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창원을, 진보신당의 무기력과 무책임

김훤주 2012. 1. 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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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쓰는 이 글이 손석형 통합진보당 후보를 깎아내리는 데 목적이 있지 않음을 먼저 밝힙니다. 다만 진보신당과 김창근 진보신당 후보의 진보 후보 단일화 거부가 무기력할 뿐 아니라 무책임하기까지 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을 나름 짚어보려고 씁니다.

저는 앞서서 지난 1월 3일 '창원을 선거구, 손석형 김창근 모두 아쉽다' (http://2kim.idomin.com/2119)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2011년 12월 30일 <100인닷컴>과 <경남도민일보>가 함께 마련한 창원을 선거구 진보후보들의 블로거 합동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면서 제가 나름대로 느낀 바를 담았습니다.

1. 창원을 진보 후보들 쟁점은 두 가지

거듭 말씀드리는데, 쟁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가 현직인 도의원을 버리고 오는 4·11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지금 손석형 선수말고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와 무소속 박훈 후보까지 모두 셋이 나와 있는 진보 후보 단일화였습니다.


손석형. 통합진보당.

손석형 선수의 국회의원 출마를 위한 현직 도의원 사퇴(아직 하지는 않았지만)는 당연히 비난·비판을 모두 받을 일입니다. 예전에 강기윤 한나라당 당시 도의원이 현직을 버리고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을 때 앞장서 비판·비난한 이가 바로 손석형 선수이니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이 날 인터뷰에서도 이런 상황이 반영돼 박훈·김창근 두 선수는 손석형 선수를 비판해댔고 손석형 선수 또한 이에 대해서만큼은 자세를 낮췄습니다. 물론 나중에 연대의 기본은 양보와 존중이라면서 통합진보당 직접 투표로 결정된 자신의 출마를 더 이상 건드리지 말라고 하기는 했습니다만. 또 자기 선거구에는 찬성이 많다고도 했습니다만.


이런 과정 끄트머리에 블로거 흙장난이 물었습니다.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쳐 한 사람이 뽑히면 승복할 수 있겠느냐"고 말입니다. 두 사람은 그러겠다고 했고 다른 한 사람은 그렇게 못한다고 했습니다.

박훈 후보와 손석형 후보는 깨끗하게 승복하겠다고 했습니다. 반면 김창근 후보는 원칙에 어긋나는 사람과 같은 자리에 서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창원 을 국회의원 후보 진보 진영 단일화는 절반쯤 물건너갔다고 썼습니다.

2. 통합진보당은 지금 아무 힘이 없는데

김창근. 진보신당.

제가 쓴 글 마지막에서 말씀드린 내용입니다.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진보 진영에서 두 명 이상 후보가 나오게 생겼습니다. 진보진영 단일화도 안 되는 판에 야권 후보 단일화는 더욱 안 되게 생겼습니다. 통합진보당도 아쉽고 진보신당도 아쉽습니다. 손석형도 아쉽고 김창근도 아쉽습니다."


이렇게 쓴 블로그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몇몇 분이 댓글을 다셨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제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과 생각이 닿아 있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골라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김성광님 댓글입니다. "암튼 손석형 의원 빨리 수건 던지시는 게 진보가 사는 길 이라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저도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손석형 선수한테는 이렇게 수건 던지고 링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게다가 링 사이드를 돌고 있는 감독격인 통합진보당(그리고 경남도당 그리고 지도부)에게조차 그런 수건을 던질 힘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통합진보당이 스텝을 어떻게 밟았기에 이렇게까지 꼬여버렸는지요…….

3. 진보신당은 정말 책임이 없을까

김성광님 뒤에 Woo Cheon님은 이랬습니다. "진보신당의 책임은 민노당에 비해 어떤 책임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손씨라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현직도 버려가면서 자기가 한 말을 가카처럼 자기가 어겨주고 온 진보계열을 휘젓고 한나라당 당선시키려 애쓰는 거라 생각합니다. 민노당 당 차원에서도 귀한 선출직을 버리고 자리만 보고 달려드는 그런 인물 키워주는 걸로 봐서 정말 비판받아 마땅합니다."(여기서 민노당은 통합진보당의 잘못이겠지요.)


저는 이 글에서 '진보신당의 책임'이라는 표현에 눈길을 뒀더랬습니다. 제가 글에서 진보신당의 책임을 바로 대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제가 쓴 표현 "통합진보당도 아쉽고 진보신당도 아쉽습니다."는 충분히 그렇게 읽히고도 남음이 있거든요.


김성광님이 이에 답하듯 댓글을 달았습니다. "김창근 후보 단일화 거부도 문제 있습니다"라고 말입니다. 박상진님도 이어 붙였습니다. "김창근 위원장은 분명 자주파 애덜이 단일화 과정에 갖은 꼼수를 쓸 게 뻔하지만 단일화의 대의를 받아들이고 당당히 헤쳐나가야 할 것입니다."


