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말부터 편집국장을 맡은 후, 나름대로 지역밀착과 공공저널리즘을 기조로 지면에 변화를 주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전하는 '동네사람', 그야말로 내 주변의 이야기를 기사화하는 '동네이야기', 지역사회의 현안이나 이슈에 대해 또다른 생각을 가감없이 전달하는 '이런 생각', 매일 독자의 이야기를 듣는 '독자와 톡톡', 여론주도층을 대상으로 한 '전문가 설문', '시내버스 타고 10배 즐기기', 편집국장이 직접 주요인사를 인터뷰하는 '신년대담', 기자나 독자가 직접 겪은 일을 풀어쓰는 '현장에서 겪은 일', 광고도 독자밀착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신설한 '자유로운 광고' 등이 새롭게 선보인 것들이다. 지역주민들의 생일 축하 사진이 실리는 지면.
다행히도 독자들이나 지면평가위원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지난 7일 열렸던 지면평가위원회에서도 '시내버스 타고 10배 즐기기'와 '동네사람', '동네이야기', '현장에서 겪은 일'에 대한 호평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단지 독자나 지면평가위원들의 '좋은 평가'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민들이 도저히 경남도민일보를 보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그야말로 '킬러 콘텐츠'가 절실하다. 그래야만 점점 사양화해 가고 있는 종이신문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지역신문에서 그런 '킬러 콘텐츠'는 과연 뭘까?
최근 다시 읽은 <지방신문 특화전략-북유럽 4개국 사례를 중심으로>(차재영 강미은 공저)에서 참고할 만한 부분을 메모해봤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잘나간다는 지역신문의 사례다.
1.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발행되는 스타-텔레그램은 주중 유가부수 23만 부, 일요판 유가부수 약 33만 부에 이르는 지역신문이다.
이 신문은 3가지 소지역판을 통해 포트워스 및 교외 주민들의 각종 지역이벤트, 예컨대 결혼식, 부고, 졸업식, 학교 운동시합 등을 일일이 충실하게 보도하고 있다. 이러한 로컬뉴스 중시 원칙에 대해 편집국장 짐 위트는 "우리는 20만 매출 부수를 지닌 신문이지만, 5천 부 규모의 공동체 소식지처럼 신문을 만든다"고 말한 바 있다.
스타-텔레그램은 구역판을 추가 발행하면서 각 판별로 달리 들어가는 항목별 광고의 수주를 대폭 늘림으로써 증원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상쇄할 수 있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로컬뉴스의 강화와 함께 스타-텔레그램의 기사 스타일 및 지면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는 "독자에게 친근한 뉴스(reader-friendly news)"라는 모토로 설명할 수 있다. 이를 가장 잘 대변하는 뉴스 전략이 2001년부터 A2면에 게재되고 있는 '쓸모있는 뉴스(News 2 Use)'라는 제하의 기획 기사물이다.
가장 빈번하게 다루는 내용은 건강, 재테크 관련 정보이고, 이외에 도시 환경, 문화, 연예 오락 관련 뉴스가 종종 실린다. 쓸모있는 뉴스의 전담 편집팀은 도시 중산층이 관심 가질만한 '유용한' 정보를 발굴해 흥미롭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스타-텔레그램의 쓸모있는 뉴스 기사는 나이트 리더 트리뷴 정보서비스를 통해 다른 신문에도 배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지면 전략 - 독자에게 친근한 로컬뉴스, 생활정보 뉴스, 스포츠뉴스의 강화 - 은 일견 스타-텔레그램 뉴스의 연성화 경향을 반영하는 듯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신문이 진지한 이슈를 다루는 탐사보도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충실한 지역뉴스 및 친근한 생활정보를 제공하면서 '진지한 저널리즘'의 기본을 무시하지 않는 것이 최근 스타-텔레그램의 모습이라고 하겠다.
