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김두관 선수를 향한 마지막 바람

김훤주 2012. 5. 5. 11:30
반응형
2010년 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김두관 후보는 단 한 번도 "당선되면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아무도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느냐?"고 묻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상황은 그랬습니다.

그런데 당선과 함께 김두관 선수 몸값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높아지면서 임기를 끝까지 채우느냐 마느냐가 관심사가 됐습니다. 어쩌면 임기 도중에 그만두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바로 2012년 대통령 선거 때문입니다. 단 한 번도 야권 도지사가 있지 않았던 경남에서 당선돼 전국에서 눈길이 쏠리게 되면서 김두관 선수가 예비 대권 후보 반열에 들어섰습니다. 이에 더해 김두관 선수는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생각이 있느냐?"고 기자들이 물으면 서슴없이 "그렇다"고 답해 왔습니다.

이로써 김두관 선수의 이번 대선과 관련된 움직임이 더욱 눈길을 끌게 됐습니다. 김두관 선수는 상황이 이렇게 바뀐 뒤에도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도정에 전념하겠다"고만 했습니다.

도지사 노릇을 계속하지만 그래도 상황이 달라지면 태도를 바꿀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둔 셈입니다. 이를테면 도정에 전념하다가 조건이 주어지면 한 번 나가보겠다는 것입니다. 그런 조건이 무엇이냐는 사람에 따라 달리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2011년 11월 블로거 간담회에서. 달그리메 사진.


다른 발언도 있었습니다. 2011년 11월 있었던 블로거 간담회 자리였습니다. 한 블로거가 물었습니다. "차기는 아니라도 차차기는 대통령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느냐?" "쪼매 있다." 다시 블로거가 묻습니다. "차기 대권에는 정말 생각이 없느냐?" 다시 김두관 선수 답합니다. "대통령이 됐을 때 걱정이 든다. 그림이 아직 없다. 앞으로 길게 보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2년 1월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과 만나 치른 인터뷰에서도 이런 기조는 이어집니다. 김주완 국장이 물었습니다. "(대선 출마) 가능성은 열어두고 계시는 거죠?" 김두관 선수 대답은 이랬습니다.

"주변에서 그렇게 열어두라 하기도 하고요. 또 정치라는 게 워낙 움직이는 생물이고 역동적이라서 미리 닫아놓을 이유가 있나 하는데, 저도 거기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재야인사가 아니라 현실 정치인이니까.

좀 부담스러운 것은 제가 경남도정을 1년 7개월째 하고 있는데, 어쨌든 도정에 전념하는 것이 도지사로서 잘 하라고 저를 선택해주신 도민들에게 대한 최소한 예의이고 도리라고 생각하고, 저는 도정에 전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통해 의미있는 정책 성과가 나올 때 저의 장래도 열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교과서적로도 그렇지만 제 마음가짐도 도정에 전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좀 더 편하게 이야기하면,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는 자리는 국민이 원하고 시대정신에 맞아야 한다고 봅니다. 보통 정치인들이 다 그런 꿈, 나라를 잘 경영해봐야겠다는 꿈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가능한 사람은 5년에 한 명밖에 안 나옵니다.

그야말로 국민이 부를 때만 가능하지 그 부분은 개인이 욕심낸다고 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시대와 역사, 국민이 요구해야 할 수 있는 거죠. 나중에 국민이 부를 수도 있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고 지금은 도정에 전념하는 게 도리이자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이 때까지 김두관 선수가 스스로 능동적으로 대선 출마를 위해 무엇을 하려 한다고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역사가 시대가 국민이 부르면 응답하겠다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김두관 선수가 달라졌습니다.

2011년 8월 푸른내서 주민회 주최 강연회에서. 달그리메 사진.


동의하시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겠지만, 저는 2012년 2월에 있었던 <주간 조선>의 김두관 선수 관련 보도를 보면서, 김두관 선수는 보도 내용을 부정했지만, '아 이 사람 이번 대선(경선 포함)에 반드시 나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은 날이 갈수록 더해졌습니다. 김두관 선수 움직임이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책을 집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이는 2010년 3월에도 책을 낸 적이 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책을 낸다는 점에서 매우 닮았습니다.

