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표충사 주지는 왜 절간 땅을 몰래 팔았을까?

김훤주 2012. 10.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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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하는 표충사

경남 밀양에 있는 표충사의 주지가 사무장과 짜고 사유지(寺有地)를 팔아먹고 튀는 사건이 터져서 사람들 눈길을 끈 적이 있습니다. 한 달 전인 9월 초순 신문과 방송에 한꺼번에 보도가 됐습니다. 미리 말씀드려 놓겠습니다만, 저는 표충사를 무척 사랑합니다.


표충사 절간 전체가 주는 넉넉하면서도 담담한 느낌이 좋고 아침에 찾아갔을 때 마당에 깔끔하게 남아 있는 비질 자취도 느낌이 좋습니다. 천왕문에 있는 사천왕들도, 그리고 그 앞에 심겨 있는 배롱나무도 좋은데요, 특히 대광전 맞은편에 있는 우화루는 그 존재만으로도 때마다 저를 기쁘고 즐겁게 해 줍니다.

어쨌거나, 임기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표충사 주지가 표충사 둘레 밭과 임야 주차장 자리를 40억 원 정도 받고 소유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 버렸습니다. 전직 주지가 전직 사무장과 짜고 비밀스럽게 벌인 일인데, 주지는 필리핀으로 튀었고 사무장은 태국으로 날아 버렸습니다. 새 주지가 오면서 이런 사실이 알려져 경찰이 수사를 벌이는 등으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표충사 으뜸 전각 대광전이 바라보이는 우화루.


말로는 무소유 실제는 왕소유

경남도민일보 그림

이런 일이 왜 일어났을까요? 조계종 종단 소유로 돼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표충사 소유로 남아 있어서 주지가 사무장이랑 짜고 조계종 종단이 모르게 은밀하게 사고팔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오는 모양입니다. 물론 절차상으로 본다면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근본에서 따져 보면 이런 일이 발생한 까닭은 억수로 간단합니다. 팔아먹을 재산이 있었고 팔아먹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종교 가운데서도 특히 불교는 무소유를 표방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저는 봅니다.

그렇게 볼 수 있는 근거는 또 있습니다. 다섯 달 전인 지난 5월에는 전남 장성 백양사 관광호텔에서 스님들이 몇 억원대 포카 도박을 하다가 문제가 되기도 해쓴데, 그 때도 스님들한테 그렇게 많은 돈이 있지 않았다면 아예 포카 자체를 치지 못했겠지요. 스님들이 돈이 없어서 마을회관 경로당에 모이는 할매 할배처럼 1점에 10원이나 100원 되는 돈을 걸고 고스톱을 했다면 그렇게 문제가 됐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당시 조계종 총무원의 고위 간부는 이런 도박을 두고 스님들의 독특한 문화라는 취지로 애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담긴 뜻은 이렇습니다. 독특한 문화라……, 스님들은 술을 마신다거나 여자랑 놀아난다거나 하는 세속의 욕망을 삼가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스님들한테 다른 즐길거리가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신도들 시주나 보시로 들어오기 때문에 언제나 손쉽게 만질 수 있는 돈을 갖고 ‘놀았고’ 그렇게 ‘돈을 갖고 노는’ 문화가 스님들 사이에 퍼져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재산이 있으니까 팔아먹을 욕심이 생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표충사 사건도 다르게 보이지 않습니다. 표충사나 조계종 종단이 갖고 있는 땅이 없었다면, 표충사나 종단이 이런 재산을 소유하려고 애쓰지 않았다면 절대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었겠지요.

물론 사람들은 조계종이나 표충사가 재산을 소유하려고 애를 썼다고 여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등바등 벌어서 새로 장만한 땅이 아니라, 조계종 종단이나 표충사가 생긴 이래로 대대로 내려오는 그런 땅이고 재산이 아니냐는 얘기입니다.

물론 그렇겠습니다. 이번에 사건을 통해 확인된 사실 하나만 놓고 보면 그렇게 말해도 틀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절간이나 스님들 하는 노릇을 보면 이번과 같은 일이 줄줄이 예비되고 있다고 해도 전혀 틀리지 않습니다. 계속 재산을 불리려 하고 땅을 늘리려 하니까 말씀입니다.

끊임없이 재산을 늘리려고 애쓰는……


보기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밀양 어느 절간에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갔더니 연등을 팔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하루 연등 3만원, 일년 연등 5만원”. 이러면 어떤 신도가 하루 연등을 하겠습니까? 모두 일년 연등을 달지. 절간 불상 하나하나마다 놓여 있는 불전함은 얘기거리도 되지 않습니다.

