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나는 페이스북보다 블로그가 더 좋다

김훤주 2011. 6. 10. 14:31
반응형
6월 5일 달그리메(http://dalgrime.tistory.com) 쓰신 글 '페이스북 친구 만들기 그 허망함에 대하여~'를 김주완 선배가 페이스북 창원시 그룹에다 올렸습니다. 여기 달린 여러 댓글 가운데, 배이화님 것이 먼저 눈길을 끌었습니다. "ㅋㅋㅋ 꼭 블로그를 해야하는게 아니라면 전 페북만 할랍니다 ㅋㅋㅋ".

그러고 보니 제가 은연 중에 잘못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하는 대부분이 블로그도 한다고 말입니다. 이렇게 보니 제 생각도 가닥이 잡히네요. 막연하게, '트위터란, 또는 페이스북이란 무엇인가'가 아니었습니다.
 

말하자면, "'블로그를 주로 하는 내게'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무엇인가"가 되겠습니다. 처음부터 블로그로 소통하지 않던 사람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소통하는 것과는 다른 관점에서 다른 태도로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1. 기능이 다양한 페이스북

140자 단문 블로그 트위터는 비교적 단순하고 간단하지만 페이스북은 그렇지 않답니니다. 김주완 선배 올린 데 대한 김태훈 선수 댓글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룹 기능도, 노트 기능도, 페이지 기능도, 문서 작성 기능도 있습니다.

트위터를 만든 사람 가운데 하나인 에반 윌리암스.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왔습니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 마찬가지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룹 기능이란 이런저런 기준으로 모임을 만들 수 있는 것을 이르고 노트 기능은 긴 글 쓰기로 보면 되겠습니다. 그룹에서 문서 작성 기능은 그룹의 다른 회원이 남의 문서를 고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또 고친 글의 원형도 확인할 수 있고요. 

나의 노트는 친구에게 보여지고 친구의 노트는 마찬가지 내게 보여집니다. 페이지 기능은 홈페이지 정도로 보면 되겠는데요, '좋아요'를 하면 글쓰기를 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이런 기능을 나름대로라도 쓰는 이가 많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를테면 상업상 또는 운동상 의도 같은 뚜렷한 목적이 없는 경우, 특히 개인이 많이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앞에 말씀드린 김태훈 선수, 그리고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의 김대하님, 석영철 민주노동당 소속 경남도의원 정도가 아닌가 합니다.

2. 조회수에 대한 관심이 블로그 하는 원인은 아니다

어쨌거나, 이런 페이스북이 블로그와 다른 점은 그룹 또는 친구 맺기가 된 범위에만 유통된다는 것입니다. 페이스북도 블로그와 마찬가지로 RSS는 되지만, 메타블로그를 통해 다중이 모인 인터넷 장소에 던져지거나 열린 검색을 통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찾아오기도 하는 점은 블로그만의 특징입니다.

이는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합니다. 또 개인 취향일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김태훈 선수는 댓글에서 "조회수는 오픈 검색이 가능한 블로그가 훨씬 많겠죠, 하지만 글에 대한 '반응'은 확실히 페북이 앞섭니다. 저처럼 조회수 별 관심 없는 사람은 블로그에 그리 미련 없답니다"고 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저처럼 조회수 별 관심 없는 사람은 블로그에 그리 미련 없답니다"는 사실과 다릅니다. 저도 조회수에 관심이 없지만 블로그를 열심히 합니다. 앞에 말한 달그리메님도 페이스북 말고 블로그를 하지만 조회수에는 관심이 전혀 없습니다.

조회수에 관심 없는 사람이 모두 페이스북을 하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 조회수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 해서 모두 블로그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어쩌면 개인 취향에 따라 블로그를 하기도 하고 페이스북을 하기도 합니다.

3. 블로거 이미지가  소통일까 불통일까?

마지막 이민희님 댓글이 들어왔습니다. 눈길을 잡아끈 정도로는 이것이 가장 셉니다. "옳은 이야기기는 한데 블로그의 입장에서 쓴글은 왠지 기성언론이 블로그를 평가하는....그 비슷한 논조로 받아들여져서...뒤끝이....".

