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시내버스 타고 10배 즐기기 : 김해 왕릉과 박물관

김훤주 2011. 1. 29. 10:05
반응형

시내버스를 비롯한 대중교통수단의 장점은 충분히 알려져 있습니다. 에너지 적게 들고, 공해 적게 만들고 비용도 줄여줍니다.

그런데도 자치단체 경계를 넘나드는 데는 시내버스가 사라지고 대부분 자가용 자동차를 타거나 기껏해야 시외버스를 통해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해와 창원을 잇는 97·98번 1100원(일반) 1200원(좌석)짜리 시내버스가 있다는 사실은 특히 창원시민에게는 크게 축복받은 일인 것 같습니다. 

창원시민에게는 축복인 97번 98번 노선


아마도 창원대와 인제대 학생들의 등하교가 가장 큰 동인이겠는데, 김해에 널려 있는 갖가지 문화유적과 박물관들을 손쉽게 다가가 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버스 노선이랍니다.

97번과 98번은 김해 기점 선암을 떠나 창원대학교 정문까지 1시간 30분가량만에 와서 잠깐 쉬었다 출발합니다. 

배차는 두 노선 모두 '거의 40분' 간격으로 스물여섯 차례 이뤄집니다. 하지만 실제 간격은 새벽 5시 10분부터(97번)와 5시 30분부터(98번)로 20분이 어긋나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 사실은 '거의 20분'마다 한 대씩 있는 셈입니다.

경유지가 80곳 남짓으로 너무 많은데 대충 추리면 이렇습니다.

김해발 창원행은 지내동~활천초교~인제대~수로왕릉~장유~대청~성산구청~창원 남산고교까지 갔다가 여기서 97번은 대방동~법원·검찰청~도청으로 가고 98번은 가음정동~창원시청~종합운동장~까치아파트로 갑니다.

이렇게 한 다음 창원대학교 정문에서 두 노선이 만난답니다.

창원발 김해행은 97번이 까치아파트~종합운동장~창원시청~가음정동으로 가고 대신 98번이 도청~법원·검찰청~대방동으로 갑니다. 이렇게 한 다음 남산시외버스정류소에서 만납니다. 그 뒤에 성산구청 다음으로 이어지는 나머지 경유지는 두 노선이 똑 같습니다.

1월 14일 김해 수로왕릉을 다녀 올 때는 창원대학교 정문에서 버스를 타고 내렸습니다. 그런데 한 번 겪고 나서 곰곰 생각해 보니 이것이 최선은 아니었습니다.

97번이든 98번이든, 김해 갈 때는 남산시외버스정류소에서 타고 창원 올 때는 남산고교 앞에서 내리면 딱 맞겠다 싶습니다.

14일 창원대에서는 가는 데 오후 1시 10분부터 60분, 오는 데 저녁 6시 5분부터 80분 남짓 걸렸지만 남산시외버스정류소에서 타고 남산고교에서 내리면 왕복에 드는 시간을 40~60분은 족히 아낄 수 있는 것입니다.

'서울'의 '국립'보다 나은 김해민속박물관

97번이나 98번을 타고 수로왕릉 정류장에 내려서 왔던 길로 조금 돌아오면 오른쪽에 수로왕릉이 있습니다. 초행길이면 수로왕릉에 한 번 들어가 볼 필요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그냥 지나쳐도 그만이랍니다.

수로왕릉 묘역을 둘러싼 담장을 끼고 왼쪽으로 돌면 김해민속박물관이 나옵니다. 대부분 민속박물관이 그렇듯 김해민속박물관도 아기자기합니다. 어른에게는 추억을 떠올려주고 아이에게는 호기심을 준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여기 있는 유물들은 김해평야가 상징하는 바 농경 관련이 많다 싶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생활 관련 소품들이 꽤 놓였습니다. 

대부분 김해에서 모은 것들이고 재미있는 것도 많습니다. 김해 옛 모습을 되살려놓은 데도 있고 70년대 절정의 인기 가수 남진의 음반과 축음기가 함께 놓인 장면도 있습니다. 


'민속의 소리'에서는 악기 옆 버튼을 누르면 해당 악기 소리가 나오도록 돼 있어 아이와 어른이 더불어 즐겁습니다. 찾아오는 이들 중심으로 짜인 프로그램이 고맙습니다.

민속의 소리.


밥그릇, 참빗 따위들이 어릴 적 우리 곁에 더불어 있던 것들도 가짓수와 생긴 모양에 따라 다양하게 많이 들어차 있어서도 반가웠습니다.

비녀, 빗, 인두.

옛날 안방 풍경.


전체적으로 볼 때, 규모면에서는 서울 국립민속박물관보다 못하지만, 구체성과 효용성 측면에서는 김해민속박물관이 훨씬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대성동 고분 박물관과 둘레 산책길

대성동 고분군이 있는 언덕 둘레에 있는 대성동고분박물관과 노출전시관도 한 번 눈에 담을만하답니다. 겨울 바람이 쌀쌀하지만 주변과 잘 어울리는 산책길이 박물관과 전시관을 이어주며 그런 정도는 쉬이 이기게 해 주거든요.

