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안홍준 후보, 차라리 구청장 하시지요

김훤주 2012. 4. 1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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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창원 의창구 용호동에 살다가 마산회원구 내서읍으로 이사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여기 오고 나서 마산회원(예전엔 마산을) 안홍준 국회의원의 홍보물을 두 차례 받았습니다.

지금은 다 버리고 없지만, 그 홍보물들은 대부분 해당 지역 어디에서 무엇을 만들었고 들이세웠다는 내용들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무슨 학교에 무슨 건물이 세워지게 했고 어디에 흐르는 하수도를 어떻게 했다는 그런 내용도 들어 있었습니다.

저는 국회의원이 이런 것도 다 하나? 국회의원이 이런 것까지 다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아울러 국회의원이 이런 것까지 다 하면 시장이나 구청장이나 읍·면·동장은 무슨 일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해당 지역 시의원이나 도의원은 그러면 그냥 놀기만 해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 내서 나들목 무료화에서는 '말 바꾸기'


이번 19대 총선에 3선을 노리고 나선 안홍준 새누리당 후보의 방송연설을 어제(9일) 우연히 들었습니다. 그이는 한미FTA와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민주통합당이 말 바꾸기를 했다고 공격했습니다.


다 아시는대로, 민주통합당이 여당이던 참여정부 시절에는 한미FTA와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이 합당하고 필요하다고 해놓고 지금 와서는 총선 득표를 위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옆에서 함께 지켜보던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지난 날 잘못한 일을 두고 반성도 못하나?" 물론 저도 민주통합당의 반성이 확실하고 나무랄 데 없다고 보지는 않지만, 어쨌든 문재인 선수나 한명숙 선수는 지난 날 자기가 했던 일을 두고 자기네도 잘못 판단했음을 전제로 깔고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스운 노릇은 같은 논리를 안홍준 후보한테 적용하면 안홍준 후보 본인도 '말 바꾸기'의 달인이 됩니다. 바로 남해고속도로 내서나들목 통행료 무료화 문제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안홍준 후보는 원래가 '내서 나들목 무료화는 어렵다'는 쪽이었습니다.


2. 내서 나들목 무료화에 대한 후보들의 견해

그래서 줄기차게 내서 나들목 무료화를 주장해 온 하귀남 민주통합당 후보는 이를 짚었겠지요. 이와 관련해서는 경남도민일보 남석형 기자가 4월 7일치 2면 '단골 공약 내서IC 무료화 이번엔?'에서 제대로 짚었으니 한 번 들여다 보시면 되겠습니다.
 

왼쪽부터 안홍준 하귀남 백상원 후보. 경남도민일보 사진.


안홍준(61·새누리당) 후보는 그동안 '법적 규정이 없어 무료화는 어렵다'는 견해였지만, 이번 총선에서 입장 변화가 있다. 안 후보는 "무료화하려면 창원시가 관리권을 이양해야만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현 북창원~산인 4차로를 6차로로 확장해야 한다. 이를 통해 무료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안 후보는 타 후보로부터 '표를 의식한 말 바꾸기' 공격을 받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법적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무료화하겠다는 상대 후보가 오히려 주민을 기만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다 이번 6차로 확장을 통해 무료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세 번째 도전인 하귀남(39·민주통합당) 후보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역시 '내서IC 무료화'를 공약화하며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 후보는 "내서IC는 사실상 내서지역 교통체증 분산을 위한 국도 역할이 크다"며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관리권 지자체 이양을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밝힌다.

구체적 이행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는데, 1년 차-도로공사 협의 통한 법 개정 공청회 등 개최, 2년 차-국토해양부 협의 통한 유료도로법 개정 발의, 3년 차-창원시 협의 통한 관리권 이양추진, 4년 차-무료화 시행 계획을 내놓고 있다.


백상원(47·무소속) 후보 역시 "서울(외곽순환선 학의~안현Jct 구간) 경우 21.5㎞인데도 무료화하고 있다. 내서IC는 5.3㎞에 불과하다. 관리권 이양도 맞지만 좀 더 형평성 있게 하기 위해 10㎞ 이하는 무료화하는 법 장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관리권 이양에 대해서는 박완수 시장도 창원시의회 시정질문답변을 통해 "무료화가 맞고 관리권 이양도 타당성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국토부·도로공사 입장이 완강해 풀 방법이 쉽지 않다"는 견해를 나타낸 바 있다.


어떻습니까?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이나 한미FTA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태도 변화가 '총선 득표를 위한 말 바꾸기'라고 한다면, 똑같은 논리를 펴는 안홍준 후보의 내서 나들목 무료화 여부에 대한 태도 변화 또한 '총선 득표를 위한 말 바꾸기'가 아니겠는지요?


3. 이런 것이 국회의원 공약이라고?

