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핵발전 시설도 일반 화력 발전과 똑같다"

김훤주 2011. 5. 1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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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재진행형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반핵운동단체인 원자력자료정보실의 활동가 사와이 마사코(澤井正子)씨가 한 말입니다. 사와이씨는 지난 13일 오후 7시 30분부터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마산YMCA 청년관에서 3시간 가까이 '일본 핵사고의 진실'을 얘기했답니다.

일반 화력 발전과 다르지 않은 핵발전 시설

사와이씨는 먼저 "사람들이 원자력 발전소라 하면 무언가 특별한 시설인 줄 아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석탄·석유·가스로 물을 끓여 증기의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화력 발전소와 구조가 같으며 다만 중성자를 연료로 쓰는 것만 다르다"며 "특별한 첨단 설비가 있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사와이씨는 같은 맥락에서 일본 원자력 발전소 건축의 문제도 짚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 모든 건축물이 아니라 원자로 건물만 최대급 지진을 기준으로 삼아 설계하는데 그 최대급 지진이라는 것도 이번에 닥친 규모 9에 훨씬 못 미치는 규모 6.5였다"면서 "터빈과 발전기가 있는 건물은 일반 건축물의 1.5배 기준으로, 펌프와 변압기 등이 있는 건물은 일반 건축물과 같은 기준으로 설계했다"고 했습니다.

앞쪽 앉아 있는 사람이 사와이씨, 서 있는 사람은 통역을 맡은 김복녀씨.


비상 발전기 건물 등은 지진 대비 설계 안 돼


사와이씨는 이렇게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3월 11일 지진과 쓰나미가 났을 때 원자로 건물은 무너지지 않았지만 다른 건물들은 무너지거나 쓸려가 버렸다. 이렇게 해서 전기가 끊기고 비상용 발전기조차 망가지는 바람에 뜨거운 증기를 식히는 물의 공급이 중단되고 원자로에서 연료봉이 녹는 사고가 터졌다"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설명은 이렇습니다.
"연료봉은 언제나 물 속에 잠겨 있어야 하는데 이번 지진에 제어봉이 제대로 작동해 원자력 발전이 자동으로 멈추기는 했지만 300~2800도라는 엄청난 열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것을 새로운 바닷물이 끊임없이 공급되면서 식혀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하니까 수증기가 발생했고 따라서 물이 줄어들어 수위가 낮아졌다.

물 속에 잠겨 있어야 하는 연료봉이 공기에 노출됐으며 아울러 연료봉이 녹기 시작함과 동시에 수소가 생겨나면서 폭발로 이어졌다. 또 원자로 격납용기 뚜껑은 조그만 틈새까지 밀폐하는 물질을 넣은 다음 볼트로 조여 놓는데 이 물질이 수소와 반응해 녹아버렸다. 이 때문에 원자로 안에 있던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나갔다."


전기 끊어지면 물 공급 안 돼 연료봉 녹아

사와이씨는 이런 까닭으로 당시 운전 중이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1·3호기에서는 '건물 내 수소 폭발'이 일어났고 2호기에서는 '노심 용융'(원자로 녹음)과 '폭발'이 일어났으며 심지어 운전하지 않고 있던 4호기에서조차 '화재'와 '수소 폭발'이 생겼다고 밝혔습니다.

"운전하고 있지 않은 원자로라 해도 다 쓴 연료봉이 들어 있으며 이것은 또한 가동 중인 원자로의 연료봉과 마찬가지로 매우 뜨겁고 물에 잠겨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진 때문인지 폭발 때문인지는 모르나, 원자로 아랫부분에 균열이 생겨 물이 빠져나가고 수위가 내려가면서 연료봉이 공기에 노출됐고 필연적으로 수소 폭발이 일어났다.

게다가 4호기는 이 폭발로 지붕까지 날아가 버렸다. 지붕에 달려 있던 크레인도 함께 날아갔는데, 이로써 다 쓴 연료봉을 다른 데 옮길 수도 없게 됐다. 수습은 못하고 계속 물을 갖다 붓는 수밖에 없다. 원자로에는 안 쓴 연료봉도 있는데 이 또한 공기에 노출되면 같은 반응을 일으킨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여섯 개 원자로 가운데 사고가 터진 1·2·3·4호기는 모두 수습은 엄두도 못내고 다른 사고가 더 이상 나지 않기 바라며 현상 유지를 위해 애쓰는 상황이라는 얘기입니다. 끝난 사고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까닭이 여기 있었습니다.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브레이크, 제어봉

게다가 제어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사와이씨는 이번에 제어봉 작동이 제대로 된 것을 두고 '기적'이라 했습니다. 1978~2007년 제어봉 작동이 제대로 안 된 사고가 모두 열다섯 차례 있었으며 이 가운데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사고가 일곱 차례였다는 것입니다.

원자로가 가동돼야 할 때인데도 반대로 멈추고, 중단돼야 할 때인데도 반대로 계속 가동되는 일이 이만큼 잦으니 원자로의 위험성이 더욱 커지는 셈입니다. 

원자로의 제어봉을 자동차의 브레이크에 비교했습니다. "하물며 자동차조차 브레이크가 고장나면 사람이 죽거나 다치기 때문에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물며 원자로 제어봉 작동은 말할 나위조차 없는데 이 모양이다."

일본 비등수형보다 위험할 수 있는 우리나라 가압수형

사와이씨는 이번에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원자로가 비등수형이고 우리나라에서 가동되는 원자로는 가압수형이라 종류가 다르며 훨씬 안전하다는 우리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주장도 맞지 않다고 했습니다.

"1979년 사고가 일어난 스리마일 원자로도 가압수형이었다, 비등수형은 70기압(바다 밑 700m에 해당하는 압력)을 유지하지만 가압수형은 150기압을 유지하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밝혀 말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와이 씨는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자력 안전 신화'가 무너졌다고 했습니다. '1. 언제든 원자로 가동을 멈출 수 있다', 2. '설령 멈추지 못해도 연료봉을 식힐 수는 있다', '3. 만약 식히지 못해 방사성 물질이 생겨도 완전히 가둬둘 수 있다'는 것이 원자력 안전 신화랍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어봉은 제대로 작동돼 가동이 멈추기는 했지만 대지진과 쓰나미로 냉각에 실패했으며 원자로 자체가 손상됐고 압력·격납용기도 파손돼 방사성 물질을 가두는 기능도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사와이씨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한편으로는 원자력이 절대 안전하다고 하면서도 '원자력 발전소 입지 지침'에서는 주변을 인구 비거주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혀 놓는 이율배반을 보였다"며 "원자력 안전 신화를 자기네들조차 믿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라 했습니다. 안전 '신화'는 있지만 안전 '현실'은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사와이씨는 강연 도중 틈틈이 기술지상주의를 경계하는 발언도 했답니다. "사람은 절대 부서지지 않는 배관을 만들 수는 없다", "사고 안 나는 제어봉을 인간은 만들 수 없다". 완벽을 전제로 해서 원자력을 얘기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낡지 않는 기계나 시설도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김훤주
기후변화의유혹원자력원자력르네상스의실체와에너지정책의미래
카테고리 기술/공학 > 공학일반 > 자원/에너지
지은이 김수진 (환경재단도요새,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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