앞서서 이철승님은 이런 댓글을 달았습니다. "진보와 보수=선과 악 이라는 등식의 사고는 몰지성과 몰이성의 결과입니다. 창원을의 단일화는 다수의 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소망입니다. 유권자들의 뜻을 왜곡하여 이러저러 명분과 현란한 논리로 단일화를 거부한다면 이제 유권자들은 스스로의 의식을 직시해야 합니다. 창원을의 단일화 없는 경남지역 단일화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 마지막 문장은 그냥 강조법 정도로 읽히는데요, 이를 뺀 부분을 감정이입 없이 받아들이면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 "진보 진영 안에서도 선과 악의 대결이 있을 수 있는데, 단일화는 유권자가 바라는 바이고 이를 거부한다면 '그것이 누구가 됐든' 유권자들이 의식을 갖고 어찌어찌 처리해야 한다."


제가 앞선 글에서 진보신당도 책임이 있다고 슬쩍 내비친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된 원인과 책임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통합진보당과 손석형 선수한테 있음은 누구도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4. 단일화 거부는 무기력·무책임하지 않나?


그런데 문제는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손석형 선수를 주저앉힐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통합진보당은 물론이고 진보신당도 무기력합니다. 김창근 후보도 무기력하고 박훈 후보도 무기력합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손석형 후보가 예상하는 구도와 범위에서 한 뼘도 벗어나지 못한 채 그냥 끌려다니는 꼴입니다.


만약 김창근 박훈 두 후보가 주장하는대로 손석형 후보가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면 저는 어쨌거나 단일화는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단일화 말고는 손석형 선수의 본선 진출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봅니다. 만약 김창근 박훈 둘 가운데 한 명이라도 단일화를 거부하고 본선에 바로 나가면 손석형 선수의 본선 진출은 말 그대로 따놓은 당상이 될 것입니다. 그나마 본선 진출을 막을 수 있는 개연성은 단일화에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작다 하더라도 말씀입니다.

그런데 진보신당의 김창근 선수는 단일화를 거부하고 그대로 나가고 있습니다. 무소속의 박훈 선수는 그래도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이기든 지든 승복하겠다 하고요. 통합진보당의 손석형 선수는 당연히 단일화를 받아들이겠다는 태도이고요.

물론 이렇게 단일화를 거부하는 까닭이 그렇게 한다 해도 손석형 선수가 본선 진출 티켓을 딸 것이 뻔하다고 여기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이른바 패배주의 발상이요 대중을 믿지 못하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태도입니다.

5. 대중을 향해 예비 경선이라도 벌여야
 

그래서 저는 김창근 선수와 진보신당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신당과 김창근 선수가 생각했을 때 말도 안 되는 후보를 본선에 내보내도록 방관하는 책임이 어떻게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최소한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막으려고 시도는 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입니다.

진정으로 손석형 선수가 창원을에서 진보진영의 대표 선수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손석형 선수가 창원을에서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김창근 선수도 더욱 적극 나서고 박훈 선수도 더욱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중이 그렇게 믿지 못할 존재는 아니라고 저는 여깁니다. 4월 11일 투표하는 날까지 남은 시간이 적은 것도 아닙니다.(충분하다는 말씀도 물론 아닙니다.) 그러니까 김창근 박훈 두 후보가 손석형의 '창원을 진보진영 대표선수화(化)'를 막을 적임자라고 자임하면서 예비 경선을 벌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렇게 벌이는 예비 경선을 통해 손석형 후보의 잘잘못이 낱낱이 밝혀질 수도 있고, 그에 대한 대중(=유권자)의 관심을 끌 수도 있고, 스스로도 대중의 관심을 집중해 받을 수도 있고, 또 진보 진영 스스로도 이런 정도는 걸러내는 자정력을 갖추고 있음을 안팎에 내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철없는 소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대중의 역동성을 믿는다면 그리고 믿을 언덕이 대중뿐이라 여긴다면 한 번 해볼만한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밖에도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다른 여러 장치까지 아울러 마련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011년 12월 30일 창원을 진보후보 블로거 합동 인터뷰 장면.


마지막으로 곁가지 하나 붙입니다. 김창근 후보가 물론 완주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손석형 후보가 본선에 나설 경우 손석형 후보가 원칙을 어긴 잘못된 후보라고 김창근 후보가 비판·비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진보 진영 전체(나아가 야권 전체)가 얻는 표는 줄어듭니다. 여태 있어온 권영길 지지표가 전부 진보 진영 지지표는 아닙니다. 한나라당이 싫어서, 다른 투표할 데가 마땅찮아서 찍은 표도 많습니다. (어쩌면 더 많습니다.) 진보진영끼리 물고 뜯고 싸우면 이 표들은 다른 데로 달아나고 없어집니다.


게다가 그런다고 김창근 후보가 많이 득표할 수도 없다고 저는 여깁니다. 당선은커녕 2등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진보신당으로서는 한 표조차 아쉽겠지만 대중들은 자기 한 몸 걱정하고 자기 앞가림하기 바빠서 그런 진보신당 내부 사정은 아랑곳하지도 않습니다.

김훤주
한국인의투표행태
카테고리 정치/사회 > 정치/외교
지은이 이갑윤 (후마니타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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