절간 들어가려면 누구나 지나야 되는 해탈문 불이문 같은 데를 온통 물건 파는 가게로 만들어 버린 절간도 적지 않지요. 표충사를 포괄하는 본사인 양산 통도사도 한참 동안 그렇게 하다가 가게를 뜯어낸 지가 이제 겨우 4년 가량 되는 줄 압니다. 쌍계사 팔영루도 지금껏 그렇게 바뀌어 있습니다.

불교 교리 아니라 세상사는 이치로만 보더라도 먼저 팔아먹을 물건이 있은 다음에 팔아먹을 욕심이 생기는 법인데, 그런 면에서 보자면 절간이나 종단이니 종교가 그렇게 재산을 챙긴다는 자체가 화근을 키우는 셈입니다. 재산이 아예 없으면 그것을 갖고 어떻게 배를 불려 보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는 노릇일 테니까 말씀입니다.

이번에 표충사 당시 주지가 땅 팔아먹고 튀었다는 사실만 보지 말고, 그러니까 표충사 당시 주지가 욕심을 없애지도 주체하지도 못했다는 사실만 보지 말고, 그렇게 팔아먹고 튈 수 있도록 평소에 절간이나 종단이 쌓아둔 재산이 많았고 계속 그렇게 재산을 불리려 한다는 데에도 눈길을 한 번 던져보자는 얘기입니다.

표충사는 들머리 숲조차 불법 주차장으로 쓰고

표충사 들머리 바로 앞 불법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는 자리.


게다가 표충사는 주차장을 두고도 말이 많았습니다. 주차장으로 할 수 없는 절간 바로 앞 숲에다가 주차를 하도록 해서 생태계를 해친다는 지적을 꽤 받았습니다. 이번에 팔아먹은 주차장은 절간 바로 앞 숲이 아니고 밀양시에서 지원을 받아 1km정도 떨어진 데 새로 만든 것입니다.

새로 지원받아 만든 주차장은 이번에 팔아먹었고요, 예전부터 운영해 오던 숲 속 주차장은 입장료 수입을 늘리기 위해 불법인 줄 알면서도 운영한다는 비판을 계속 받아왔는데도 결국 고치지 않고 있습니다. 절간이나 주지 수익 올리는 측면에서 보자면 완전 꿩 먹고 알 먹고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전직 주지가 '나눔'을 실천했다는 우스개까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에 당시 주지가 절간 땅을 팔아먹은 것을 두고 엉뚱한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번에 팔아먹은 주지 스님이, 불교의 기본 정신 가운데 ‘나눔’ 하나 만큼은 제대로 실천했다는 우스개소리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번에 주지 스님이랑 사무장이 들어서 그렇게 팔아먹었기에, 절간 소유 땅이 일반 민간인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실현되고 말았다는 얘기입니다. 만약 팔아먹지 않았다면 그 땅에서 적지 않은 수익금이 줄곧 나와서 절간 재산을 계속 불렸을 것입니다. 당시 주지는 그 땅을 시세보다 싸게 팔아 결과적으로 산 사람에게 더 많은 이득을 안기는 ‘보시’까지 했습니다. 몰래 빨리 처분하려다 보니 그리 할 수밖에 없었겠지만요.

그러니까, 결과를 놓고 보자면, 그리고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재산이 있고 난 다음에야 그 재산에 대한 욕심이 생기는 법인데, 그런 욕망의 근원을 제거하는 순기능까지 발휘했다는 얘기를 사람들이 하더라고요. 어쨌거나 재산을 처분하는 바람에 앞으로 절간이나 스님이 그런 욕심을 부릴 소지가 줄어들었다는 것이지요.

물론 정색으로 하는 진담이 아니라 이런저런 자리에서 그냥 툭툭 던지는 농담이지만, 그래도 새겨들을 바가 조금은 있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과정이 고약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비움은 실천됐고 그만큼 불교가 지향하는 바 욕심을 버리도록 작용을 했다는 얘기가 되네요.

비질 자취가 깔끔한 표충사 절간 마당.


물론 이번에 표충사에서 이런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기독교나 원불교 같은 다른 종교가 아닌 불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됐지만, 다른 종교도 그것이 제도를 이루고 있고 그 제도를 사람이 운용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 표충사 사건이 이렇게 일러주는 바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어쩌면 바로 이런 점이 ‘인간이 만들어낸 종교라는 제도’의 한계인 것 같다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됩니다. 불교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 있는 제도화된 종교들이 모두 말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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