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막새가 왜 이렇게 여러 가지일까?

김훤주 2011. 9. 13.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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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의령 가례면에 가면 덕곡서원이 있습니다. 덕곡서원은 퇴계 이황을 모시고 기린다고 합니다. 알려진대로 퇴계 이황은 동시대인 남명 조식과 함께 조선 중기 경상도를 대표하는 학자이자 선비였습니다.

그런데 여기 지붕에 놓인 막새들은 모양이 매우 여러 가지였습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한 번 눈에 담고 다시 보니 정말 다양했습니다. 막새는 기와를 이어 나가는 끄트머리에서 마감을 하는 기와를 말합니다.
 
비가 내려도 스며들지 못하도록 해서 집짓는 데 쓰인 나무가 썩지 않도록 합니다. 또 그 표면에는 이런저런 모양을 그려서 삿된 기운의 범접을 막는 노릇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 이 모양들은 무슨 뜻일까요? 아니면 별 뜻이 없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거나, 한 자리에서 이렇게 여러 가지 막새무늬를 구경하기도 쉬운 노릇은 아닐텐데, 덕곡서원이 제게 그런 기회를 내줬습니다.

그런데, 덕곡서원에 이렇게 여러 막새 무늬가 있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특정 목적에 따라 이렇게 일부러 모았을까요? 아니면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을까요? 사뭇 궁금합니다.

용이 새겨져 있는 녀석입니다.

연꽃 무늬로 보이는 무늬도 있습니다.



이처럼 티베트 밀교의 상형문자 같은 모양을 띤 막새도 있습니다.


어린 도깨비 모습입니다. 돋을새김을 한 것도 별나고 왼쪽과 오른쪽 뺨에 한자가 쓰여 있는 것도 별납니다.



흐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대충 보니 꽃 모양입니다.


한자를 새긴 막새입니다. 으뜸이 아닌 버금을 뜻하는 '아'자입니다.여기 이것은 그런 범주에 들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이 버금에 담겨 있는 조선 선비 사대주의에 질려 있습니다. 중화는 으뜸이고 그 다음이 우리 조선이며, 나머지는 오랑캐다, 뭐 이런 정도지요.

바다 해(海)를 새겼습니다.


거미나 지네 같은 벌레를 형상화한 듯한 모습입니다.


중남미의 고대 잉카문명 따위를 떠올리게 하는 태양 무늬 같은 모습도 있습니다.


하늘하늘 떨어지는 벚꽃 같이 보이는 무늬입니다.


이 녀석은, 제대로 된 도깨비 같네요.


이것은 무슨 부적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모두 헤아려 보니 무늬가 열두 가지나 됩니다. 게다가 제가 사진으로 담지 못한 막새도 있으니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입니다. 왜 이렇게 무늬가 많을까요? 그리고 이렇게 무늬가 다른 막새를 여기에다 모아 썼을까요?

저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은 좀 일러주시면 고맙고 즐겁겠습니다. 무엇으로든지 조금이나마 갚아드리겠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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