2. 뉴올리언스에서 발행되는 타임즈-피카윤은 매년 초에 열리는 뉴올리언스시의 축제 '마르디 그라' 기간동안 벌어지는 각종 퍼레이드, 음악 공연, 기타 각종 이벤트의 생생한 보도를 위해 '마르디 그라' 섹션 보도를 강화했다.
이밖에 지역에서 일어나는 약혼식, 금혼식, 장례식, 학교 운동시합, 지역 경찰 공지사항 등등의 로컬뉴스를 자세하고도 생생하게 전달하는데 주력해왔다. 지역주민들과 관련된 이벤트에 관한 기사는 종종 '뉴올리언스 스타일'로 씌여지기도 했다. 예컨대 부고 기사의 경우, 사망자가 비록 일반 시민이라도 지역 토박이였다면 그 사람이 어떤 지역 내 모임에 소속되어 활동해왔고, 지역 공동체에 무슨 기여를 했는지 서술하는 추도기사를 실음으로써 지역주민들에게 '뉴올리언스인'으로서의 소속감을 일깨우는 식이다.
타임스-피카윤의 심도 깊은 로컬뉴스 보도에 대한 노력은 현재 이 신문이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본사 편집국 외에 부심 및 교외에 6개의 편집 지국을 설치해 각기 다른 구역판을 발행하는 데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러한 목표를 더욱 극단적으로 추구한 결과가 매주 일요일 및 목요일에 발행되는 특별 섹션의 발행이다. 특별 섹션은 스포츠, 비즈니스, 가정 관리, 레크리에이션에 관한 기획기사를 로컬뉴스와 결합한 일종의 '우리 동네 소식지'로서, 19개 권력으로 세분화된다. 따라서 지역 소매업자나 '벼룩시장' 형식의 광고를 원하는 일반인들에게 19개 권역 중 하나를 선택하여 광고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별섹션은 배달판에 삽입될 뿐 아니라 각 보급소를 통해 일반에 무료로 배포된다.
3. 영국의 토키 헤럴드 익스프레스라는 지역신문은 다소 공격적이다 싶을 정도로 적극적인 지면 구성을 추구하는 신문이다. 이러한 공세성의 이면에는 자사 신문에 매우 충직한 독자들을 믿고 자신의 전문분야에 매진하는 확고한 정체성이 깔려 있다. 이 신문이 다소 마니아적인 독자층을 고려하여 공세적인 지면을 구성하는 방식 중 하나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여러가지 캠페인을 진행시키는 것이다.
대중적 논란을 주도하면서 사람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에 탁월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이 신문은, 그 때문에 독자를 독자라기보다 팬(fan)으로 취급하는 독특한 분위기로 유명하다.
4. 영국 남동부 웨일즈 지방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사우스 웨일스 아거스라는 지역신문사 역시 독자들의 관심이 집중될만한 지역 사안을 발굴하여 이슈를 만들고, 그에 따른 캠페인을 진행시키는 방식으로 독자를 끌어모으는 전략을 채택해왔다.
이 신문은 "편집진은 신문의 독자들을 종종 놀라게 할 목적으로 신문을 만들지만, 결국 독자들은 오히려 그런 것에 편안함을 느끼는 상태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 역설적인 언급이 지역적인 사안에 집중하는 신문과 독자들 사이의 단단한 연결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5. 스웨덴의 지역신문은 1면에 한 평범한 중년 남성의 생일에 관한 기사를 소개하고, 7면에 그의 삶에 관한 장문의 기사로 연결되는 식으로 특수 집단이 아닌 일반 독자 중심의 편집방향을 고수하고 있다.
출입처를 관리하는 전문 기자 외에 일반기자들은 다양한 주민들을 만나 기사 거리를 획득한다.
2면 사설, 3면 독자투고, 4~9면 지역사회와 정치, 10면 전국뉴스, 12면 국제뉴스, 13~16면 문화(전국, 지방 망라), 21~24면 경제, 27~28면 학생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포츠 섹션은 특별히 매일 발행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논설과 칼럼을 담은 논평 섹션을 별도로 내고 있다.
