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어르신들이 촛불집회 반대하는 이유

기록하는 사람 2008. 6. 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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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3시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단체가 서울시청 광장에서 개최한 촛불시위 반대집회를 오랫동안 지켜봤습니다. 그들의 논리가 궁금해서였습니다.

역시 어르신들의 집회라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버스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전국에서 모여든 관광버스 행렬.

시청 광장에 들어선 어르신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설치한 천막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분위기를 살펴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촛불집회를 위한 천막들을 살펴보시는 어르신들.

연단 앞에 늘어선 손팻말들을 보니 '광우병 사람 감염확률은 무시해도 될 정도'랍니다. 또 '광우병은 광견병처럼 쉽게 옮는 병이 아니'랍니다.

그러면서 '촛불입니까? 다이너마이트입니까?'라는 제목 아래 '아직 민주주의와 근현대사를 배우지 못한 중학생들을 선동하였'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보수단체 집회장 연단 아래의 손팻말들.

그래서 '선동정치'는 안 되며 '국민이 들고 있는 촛불은 국민이 꺼야' 한답니다. 뜬금없이 '헌법에 어긋나는 6.15공동선언은 무효임을 선언한다!'는 팻말도 보입니다.

이번에는 집회장 끝에 가봤습니다. 아까 천막들을 둘러보며 분위기를 살피던 어르신들이 슬슬 천막에 앉아 있는 젊은이들을 나무라며 시비를 걸기 시작합니다. 천막 안의 젊은이들이 "그냥 집회나 하세요. 어르신들과 싸울 생각 없거든요."하면서 상대를 하지 않으려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자 어르신들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들이"라며 벌컥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이 때문에 천막에 앉아 있던 너댓 명의 젊은이들이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화를 내시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옆에 앉아 수첩에 받아적어봤습니다. 사진도 앉은 상태에서 위로 올려 찍었습니다.

"이럴 시간 있으면 집에 가서 공부나 한 자 더해." "못된 놈들 호강에 겨워가지고."
"국가에서 학교와 군인들한테는 한우 준다고 했잖아. 그러면 됐지. 일반 사람들은 안 사먹으면 되잖아."
"쇠고기 들어오면 제일 먼저 사먹을 놈들이...그러면서 자기 자식들은 모두 미국으로 유학 보네데?"
"에이, 돼지만도 못한 놈들."
"손학규 그 놈도 나쁜 놈이야. 지놈도 한나라당에 있던 놈이 그럴 수 있어?"
"경찰 갖고 안 되면 군이 나와야 돼."
"맞아, 맞아. 싹 잡아넣어야 돼. 삼청교육대 새로 만들어 정신교육을 완전히 다시 시켜야 돼."
"광우병은 뭔 광우병이야."
"완전히 빨갱이들이야. 청와대 가자는 건 정권 탈취하자는 거지. 빨갱이들 아니고는 한 달, 두 달 촛불집회 못해."
"만날 광우병 광우병, 공산주의 지령 안 받고서는 그렇게 못해."

어르신들은 이렇게 욕설을 퍼붓는 동안 분에 못이겨 젊은이들의 멱살을 잡습니다. 그러자 집회장 주위를 삥 둘러싸고 있던 경찰관이 어르신들을 말립니다.

"참으세요. 어쩌겠습니까. 그냥 집회 하시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흥분하신 어르신을 말리는 경찰관(오른쪽).

그래도 어르신들은 분을 못이긴 채 계속 화를 내십니다.
이렇게 보수단체의 집회장 근처 곳곳에서는 천막과 그 주변의 촛불집회 참석자들과 촛불집회 반대 어르신들의 언쟁과 마찰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어쨌든 어르신들이 촛불집회를 보는 시각은 이랬습니다. 열심히 촛불집회 하시는 분들 새겨들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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