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언론, 블로그 강의

노동운동 한다면서 SNS 활용을 안해?

김훤주 2012. 2. 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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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저녁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SNS 활용에 관한 강의를 했습니다. 기초가 되는 소양 교육 정도에 해당되는데요, 저는 두 시간을 생각하고 얘기를 이어나갔습니다.

한 시간 즈음 지났을 무렵 한 조합원이 "다 아는 얘기를 왜 되풀이하느냐? 본론은 언제 시작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왜냐 하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구체 실행 방법을 얘기하려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민주노총 경남본부에서 주문받은대로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블로그 장점과 특징, 그리고 서로 사이 관계, 이런 소셜 미디어를 연동하면 좋은 까닭 따위를 포괄적으로 말씀드릴 생각이었습니다.

실제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경우는 사용법이 복잡하지 않고 매우 단순하기에 그야말로 '닥치고 일단 실행'이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실패에서 배웠습니다

당황한 탓에 흐름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해오던 대로 못하고 해당 조합원의 말씀을 받아들여 "그러면 사용 방법에 대해 문답식으로 얘기해 보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또한 뜻같지 않아 질문조차 제대로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저는 어쨌거나 여기서 한 가지를 배웠습니다. 강의 도중에 돌발 상황이 일어나면 대처를 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사태 파악을 제대로 못한 채 강의를 듣는 분들의 이런저런 얘기에 휘둘리고 말았습니다.

이번 같은 경우를 새로 생각해 본다면, 조합원 한 분이 그렇게 이의를 제기한다면, 다른 분들(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물어봐서 결정을 하겠습니다. 이날은 한 사람에게만 더 물어보고 그렇게 바꿨거든요.

또 하나는, 강의 내용을 이렇게 구성한 까닭을 나름대로 충분히 설득력 있게 밝히고 그에 대한 동의를 얻어서 새로 진행하겠습니다. 이날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전체 내용 가운데 뒷부분 블로그 관련 부분은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처럼 기초 내용 강의일 때는 수준 맞추기가 무척 어렵다는 사실도 새삼 알았습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사람도 있고, 이제 막 시작한 사람도 있고 하기가 십상인데, 이들 모두를 충족시키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나중에 강의를 마치고 나가는데 함께 들은 몇몇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머리에 쏙쏙 들어오던데 뭐가 문제지?" 그렇다고 제가 거기에서 무슨 위안을 얻지는 않겠습니다. 제가 잘못한 대목을 잘 알고 있고,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겠는지를 알았다는 점을 보람으로 삼겠습니다.

아울러 이 날 강의안을 함께 올려봅니다. 어쩌면 다른 이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저랑 동행했던 민병욱 경남도민일보 기자가 찍은 것입니다. 한 번 봐주시기 바랍니다.
 




1. 상호 소통을 넘어 네트워크 폭발로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대세라 하고 관심도 많이 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사생활이 노출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사용 환경과 소통 방식이 예전과 다르다는 점 때문에 꺼리는 이도 많습니다.

SNS가 무엇일까요? 인터넷을 기반으로 삼아 사회 관계망을 형성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1인 미디어, 1인 커뮤니티로서 의사 소통과 정보 공유를 포괄하는 개념이면서 무한하게 확장해 나가는 네트워크 과정을 통해 새로운 메시지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홍보와 사회적 의제 설정도 할 수 있고 곧바로 오프라인에서 행동까지 끌어낼 수도 있습니다.

SNS에는 오프라인 매체와 달리 특별한 제약이 없습니다. 이미지나 뉴스나 동영상을 쉽게 걸고(링크) 쉽게 공유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는 좀 그런 성격이 덜하지만 인맥 관리 기능도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와 페이스북·트위터가 등장하면서 기성 매체가 주도하던 일방 통행식 매스 커뮤니케이션은 힘을 잃고 상호(쌍방) 소통이 대세가 됐습니다. 옛날에는 객관적인 정보 데이터 등이 주로 유통됐다면 SNS에서는 감성이 주로 소통되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는대로 SNS에서도 신문이나 방송에 보도된 내용들이 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현상을 두고 SNS가 콘텐츠의 새로운 유통 경로로 자리잡았다고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으로만 그치지는 않습니다.

실시간으로 쌍방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객관적인 정보나 데이터에 감성이 얹혀져 유통됨으로써 전혀 새로운 내용으로 재창조 또는 각색되기도 하는 현실이 나타납니다.

한진중공업 김진숙 크레인 농성에서 나타난 희망버스가 그렇습니다. 정보나 데이터를 적극적·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여러 개인들이 감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견해를 덧붙임으로써 새로운 내용이 창조되는 공간이 SNS입니다. 이를 두고 네트워크 폭발(Explosion)이라고도 합니다.