2010년 도지사에 당선된 때부터 지금까지 2년에 걸친 도정 운영 경험을 담은 책이라고 합니다. 임기 4년을 마친 다음에 써야 알맞은 책을, 도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중간에 굳이 내려고 합니다. 왜일까요? 저는 김두관 선수 이전에 현직 도지사가 임기 도중에 책을 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막 뛰어가면서 책을 쓰는 모양입니다. 김두관 선수 도지사 되고 나서 몇 차례 가까이서 본 적이 있는데, 그 때마다 매우 피곤해 보였습니다. 오전에 만났을 때도 그랬고 오후에도 그랬고 저녁에도 그랬습니다. 그런 와중에 책까지 써내나 봅니다.

2010년 도지사 선거 당시 블로거 간담회에서. 달그리메 사진.


임기 2년을 잘 정리하라고 했습니다. 전반기를 마치고 후반기로 들어서면서 어느 정도 마무리를 하고 새롭게 일할 가닥을 잡기 위한 정리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 분위기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을 주지 못합니다.

저는 이런 움직임만으로도 김두관 선수가 통합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에 출마하리라고 잘라 말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두관 선수가 말을 바꿨으며 지금도 바꾸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좋다 하고 어떤 이는 나쁘다 하고 또 다른 어떤 이는 이도 저도 아니다 하겠지요.

어쨌거나 저는 적어도 김두관 선수 태도가 자기가 한 말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정에 전념하겠다"는 말은 이미 책임지지 못하는 거짓말이 됐습니다. 도정에 전념하면서 어떻게 이렇게 책을 쓸 수 있을까요? 대필(代筆)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차기는 아니고 차차기"라고 한 말도 얼마 안가 곧바로 거짓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아직 완전히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움직임을 볼 때 2012년 올해 12월 18일 치러지는 대선을 향한 발걸음은 이미 시작됐다고 저는 보기 때문입니다.

(앞서 김두관 선수는 이미 한 차례 자기가 한 약속을 거짓말로 만든 전력이 있습니다. 선거 당시 임기 마칠 때까지 무소속으로 남겠다 해놓고 올해 2월 16일 통합민주당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그이가 원래부터 민주당 계열이기에 큰 문제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어쨌든 약속 위반임은 분명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김두관 선수는 중요한 하나를 잃어버렸습니다. 김두관을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예전에는 김두관 선수가 다른 정치인과는 다르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김두관 선수도 다른 정치인 하고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 됐습니다.

저는 적어도 김두관 선수 본인이 말한대로 "국민이 원하는지"를 객관적으로 검증해 보고 대선(통합민주당 경선 포함)에 나가면 좋겠습니다. 저는 김두관 선수가 자기를 지지하는 몇몇을 모아놓고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는 그런 꼴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한편에서는 출마에 앞서 "경남 도민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으로는 모자랍니다. "이해를 구한다"란 "내가 이리 하기로 했으니 그리 알고 양해해 달라"는 말입니다. 경남 도민을 주체가 아니라 그저 손놓고 구경이나 하는 수동적 들러리로 만드는 노릇입니다.

2011년 11월 블로거 간담회 당시 모습. 거다란 사진.


적어도 여론 조사 정도는 하면 좋겠습니다. "도지사인 김두관 선수가 올해 12월 대선에 나가는 데 동의하느냐?"고 말씀입니다. 전체 국민 상대로는 하기가 어렵다면 경남 도민 여론만이라도 조사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010년 도지사 선거에서 김두관 선수를 지지한 경남 지역 유권자들은 당선돼 도지사 노릇을 잘하라고 했을 따름이지 당선된 도지사 자리를 대통령 선거에 나가는 징검다리로 삼아도 된다고는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태 전 김두관 선수를 지지했던 경남 유권자 가운데 많은 이들이 실망하고 얼굴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 안방인 경남에서조차 호평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지역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겠습니까?

김훤주
※ 글을 쓰고 나서 김두관 선수가 "당선되면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고 한 적이 있는지 없는지를 다시 한 번 알아봤습니다. 정확한 일시와 장소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대체로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정리됐습니다. "당선된다면 임기 동안 무소속으로 남아 도정에 전념하겠다." 

"임기 동안"이 "무소속으로 남아"에도 걸리고 "도정에 전념하겠다"에도 걸린다고 봐야 마땅합니다. 이는 "임기를 채우겠다"로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틀렸습니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이 글이 전체 흐름에서 크게 잘못됐다 싶지는 않아 이렇게 꼬리를 붙인 채 그대로 두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