급소를 찔렸습니다. 블로거가 이미 권력이 된 측면이 있고 이것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마뜩찮게 여기도록도 했습니다. 옛적부터 생각해 온 것인데요, 블로그는 1인 '미디어' 성격이 강하고 그러다 보니 고집이 세고 성질이 남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비쳐졌을까 생각하면서 페이스북에서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이들의 지나치다 해도 좋을 섬세한 배려를 떠올리니 답이 나왔습니다. '고집 불통', '소통 불가' 뭐 이런 이미지 아닐까 싶었습니다.

물론 사실 파악과 분석·진단, 그리고 의미 부여와 의견 제시 등을 잘 하면서도 다른 생각과 견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블로거도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해도 블로거라 하면 한 고집 한 성질 한 까탈 하거나 하는 이미지로 많이 남아 있습니다. 어쩌면 저도 마찬가지 그렇게 비쳐졌겠습니다만.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성질·고집·까탈을 부리기도 합니니다. 전문을 자처하는 블로거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세상 떠났을 때인데, 아마 맛집 전문 블로거였지 싶은데, 블로그 특성을 살리면서 '노무현 서거'를 다룰 수 있는 글쓰기가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를 좋게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아니었습니다. 맛 전문이든 IT 전문이든 연예 전문이든 여행 전문이든 노무현 세상 떠난 데 대한 느낌과 그를 통해 하고픈 말이 있다면, 그냥 나오는대로 쓰면 그만이지 블로그 특성이 뭐라고…… 하는 생각입지요.

무거운 블로거도 적지 않습니다. 페이스북에서는 글을 길게 쓰는 이들도 이런 무거움은 없더군요. '비분강개형' 또는 '우국지사형'이라 할까요. 조그만 잘못이나 모순 하나만으로도 하루 종일 땅을 치며 한탄할 수 있는 능력이 이들에게는 있어 보였습니다.

훈계형이나 지도형도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하수로 내려다보는 관점이 특징인 사람들입니다. 다른 블로거도, 블로그를 찾아와 읽는 사람도, 댓글을 다는 사람도 한 수 아래로 봅니다.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살펴보니 블로그='1인 미디어'의 나쁜 측면이 고스란히 있었습니다. 기성 매체에서 해방돼 나름대로 마음껏 하는 발언이 자기에게는 즐거움이었지만 '소통'으로까지 나가지 못하고 '불통'으로 남았지 싶습니다. 기성 매체 나쁜 점을 닮아버렸습니다.

4. 권력과 돈으로 진화한 블로그도 있지만

댓글을 되새깁니다. 적지 않은 블로거(특히 앞에 '파워'가 붙는)들의 고집·까탈·성깔이 이런 결과(이민희님 같은 이에게 기성언론처럼 여겨지게 하는)를 낳았지 않았나,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당신 생각은 충분히 다를 수 있다'는 태도의 결여도 거기에 더해지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게다가 권력으로 진화한 맛집 블로거의 얘기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일부서는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만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니 또한 소통과는 거리가 멉니다. 삼성전자 같은 업체에서 갖은 제품을 제공받는 얼리어답터 IT 블로거나 돈을 만들려고 바득바득 애를 쓰는 요리 블로거 등도 그렇습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그 자체에 들어 있는 특징은 블로그의 그것과 다를 수밖에 없고, 여기에 기술적인 차이까지 더해져 소통의 형식과 내용에 많은 영향을 끼치겠지만, 지금 사람을 끌어모으고 있는 페이스북 양상에 비춰 블로그의 칙칙하고 좋지 않은 구석은 무엇일까 한 번 따져 본 것입니다. 그러면 벗어나는 수가 찾아질 것도 같거든요.

5. 그래도 혼자 할 수 있기에 블로그가 좋다

그래도 저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블로그가 제일 좋습니다. 남을 잘 못 따르고 남이 저를 잘 따르게 못 하기에 트위터는 잘 못합니다. 모임 어울림에서 즐거움 보람을 못 누리는 체질이어서 페이스북도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학연·혈연·지연뿐 아니라 세상에사 가장 느슨한 조직조차 그것이 조직인 이상 거기 들지 않은 이에게는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아무 조직이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제가 직업이 기자인 이상 현실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합니다. 그래도 기반은 블로그입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달리 인터넷만 켜고 휴대전화만 열면 누구나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저는 블로그가 좋습니다. 

김훤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