6. 덴마크 지역신문도 철저한 지역밀착 기사를 내보내고 있는데, 예컨대 1면 기사로 퍼스널 스토리(인물 이야기)를 자주 싣는데, 대상인물은 지역의주민이 된다. 또한 지역내 각 타운마다 면을 따로 배정하여 각 타운의 정보나 소식을 싣고 있다.
나머지 지면은 스포츠, 자동차 등에 할애되는데 주말에는 주택(집에 관련된 기사), 취미, 스포츠 등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7. 노르웨이 지역신문에 있어 면별 열독율에 대한 통계 역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지역신문의 1면 열독율은 99%이다. 2위를 차지하는 면은 개인에 관한 것으로 88%를 차지한다. 그리고 지역뉴스에 대한 면이 85%를 이루고 있다. 그 뒤를 에디토리얼 페이지와 문화, 경제 면이 따르고 있다.
이를 통해서 노르웨이 지역신문에서 독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1면과 지역주민들의 대소사를 다룬 'PERSONAL' 페이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Smaalenenes Medier 신문이 지향하는 모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독자들에게 가깝고 유용하고 즐거운 신문을 제작한다는 것이다. 또 지역주민들의 현안을 주로 다룬다. 심지어 지역주민들의 일상, 출산, 결혼, 사망 소식까지 크게 다루고 있다. 지역의 현안에 대해서 자유로운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제공하는 등 지역커뮤니티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Adresseavisen는 비교적 큰 지역신문으로서 지역, 지방, 전국, 국제뉴스를 모두 다룬다. 하지만 하루평균 60여 면 가운데 전국 및 국제뉴스가 차지하는 지면은 불과 2~3면 정도이고 대부분의 지면을 지역과 지방뉴스에 할애하고 있다. 지역뉴스가 많아야 경쟁력있는 신문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을 시장에서 경험했기 때문이다.
문화, 스포츠, 연예 오락, 여행, 자동차 등의 주제를 다룬 섹션은 각각 다른 요일에 발행하고 있다. 이들 지면에서도 지역밀착형 뉴스를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행섹션의 한 면을 할애해서 주민들의 생일축하용 사진을 게재하는 따이다. 주민들이 직접 비용을 지불하기는 하지만, 저렴한 요금만을 받고 신문지면을 제공해준다. 신문사는 이들 사진들을 오락적 내용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지역주민들의 호응도 매우 높다. 생일을 맞은 사람들의 사진을 훑어보면 재미있는 편집을 볼 수 있다.
오피니어에는 2면을 할애하고 있는데, 독자들의 질문에 답해주는 코너도 있다. 어떤 종류의 질문도 가능하며, 독자들의 질문에만 답하는 전문기자가 따로 있을 정도다. 토요일에는 애완동물에 대한 문의코너를 특별히 게재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지면들이 독자들에게 인기가 매우 높다.
8. 핀란드에서 전국에 배포되는 Helsingin Sanomar는 헬싱키 주민 75%가 구독하는 사실상의 지역신문이다.
핀란드의 지역신문은 1면 전체를 광고로 채운다. 1면을 전적으로 지역의 군소 사업체 광고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이 신문이 지역주민들의 것이라는 인식을 얻기 위한 목적도 있다.
오피니언란은 매일 1면씩 할애하여 독자투고와 전문 저널리스트의 칼럼을 싣고 있다. 독자투고는 편지, 이메일뿐 아니라 모바일폰을 통해 전달되는 현안에 대한 짧은 의견도 접수하여 같은 면에 별도의 항목을 만들어 게재한다.
Aamulehti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지역현안에 대한 토론회나 공청회를 회사 강당에서 개최토록 하고, 그 내용을 지면에 공개함으로써 지역현안에 대한 주민들의 폭넓은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이것은 미국의 시민저널리즘 운동과 유사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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