2. 폐쇄적인 홈페이지, 개방적 능동적인 블로그, 친근한 페이스북, 재빠른 트위터
 


그런데 블로그와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제각각 특징과 장점이 다릅니다. 이런 특징과 장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이들 SNS를 종합적으로 연동해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먼저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겠습니다. 인터넷 홈페이지는 복잡합니다. 그래서 전문 업체에 맡겨 홈페이지를 만들고 운영 관리도 전문 업체에 맡깁니다. 그렇게 하는만큼 비용도 들어가게 마련입니다.

인터넷 홈페이지는 또 사람이 찾아가서 들어가지 않으면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인터넷 홈페이지는 문을 열어 놓기는 했지만 앉아서 사람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극적이고 폐쇄적입니다.

블로그는 오래 유지되기 때문에 자료 같은 것을 저장하기도 좋고 기록성도 높다는 점에서는 인터넷 홈페이지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매체 기능으로 보자면 블로그는 생산 수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블로그는 인터넷 홈페이지와 여러 부분에서 크게 다릅니다. 찾아 들어가지 않아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올블로그, 다음뷰, 믹시 같은 메타블로그로 발행이 되고 RSS(Really Simple Syndication:매우 간단한 배급)을 통해 개인에게도 발송이 됩니다.

가만히 있어도 아침마다 배달돼 오는 일간지와 비슷합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나서 '발행'을 누르는 순간 이 모든 것이 단박에 이뤄집니다. 인터넷 홈페이지보다 훨씬 간단하고 능동적이고 개방적입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어떨까요? 140자 단문 블로그라고도 하는 트위터는 블로그와 견줘 저장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따라서 깊이 있는 글을 쓰기도 어렵습니다. 써 놓은 글도 찾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검색 기능이 있어도 매우 모자랍니다.

대신 트위터는 '리트윗'을 통해 써 놓은 글이 다단계로 퍼져 나가는 장점은 있습니다. 말하자면 중요한 사안이 생겼을 경우 '이슈 파이팅'을 아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트위터가 확실한 유통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트위터는 수직으로 관계가 형성된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사람은 팔로워를 많이 거느리기 어렵다는 말씀입니다. 이외수나 공지영 같은 유명한 인사들이 한 마디 툭 던지면 그것이 그이들의 엄청나게 많은 팔로워들의 리트윗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는 그런 식입니다.

이처럼 수직적으로 관계가 형성된다는 특징은 일정하게 편향되게 하는 효과도 냅니다. 자기가 팔로우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우호적으로 반응하고 자기가 팔로우하는 사람을 비판하거나 공격하는 사람에게는 적대적으로 반응하는 그런 성향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페이스북은 수평으로 관계가 형성됩니다. 친구 관계인 것입니다. 어느 일방이 친구 신청을 해도 상대방이 응하지 않으면 관계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서로가 친구이니까 친한 관계이기도 합니다. 친하다 보니 사적 얘기도 스스럼없이 하게 되는 그런 공간이 페이스북입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오프라인에서도 좀더 쉽게 모여지는 현상을 보입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블로그는 기록, 저장, 생산입니다. 트위터는 휘발, 유통, 일방, 수직입니다. 페이스북은 친근, 수다, 수평, 유통입니다. 그리고 셋 다 공통되는 성격은 감성과 주관과 소통인데 굳이 나눠서 보자면 트위터나 페이스북보다는 블로그가 감성과 주관과 소통이 아무래도 조금 처진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SNS 삼총사 가운데 기본은 블로그입니다. 블로그는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면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따라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반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생산된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기능이 뛰어납니다. 그러니까 노동운동에서 SNS를 활용하려면 블로그를 기반으로 삼아야 마땅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블로그를 하게 되면 글쓰는 능력도 저절로 좋아집니다. 물론 가만히 있어도 좋아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열심히 활동하면 그렇게 된다는 뜻입니다. 꾸준하게 노동운동을 하는 처지에서는 글쓰기가 필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 갈수록 더욱 커지리라고 저는 봅니다.

3. 뭐든 '닥치고' 시작!!!

블로그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할 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 남보다 못하면 쪽팔린다는 그런 생각부터 버리셔야 합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만큼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한다고, 남이 아니라 자기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볼 때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물론이고 노조에서 상근을 하는 간부들에게도 어느 정도 계급적인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 또는 관리직이나 사무직 노동자는 근무 시간에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다룰 수 있지만 생산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쉬는 시간이나 밥먹는 시간 아니면 업무를 마친 다음에나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다룰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자영업자나 관리직·사무직 노동자보다 SNS 사용에 더욱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주어진 조건이 어렵기 때문에 더욱 야무지게 마음을 먹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저는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먹고 무조건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페이스북도 트위터도 블로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눈길에 신경쓰시지 말고 하고 싶은 얘기들을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서슴없이 올리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처음 반짝하고 그치지 말고 꾸준하게 하시면 좋겠습니다.

