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양산 송인배, 좋아 보인 셋과 아쉬운 하나

김훤주 2012. 4. 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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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양산으로 블로거들이 가서 송인배 민주통합당 후보를 인터뷰했다는 얘기는 이미 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 날 후보를 만난 뒤 그이가 여러모로 반듯하기는 하지만 아쉬운 대목도 조금은 있더라는 생각이 함께 들었습니다.

1.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

야권 단일 후보인 송 후보가 여러모로 반듯해 보였던 까닭은 먼저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서 양산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으며 그에 따라 지역의 바람직한 발전 방안도 제대로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대목입니다. "양산의 매력은 천혜 자연 조건과 좋은 주거 환경에 있습니다. 관광을 발전시키는 한편 50만 명을 목표로 전원 주택 같은 것을 잘 만들어 사람이 들어와 살도록 해야 합니다. 양산에는 그렇게 개발할 수 있는 지역이 많이 있습니다.


양산 부산대학교 병원이 있습니다. 완결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어린이병원이 있고 한방병원도 있습니다. 유일하게 한의학 전문대학원도 있습니다. 부산대병원이 들어오고 나서 뇌출혈 같은 심장질환으로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줄어들었습니다. 주거 환경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까닭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밖에 양산 웅상읍에서 가까운 고리 핵발전소 관련 대책, 상대적으로 발전이 처진 웅상 지역에 대한 전망 등등 송 후보가 지역 사정에 밝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발언들이 많았지만 여기서는 별 필요가 없으니까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2. 달라진 시대에 걸맞은 주택 정책

반듯해 보인 두 번째 까닭은 새로운 주택 정책을 내세웠다는 데 있습니다. 요즘은 청년이든 노인이든 1인 또는 2인 세대가 많이 늘었고 이들이 손쉽게 거처할 수 있는 그런 집이 많이 필요해지게 됐습니다.

송인배 후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많이 올랐습니다. 부자들은 돈을 벌겠지만 서민에게는 고통입니다. 주거 문화를 조금씩 바꿔 가면서 정치권에서 연착륙을 시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주택을 재테크 수단으로 보지 않고 삶의 공간으로 보도록 말씀입니다.

이와 더불어 작은 집을 공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공유지 가운데 자투리 땅이 곳곳에 있습니다. 여기에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작은 임대 주택을 짓습니다. 나라에서 임대 주택을 지으면 나랏돈이 잠겨 버려 다른 데 쓸 수 없게 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민간 자본을 참여시키는 경우에도 끝까지 잠가 놓을 수는 없기 때문에 5년이든 10년이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분양 전환'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국가나 공공기관(자치단체 포함)이 땅을 대는 위에 민간 자본을 참여시키면 충분히 가능한 정책입니다.


이를테면 땅이 넓이가 80평 정도만 돼도 원룸 형태 소형 임대 주택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학교 근처에 있는 땅에 지은 임대 주택은 학생들 자취방으로 쓰게 하고 공단에 있는 자투리 땅에 지은 임대 주택은 중소기업 노동자 전용 기숙사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3. 수도권에 맞서야 한다는 자세도 돋보였고

여기에 더해 지역 균형 발전을 대하는 자세 또한 돋보였습니다. 핵심은 이랬습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국회의원이 한 몫을 하려면,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 수도권 출신 국회의원들과 정책 대결을 벌이는 문화가 돼야 합니다.


지역의 구체적인 정책과 계획을 갖춰 수도권 국회의원을 잘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손익을 따져 수도권 사람을 비수도권으로 보내는 계획을 추진해야 할 때가 올 수도 있는데 그러려면 수도권에 누리는 문화 수준을 지역에서도 70%는 만들어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런 수준을 만드는 준비를 국회에서 해야 한다고 봅니다."


여기까지는 나무랄 데 없이 좋았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말씀입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도 마찬가지 그랬습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관련이었습니다. 종부세는 아시는대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있으나 마나 한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4. 수도권 부자한테 걷어 비수도권 지원하는 종부세

송 후보는 종부세에 담긴 깊은 뜻을 풀어놓았습니다. "종부세는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많이 걷는다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도권 땅부자들에게서 걷은 이 종부세는 전액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 교부금으로 가게 돼 있었습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종부세가 유명무실해지면서 비수도권으로 가는 교부금이 크게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부자감세라면서 찬성하고 그랬습니다. 결과적으로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자금이 줄어드는데도요."

교부금은 보조금이나 양여금과는 달리 국가가 지방자치단체한테 주면서 어디에 써야 한다는 '꼬리'를 달지 않은 돈입니다. 어떤 얽매임도 없이 자치단체가 자기 뜻대로 쓸 수 있고 또 써도 됩니다. 제대로만 쓰면 참 좋은 돈입니다.

5. 종부세가 토호들 배불린 데 대한 대책은 없어

그런데 그 교부금은, 개별적으로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이른바 '지역 개발'을 하는 데 쓰이고 그 결과 지역 토호들 배를 불리는 데 대부분이 들어가고 맙니다. 여기서 지역 개발은 대부분 토목·건축 이런 부류이겠습니다.

아시는대로 이렇게 형성되는 토호들은 여태껏 지방자치에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부패·비리와 부당한 압력 행사 등 갖은 타락으로 지방자치를 말아먹었고 다른 한편 정치 측면에서는 이른바 풀뿌리들의 참여를 가로막고 지역 국회의원으로 대표되는 중앙 정치 권력에 맹목으로 복종함으로써 말아먹었습니다.

그러니까 지역 균형 발전을 하라고 주어진 교부금이 지방자치를 가로막는 토호들 세력 불리는 데 쓰이는 역효과를 내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저는 "그런 교부금이 토호들에게 돌아가지 않게 하는 방안도 있어야 하지 않느냐?" 물었습니다.  송 후보가 중요하게 꼽은 지역 균형 발전 정책에 이런 한계가 있더라고 한 셈입니다.

그이는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좀 다른 문제 같은데요. 그야 지방자치가 잘 되면 되지 않겠습니까?" 저는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송 후보 발언을 단순화하면, 지방자치가 잘 되면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다, 가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동어반복밖에 안 됩니다.

저는 내심 이런 대답을 기대했습니다. "건물이나 시설 같은 데는 필요한 최소한만 쓰고 교육이나 복지·의료·문화 분야로 대부분을 쓰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지요. 그래야 지역민이 골고루 누리고 가난한 이들이 좀더 누릴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러면 토호에게만 부(富)가 쌓이는 현상도 줄겠군요." 이런 대답을 듣지 못해서 저는 못내 아쉬웠습니다.

종합부동산세는 노무현 정부의 작품입니다. 그이 임기 때인 2005년 시행됐다는군요. 종부세로 마련한 교부금을 자치단체로 그냥 보내는 데 대한 지적은 당시도 있었다고 저는 압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송인배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을 이어받기는 했지만 아직 뛰어넘지는 못했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저는 생각합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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