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시내버스 타고 창녕 대봉늪 10배 즐기기

김훤주 2011. 6. 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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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대봉늪처럼 마을 가까이에 들어앉은 습지는 드물지요. 매전 마을 앞 황새목에서 보자면 대봉늪 바로 위에 대봉마을이 있습니다. 늪 한가운데에 자동차 한 대 다닐만한 콘크리트 도로가 있는데 이 또한 여름철 비가 많이 오면 물에 잠겨 건널 수 없습니다.

습지는 사람과 가까워도 좋을 것이 없지만 사람은 좋을 일이 많답니다. 김해 화포천이나 창녕 우포늪(소벌)에는 사람 발길이 닿을 수 없는 데가 있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땅바닥이 질척거리고 빠지는 바람에 못 들어가는 데는 있어도, 길이 없어서 못 들어가는 데는 없습니다.

돌아다녀 보면 대봉늪 특징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대봉늪은 육지화가 많이 진행된 습지입니다. 왕버들을 비롯한 나무들이 울창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그러니 바닥에 미치는 햇살이 적어 거기는 억세지 않은 풀들이 곱게 자랍니다. 게다가 나무들도 아직은 아름드리가 아니어서 가녀린 가지들이 고운 풀줄기와 어울려 한층 느낌이 부드럽습니다.

물 위에는 노랑어리연이 떠 있습니다.


바깥에서 들여다보는 대봉늪은 어둑어둑하고 희끄무레해 조금은 몽환적입니다. 여기에 뒷자리 삽자루 따위 실은 채 자전거나 경운기 타고 들판으로 나가는 어르신이 등장하면 어떤 때는 풍경이 살짝 출렁거리는데, 실제로 나무 이파리가 흔들리는 것이랍니다.

길이 많이 나 있는 대봉늪은 낚시꾼들도 많이 찾습니다. 여기 몽환적인 부드러움을 나름대로 아는 사람들도 나무 그늘 아래 들어와 쉬었다 가곤 합니다.

어디쯤 둥글게 감싼 수풀 너머 찰랑거리는 물 위, 바닥에 뿌리를 내리거나 그렇지 않은 물풀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는 데를 찾습니다. 연꽃 건너편에는 왕버들 따위들 다시 자리잡았고, 푸른 하늘은 흰 구름을 나지막하게 깔아놓고 있습니다.
 

햇살이 따가우니 그늘은 더욱 반갑고 고맙습니다. 자리를 깔고 들머리 황새목 슈퍼에서 장만한 막걸리 두 통을 배낭에서 끄집어냅니다. 막걸리를 통째 마시며 집에서 구워온 한 뼘 크기 떡가래 네 덩이를 찢어 입에 넣고 씹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몸으로 느껴지는 것만 느끼기로 한 것입니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살갗을 간질이는 바람,
눈을 부시게 하는 햇살,
하늘에 무늬를 새겨넣는 뭉개구름,
천천히 흔들리는 개구리밥 같은 물풀,
이따금 자동차나 자전거나 경운기를 타고 지나치는 사람들,
저마다 나름대로 꼼지락거리는 실잠자리와 개미와 거미들,
밤새 물을 마시려고 다녀간 고라니 같은 것들의 발자국,
이것들이 제대로 어우러지는 공존…….


또 있습니다. 드는 돈으로 치면 5000원 안팎일 뿐인데도 그로써 누리는 바는 절대 작지 않습니다.

입안에서 부서지는 떡가래의 고소함,
들이키는 처음에는 시큼하다가 입에서 공굴리면 그 기운이 조금 가시는 막걸리의 텁텁함,
막걸리가 식도를 거쳐 내려갈 때 내장들이 누리는 짜릿함,
떡가래가 배에 들어가 안겨주는 꽉 찬 느낌……. 
 
대봉늪의 또다른 자랑은 들머리 성사교에서 2km가량 이어지는 제방이 장하고 그럴 듯하다는 데 있습니다. 한가운데서 농어촌공사가 독 눞이는 공사를 하고 있지만, 군데군데 찔레랑 산딸기랑이 꽃을 피운 가운데 제방은 온통 새파란 풀들이 자라나 무릎 높이에서 줄곧 출렁거립니다.

볕이 세게 내리쬐지만 물길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이 햇살의 따가움을 실감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사람이 자주 다니지 않은 까닭에 가느다란 길이 웃자란 풀에 거의 덮여 있습니다.

무성히 자란 풀들을 보니 어린 시절 소 풀을 뜯기다가 심심함에 겨워 이쪽 풀과 저쪽 풀을 묶어 사람들 걸려 쓰러지게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중국 고사 결초보은(結草報恩)에서 배운 악동질이었습지요.

제방에 난 길을 뒤덮을 정도로 웃자란 잡초들.


마을과 논밭을 곁눈질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깔끔한 흙담장이 아직 남아 있고, 연장들을 빼곡하게 걸어놓은 담벼락은 정겨웠습니다.

수확을 위해 쓰러뜨려 놓거나, 아니면 종자 장만을 위해 그대로 세워놓은 양파들 모습은 색다르게 여겨졌습니다. 양파를 담은 붉은 망태도 잔뜩 있었는데, 이것들이 요즘 시장에 싸게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대봉늪은 여린 잎이 새로 돋는 봄철에 찾으면 가장 좋습니다. 느낌도 싱그럽고 분위기도 조용하니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일정으로 여름까지 늦춰져 버렸습니다. 물론 여름도
이번 나들이는 5일 낮 11시 마산합성동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남지행 버스(2200원)를 타면서 시작했습니다. 11시 30분 넘어 남지에 내려 윈마트 앞 군내버스 정류장에서 황새목 거쳐 박진 가는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12시에 나타난 버스는 10분 조금 지나 황새목(1050원)에 이르렀습니다.


내려서는 대성마을 표지판을 따라가지 않고 성사교를 건너면서 곧바로 제방을 탔습니다. 끄트머리 대봉늪에 들어서는데 갑자기 조용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바람이 잦아들었기 때문입니다.

나올 때는 마을회관을 지난 뒤 위쪽 도로로 나가 오후 2시 50분 박진을 출발해 영산으로 가는 버스(1300원)를 3시 조금 넘어 탔습니다. 영산에서 마산합성동터미널로 오는 버스(2700원)는 3시 55분에 있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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