블로그를 하는 경우는 하나 더 있습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신경쓰면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이지만 블로그는 감성과 주관을 바탕으로 의사 소통을 하는 수단입니다.

말하자면 감성과 주관이 나타나면 그로써 성공입니다. 블로그를 통해 의사 소통이 이뤄지면 그 또한 성공입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틀렸다고 해도 어지간해서는 다들 의사 소통은 됩니다. 오히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신경쓰느라(결국, 달리 말하자면, 다른 사람들 눈치 보고 다른 사람들 눈길 의식하느라) 의사 소통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습니다.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글투, 누군가를 가르치고 훈계하려는 글투, 부드럽지 못하고 뻣뻣하게 굳어 있는 글투, 블로그를 보는 사람에게 특정 견해나 태도를 강요하는 듯한 글투, 블로그를 보는 사람에게 스스로 생각해서 판단하도록 배려하지 않는 글투 따위가 모두 이런 눈치 보기와 관련돼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블로그 잘하는 방법, 트위터·페이스북 잘하는 방법을 여기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썩 잘한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블로그는 빼고요.) 이에 대해서는 저희 경남도민일보 갱상도 문화학교에 교재가 있으니 제게 연락을 주시면 드리겠습니다.

4. 노동자 블로거 취재단과 노조 집행부 페이스북 그룹

대신 두 가지만 제안을 할까 합니다. 먼저 경남 노동자 블로거 취재단 구성입니다. 단위 사업장이 됐든 아니면 산별노조 차원이 됐든 아니면 민주노총 경남본부 차원이 됐든 블로그를 하는 노동자를 모아 공동으로 취재하고 그 결과를 개별 블로거가 자기 블로그에 올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경남 노동자 블로거 취재단이 만들어지면 참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은 카메라도 많이 갖추고 있고 또 스마트폰에 들어 있는 카메라 기능이 아주 뛰어나니까 어떤 행사가 있을 때 사진을 찍고 그것을 시간이 흘러가는 순서대로 늘어놓고 거기에 알맞게 설명만 달아도 기본은 됩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창원 롯데백화점 비정규직 집단 해고 철폐 투쟁에도 당장 써먹을 수 있습니다. 농성 현장에 신문·방송·통신 기자들이 오지 않는다고 해도 손놓고 있을 까닭이 없습니다. 경남 노동자 블로거 취재단이 움직이면 됩니다. 다양하게 여러 시각에서 글과 사진을 구성해서 여러 노동자 블로거들이 블로그에 올리면 나름대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게다가 경남 노동자 블로거 취재단이 일정하게 틀까지 갖추게 된다면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관심 사항을 공동으로 취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때그때 주어지는 현안과 쟁점을 따라가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롭게 의제를 설정하는 기능까지 일정하게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페이스북에 노조 집행부 그룹을 만드는 일입니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은 조합원 전부를 대상으로 그룹을 만들어도 되겠습니다. 게다가 이런 그룹은 노조 대의원 선거구 단위로 만들어도 됩니다.

이런 식으로 그룹을 만들어놓고 이 그룹에서 농담도 주고받고 진지한 얘기도 주고받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소식도 주고받고 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소통은 자연스레 이뤄지게 마련이거든요.

저희 경남도민일보를 보기로 들 수 있겠습니다. 예전에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소식을 주고받을 때는 별로 소통이 되지 못했는데 페이스북에 경남도민일보 식구들 그룹을 만들어 이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았더니 엄청나게 소통이 잘 됐습니다.

저도 그 정확한 까닭을 모르지만, 서로 '친구'라는 느낌, '가벼운 내용'을 '가벼운 형식'으로 올려도 용인되는 분위기, '좋아요'를 몇이나 눌렀는지 확인이 되는 장치, 댓글에 재미있는 댓글이 주렁주렁 달리는 '댓글 놀이' 따위가 영향을 미쳤겠거니 짐작하고 있습니다.

저는 단위 사업장 현장 조직에서부터 민주노총 중앙지도부에 이르기까지 이런 그룹을 만들면 상하좌우로 소통이 더욱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게다가 공개가 아니라 비공개 또는 비밀로도 그룹을 만들 수 있으니 보안도 나름 유지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카카오톡에도 이와 비슷한 기능이 있습니다. 이를 병행하거나 이것으로 대체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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