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경남에 전체 독수리의 절반이 몰리는 까닭

김훤주 2011. 2. 16. 11:25
반응형

멸종위기 야생 동물 2급이면서 천연기념물 243-1호인 독수리. 이들 독수리를 이번에 마음껏 볼 수 있는 기회가 제게 있었습니다.

한 번은 '시내버스 타고 우리 지역 10배 즐기기' 취재하러 갔던 2월 9일 진주 대곡면 남강변이었고요, 다른 한 번은 경남에서 처음으로 독수리에게 날개 표지(Wing tag)를 달아준 2월 13일 고성 철성중학교였습니다.

진주에서는 야생 독수리를 가장 가까이서 보는 보람을 누렸고요, 고성에서는 경남 최초 작업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보람을 누렸습니다.

독수리를 눈으로 보면 하늘에 떠 있으나 땅에 앉아 있으나 모두 멋지지만, 그것을 카메라에 담으면 하늘에 떠 있을 때는 너무 멀기 때문에 멋지지 않습니다.

9일에는 그런 어려움이 있는 줄을 몸으로 느꼈고요, 그러면서도 가까이 땅에 앉아 있는 늠름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여기까지는 9일 진주에서 본 독수리입니다.


날개 표지 달기는 경남 생명의 숲 국민운동(상임대표 허정도)과 경남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교사 모임이 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대표이사 박진해)에서 지원 받아 치른 '2011 경남 독수리-맹금류 워크숍'에서 이뤄진 일이랍니다.

보호를 받고 있는 독수리. 12일 밤에 들어온 녀석입니다.


워크숍은 12~13일 고성서 있었는데 첫날은 강의 위주로 이뤄졌고 둘째 날은 독수리 활동 현장 탐방과 날개 표지 달기 등으로 채워졌습니다. 함께한 아이와 어른이 모두 즐거워했습니다.

날개에 구멍이 나는 바람에 독수리가 놀라 퍼덕대자 뒤쪽 안경 쓴 오광석 선생님이 벌떡 일어났고 앞에 모자 쓴 김덕성 선생님은 하얀 헝겊으로 감싼 대가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감쌌습니다.

그러고는 150만원짜리 위치 추적 장치를 달았습니다. 빨간색입니다.


정대수 경남 환생교 회장은 이날 "이로써 고성에서 겨울을 나는 독수리들의 이동 경로와 행동 양식을 나름대로 파악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다"고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이날 날개 표지 달기가 보람이 더욱 있었던 까닭은 날개 표지와 함께 독수리에게 입힌 위치 추적 장치 마련 비용을 시민 모금으로 마련하기 때문이라 하겠습니다. 관련한 물음은 경남 환생교 정대수 회장(016-812-7951)에게 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날 오전 10시 10분께부터 한 시간 동안 철성중 강당 남영관에서 날개 표지를 단 독수리는 모두 세 마리. 7~10일 전 탈진해 쓰러졌다가 경남 환생교 김덕성 고성 철성고교 교사가 거둬들여 다시 원기를 찾게 한 것들입니다.

먼저 흰색 바탕에 K1이라는 날개 표지를 단 독수리는 발목가락지 150-00250도 함께 찼습니다. 하나밖에 장만 못한 150만원짜리 위치추적장치를 등에 다는 호사는 이 독수리만 누렸답니다.

작업을 이끈 이한수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소장은 "휴대전화를 활용한 것으로 SKT에 통신비를 주고 기지국을 통해 한 시간에 한 번 위치를 점검하고 하루에 한 번 자료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서만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인공위성 위치추적장치(500만원가량)보다 싼 것은 장점"이랍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독수리에게는 제각각 날개 표지 K2와 K3와 발목 가락지 150-00249와 150-00248만 채워졌고 위치추적장치는 달리지 않았습니다. 모금이 덜 돼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탓입니다.

이날 날개 표지를 단 독수리 세 마리 가운데 기력을 되찾지 못한 K3은 이날 제 살던 데로 돌아가지 못했고, K1과 K2는 제대로 돌아갔습니다. '독수리 아빠' 김덕성 선생님이 날려보낸 것입니다.

이들 사진은 같은 경남 환생교의 박성현 선생님이 찍었습니다. 바닥에는 독수리 먹어라고 뿌린 돼지비계입니다.


 김덕성 선생님을 따르면 우리나라에 오는 독수리는 대략 2000마리를 웃도는 정도로 짐작되며 몽골 지역에서 지내다 겨울 추위를 피해 온 것으로 다 큰 새는 얼마 없고 어린새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경남에는 고성 일대에 600마리와 산청 일대에 300마리 그리고 이곳저곳 모두 다 합해 1000마리남짓이 머물다가 몽골로 돌아갑니다.

이처럼 경남에 우리나라에 오는 전체 독수리의 절반 가량이 머무는 데는 다 까닭이 있습니다. 경남환생교 소속인 김덕성 선생님과 오광석 선생님 때문입니다.

이들은 제각각 고성 철성중학교와 산청 신안초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해당 지역에서 독수리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탈진 독수리를 보호하고 먹이를 나눠주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야생 동물에게 먹이를 나눠주는 것이 야생 동물의 야생성을 해치는 일이기도 하고 따라서 자연스럽지도 않지만, 지금처럼 독수리 생활 환경이 망가져 있는 상태에서는 '긴급 구조'로 볼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활동을 하는 이들의 연결망이 아직 없답니다. 행정기관이나 정부기관에서는 '당연히' 이런 일을 나서서 하지 않고요, 민간 차원에서도 아직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요.

이를 두고 이날 워크숍에 참여한 이인식 우포늪 따오기 복원위원장은 "다른 철새의 경우 경로 추적이나 보호 정책 마련 등을 위한 네트워크가 있다"며 "앞으로 독수리에 대해서도 그런 연대망이 만들어지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김훤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