가시거든 반드시 한 번 걸어보시기 바랍니다. 소슬한 느낌이 저절로 스며듭니다. 잎진 나무에서는 그렇게 잎을 떨구고 몸에서 물기마저 최대한 빼낸 채 겨울을 버티는 당당함이 뿜어져 나오고 있답니다.


노출전시관은 3세기 말 지어진 29호 무덤(아래 사진에서 위 왼쪽)을 5세기 초 만들어진 39호 무덤(아래 사진에서 아래 오른쪽)이 파고 들어간 장소입니다. 여기서 말고는 다른 데서 쉽게 발견되지 않는 별난 모습이지요.

39호 무덤 이후 김해에서는, 400년 고구려군의 침입으로 결정적 타격을 입은 탓인지, 이같은 규모 있는 무덤은 만들어지지 않았답니다. 김해 일대를 지배하던 세력이 크게 힘을 잃었음을 방증하는 유적인 셈입니다.

대성동 고분군 노출전시관. 여기서 중국산 청동솥도 발견됐다는 것 같은데.


대성동고분박물관은 무덤을 쌓는 과정을 보여주는 한편으로 어떠어떠한 무덤이 있었는지도 일러줍니다. 무덤에 순장된 가야 시대 여인을 무덤에 남겨진 뼈를 바탕으로 삼아 생생하게 복원해 놓은 데도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사진을 못 찍게 해서 그냥 나왔지만, 옛날 무덤 속을 몸소 겪어보게 하는 장치도 마련돼 있습니다.


아주아주 친절한 국립 김해 박물관

다시 길을 나와 5분 넘게 걸으니 국립김해박물관입니다. 국립김해박물관은 당연히 '가야'가 전문입니다. 김해에 있지만 김해의 금관가야만 담지 않고 창녕의 비화가야, 고성의 소가야 등등을 두루 담고 있습니다.


여기 국립 김해는 전시와 설명이 아주 친절합니다.

중국에서 들어와 무덤에 함께 묻었던 청동솥 용량을 두고서는 "콜라 한 병이 들어갈까요?" 묻는 안내문을 붙이고 거기에서 실마리를 풀어 설명해 나간답니다.

가야 부뚜막을 보여주는 대목에서는 "부뚜막 안에 왜 큰 돌받침이 있을까요?" 하고 특징을 짚어낸 다음 무너지지 않게 하는 구실과 불을 골고루 퍼지게 해서 음식을 골고루 익히는 노릇을 한다고 설명하는 식이지요.

가야의 부뚜막. 여기 사진에서는 안쪽 돌도 설명글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아직 다른 박물관에서는 이런 장면들을 익숙하게 보지는 못했습니다. 국립 김해만의 특징랄 수 있겠습니다.


여기를 나온 다음 당시 촌장들이 김수로왕을 맞기 위해 구지가를 불렀다는 구지봉과 그 아내 허황옥이 묻혔다는 수로왕비릉으로 이어지는 길은 덤으로 얻는 산책로입니다.

그지 없이 편하게 둘러볼 수 있으니 그냥 한 바퀴 돌아 왕비릉 앞 파사석탑을 눈에 담은 다음에는 길 따라 내려와 동상동 전통시장으로 들어가면 되겠습니다.


동상동 전통시장의 손칼국수 거리

동상동 전통시장도 독자 방송국을 운영하고 이런저런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되살리기 자구 노력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모양인지 펼침막 따위가 여러 군데 남아 있었습니다.

고만고만해 보이는 여기 이 시장을 여기저기 둘러보다 손칼국수 가게들이 죽 늘어선 거리를 만났습니다. 이렇게 무리를 지어 있다면 아무래도 특징과 전통이 있는 명물인가보다 싶어 쑥 들어가 손칼국수를 한 그릇 주문했겠지요.

손칼국수 9호점 8호점 이런 식으로 들어서 있는 모습.

손칼국수를 말고 있는 주인 아줌마 모습.

 

주인 아줌마한테 물었더니 가게들이 들어선 지 40년 정도 됐다고 합니다. 즉석에서 면발을 뽑아 만들어 내 놓은 손칼국수를 보니 다른 데서 볼 수 있는 다른 칼국수와 달리 당면을 함께 넣는 특징이 있었고 국물이 시원했습니다.

씹히는 맛도 다른 칼국수보다 좀더 꼬들꼬들한 것 같았습니다. 값은 3000원으로 싼 편이었습니다. 같은 값에 파는 당면무침도 있는데, 당면을 기름에 튀기지 않고 만들어 맛이 담백하다고 했습니다.

맛있게 잘 먹고 나와 다시 98번 버스를 타니 6시 5분이었습니다. 창원대학교에 닿은 것은 7시30분어름이었는데, 오가는 시간 빼고 4시간의 즐거움이 나른함으로 다가왔습니다.

김훤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