안홍준 후보는 같은 당 소속으로 바로 옆 선거구에 나온 이주영 후보와 마찬가지로 '통합 창원시청사 마산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고, 이에 대한 비판 또는 지적 또는 논란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기에 제가 따로 말씀드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이번 글 들머리에서 잠깐 말씀드린 갖가지 '건립' '건설' 공약에 대해 조금 더 나아가 보겠습니다. 인터넷에서 대충 훑어만 봐도 안홍준 후보의 이런 부류 공약이 많음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먼저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정리해 놓은 안홍준 후보가 앞에 내세우는 다섯 가지 공약들입니다. '통합 창원시 청사 반드시 마산 유치'에 이어 '회원구 노인종합복지관 건립'과 '장애인 휘트니스센터 및 전용 목욕탕 건립'과 '구) 중리초등학교 부지 활용, 복합문화 공간 조성'과 '마산자유무역지역 현대화·고도화 및 봉암공단 (근로자복지회관) 건립'이 나옵니다.


제가 무식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이 가운데 국회의원의 권능이라야 할 수 있는 그런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시장이나 구청장 권한으로 충분히 하고도 남는 그런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해당 예산 가운데 국비를 많이 끌어오는 정도겠습니다.


하지만 실은 이 또한 무슨 건물이든 방침이 결정되면 시청이나 도청의 해당 부서 공무원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받아내야 하는 그런 일이라고 해야 하지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국회의원이 이렇게 자기 지역구 예산 챙기는 데만 머리를 싸매다가는 다른 큰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봅니다.


안홍준 후보 공약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먼저 옛 중리초교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스포츠센터(수영장 포함)와 도서관을 비롯해 시민문화예술공간, 청소년직업교육공간, 건강지원센터 등을 조성합니다. 이는 창원시장 권한 아래 마산회원구청장과 내서읍장이 책임지고 할 일 아닐까요?


뿐만 아닙니다. 광려천 하천 정비와 고향의 강 조성과 마산역 광장 정비와 구암동 남해고속도로변 금강로 주변 완충 녹지 조성과 내서지역 평성 일반산업단지 조성과 수곡마을 공업지역 지정과……로 이어집니다.


4. 우리가 바라는 행복이 그런 건물들에 있을까?

구암여중 체육관 건립까지!!

여기에 더해 중리공단 공영주차장 설치와 마산지역 전통시장 현대화사업 시설 지원과 주차장 건립까지 들어가 있습니다. 이렇듯 주차장 하나 들이세우는 것조차 국회의원이 아니면 못하는 일인지도 미심쩍고 이처럼 읍장이나 동장이 신경써야 마땅한 일에 머리를 싸매다 보면 이른바 국정은 언제 보살피겠는지도 걱정스럽습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문득 돌아봐지는 무엇이 있습니다. 안홍준 후보는 이런 것들을 지역 주민으로 하여금 행복하고 잘살게 해주는 방편으로 내세웠고 그이가 여태 두 차례 당선된 바탕에는 이를 그대로 믿는 지역 유권자의 심리가 크든작든 깔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안홍준 후보도 이런 것들이 행복이나 잘사는 것과 관련된다고 봤고, 지역 유권자들도 많은 부분 그이한테 투표를 함으로써 이런 것들이 자기네 행복이나 잘사는 것과 관련된다고 화답한 셈입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봅니다. 안홍준 후보는 앞서 국회의원으로 8년 동안 있으면서 갖은 일들을 엄청나게 해냈다고 홍보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거짓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그만큼 더 행복해지고 잘살아져야 하는데 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무엇이 잘못됐을까요?우리가 바라는 행복이나 잘 사는 것이 그런 갖은 시설이나 건물이나 주차장이나 하천 정비나 현대화나 고도화나…… 따위와는 별로 관계가 없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우리가 겪는 고통이나 불행이 그런 갖은 시설이나 건물이 없어서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반증이 아닐까요?


우리가 바라는 행복이나 잘 사는 것은 무엇이랑 관련돼 있을까요? 태어나서 제대로 자랄 수 있고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고 아플 때 돈 걱정없이 치료받을 수 있고 잘릴 걱정없이 밥벌이할 수 있고 무엇인가 누리고 싶을 때 적당하게 비용을 부담하고는 누릴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우리가 누리고 싶은 행복이나 잘 사는 것은 갖은 시설이나 건물에 들어 있지 않다고 저는 봅니다. 그런 것들은 나라 전체 차원에서 복지를 강화하고 문화·교육·의료 체계를 제대로 짜는 것으로 담보된다고 저는 봅니다. 국회의원은 바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안홍준 후보의 공약은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사람의 것이 아니고 구청장이나 시장을 하겠다는 사람의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번 4·11 총선은 구청장이나 시장을 뽑는 선거가 아니고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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