혜 선수 못지 않습니다. 백낙청 선수한테 퍼부은 막말도 이를 증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 보면 어쩌다 한 번 나타난 모습으로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옛날에도 그랬습니다.

이선관 시인. 경남도민일보 사진.


마산에는 이선관(1942~2005)이라는 뇌성마비 장애 시인이 있었습니다. 마산 결핵병원에 요양하고 있던 김지하를 찾아 병문하고 자기가 1969년 펴낸 시집 <기형의 노래>를 선물하고 왔습니다. 돌아온 말은 이랬습니다. “어떤 병신 새끼가 시집을 하나 들고 왔대.”

김지하는 이를 두고 술 탓이라고 돌렸습니다. 그 ‘어떤 병신 새끼’는 꾸준한 시작(詩作)으로 나름 이름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지역에서는 그런 얘기가 계속 떠돌았습니다. 그래서 나온 반응이라고 저는 보는데, 이를 두고 이선관에게 보낸 편지가 있습니다.

김지하, '말은 삶'이라고?

김지하가 난초를 친 위에 붓으로 쓴 편지랍니다. “말은 삶. 그런 말 할 리 없음. 했다면 술 때문일 것이매 나의 십년 단주로 보아 용서 바람. 이선관 시인께 임오년 여름.” 임오년은 2002년이랍니다.

“말은 삶”! 참 새삼스럽네요. 말은 삶임을 그리 잘 알고 크게 여기면서도 말을 함부로 하는 박근혜를 지지한다니까요. 박근혜가 텔레비전 토론에서 국회의원을 15년 하는 동안 민생을 빠짐없이 챙겨왔다고 했다지요. 그런데 그이가 챙긴 민생은 도대체 무엇인지요?

숱하게 널려 있는 민생 가운데 박근혜가 챙긴 민생은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게다가 자기가 하겠다고 내세운 복지를 두고 그에 필요한 재원을 지하 경제를 활성화(또는 양성화)해서 하겠다고 했는데, 사실 이는 복지를 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활성화(양성화)할 수 있는 지하 경제가 사실은 거의 없다는 측면에서도 그렇고요, 이렇게 슬쩍 엉터리로 말함으로써 ‘재벌에 대한 세금 정책’은 전혀 입에 담지 않고 슬그머니 넘어가 버렸다는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박근혜는 재벌에게서 세금을 더 걷을 생각이 없습니다.

박근혜, 민생을 챙기겠다고?

이렇게 보면 김지하가 지금도 ‘말은 삶’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말은 삶’이라는 말도 “어떤 병신 새끼”라고 한 발언이 30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도 가라앉지 않는 곤란한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그냥 지어낸 말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박근혜 선수도 민생을 챙기겠다는 생각을 실제로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민생 챙기기를 내세우고 그것을 빌미삼아 자신의 집권이 정권교체(또는 정권 교체보다 더한 시대교체)라 우기고 싶은 모양입니다. 안철수 선수가 내세웠던 것인데요, 아무래도 안철수 지지층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병 걸리신” 모양입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까닭은, 지금 박근혜가 공약으로 내세우는 대부분을, 지금껏 집권 여당으로 있으면서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 왜 하지 않고 있다가 지금 와서 떠들어대냐는 데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신가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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