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저희도 '쇠고기 펼침막' 붙이기로 했습니다

김훤주 2008. 5. 1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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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6일 경기도 과천의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가정 펼침막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지부 사무실이 있는 경남도민일보 건물 3층에서였습니다. 1.2m×1.7m 크기 천에다 “우리집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합니다!”고 적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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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선배(우리 지부 조합원이기도 하고 회사 기획취재부 부장이기도 하고 우리 지부 2대 지부 위원장이기도 하고)가 “야, 그거 괜찮겠더라! 우리 지부에서 그것 받아서 해 보면 어떨까? 노조가 자기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여서는 안 되잖아.” 했습니다.

옆에서 이시우 사무국장이 있다가 사뭇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거 좋겠네예, 26일 조합원 총회를 하니까 그 전에 준비를 해서 올리면…….” 했습니다. 저는 선수를 빼앗겼는지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총회까지 기다릴 것 없잖아, 바로 하면 되지.” 했습니다.

우리 이시우 국장은 믿었던 지부장한테 뒤통수를 맞아서 억울하다는 듯, “충분히 알리자는 얘기죠, 뭐. 총회 의결을 사전에 거치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말이 아니고.” 했습니다. 지부장인 저와 이시우 국장은 이렇게 해서 ‘가정 펼침막’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2.

촛불집회는 16일 저녁 창원에서도 열렸습니다. 사천 출신 민주노동당 강기갑 국회의원이 이날 발언도 하고 서명도 했나 봅니다. 17일 우연히 들은 이야기인데 그날 그 자리에서 강 의원이 ‘가정 펼침막’ 마흔 장에 서명을 해서 나눠줬다는 것입니다.

우리 지부 2008년 정기 대의원회 자료집을 만들러 ‘한글 미디어’에 들렀다가 주인장 왕일규 씨한테서 들었습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가정 펼침막이 어디서 나서 그렇게 나눠 줬을까요?” 왕 주인장께서는 그러잖아도 커다란 눈을 더 크게 뜨면서 “여기서 우리 가게에서 다 만들어 갔지요.” 했습니다.

대화는 이어졌습니다. “값은요?” “4000원인가?” “너무 싸잖아요. 1.2m×1.7m 크기던데.” “아 그 크기는 바람에 접히기도 하고 해서 알맞게 줄였어요, 90㎝×100㎝로.” 저는 조금 생각한 뒤에 말을 했습니다. “우리도 100장 만들어 주실래요?” “언제까지요?” “월요일요, 될까요?” “그럼요, 프로그램 작동시키고 기계에 걸어놓기만 하면 되니까.”

3.

자료집을 찾아 나올 때 ‘가정 펼침막’ 견본도 하나 얻어왔습니다. 오후 2시 다른 약속에 갔더니 거기서도 미국 소고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를 여러 모로 돕고 보살펴주시는 고마운 분들인데, “어떻게 저토록 위험한 소고기를 국민에게 먹이려 드는지 모르겠다.”, “사람 이야기를 보거나 들으면 즐거워야 하는데 이명박은 짜증만 난다.”가 요지였습니다.

저는 과천 이야기를 하면서 가정 펼침막 100장을 주문했노라 말씀드렸습니다. 조합원들한테도 나눠주고 인터넷을 통해 원가로 보급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바라신다면 드리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아쉽게도 마땅하게 걸어놓을 데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디에 걸면 좋을지 생각을 하시는 눈치였습니다.

저는 주문을 하던 당시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100장 값 40만원이면 지부장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그런 적은 돈이 아닙니다. 19일 대의원회니까 안건으로 올려 승인받으면 되겠다는 생각도 했으나, 솔직하게 조금은 걱정이 됐습니다. 지부장 독단으로 하면 안 된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거든요.

4.

저녁밥을 먹고 나서 용지못을 산책했습니다. 저를 여러 모로 보살피시고 도와주시는 고마운 분과 함께였습니다. 조금 걷다가 나무의자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두런두런 하시다가 “‘가정 펼침막’을 어떻게 하려느냐?” 물으셨습니다. 저는 생각했던 그대로 “조합원한테는 공짜로 주고 독자들한테는 실비로 공급하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다 그냥 나눠주지. 돈을 받으면 번거로운 구석이 많을 텐데. 또 공짜로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고맙다는 생각이나 의로운 일에 동참한다는 생각으로 돈을 보내오는 데도 생길 거야.” 하셨습니다. 저는 잠깐 정신이 멍한 채로 눈도 깜박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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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있는데 이 분이 곧바로 지갑에서 돈을 꺼내시더니 헤아리지도 않고 제게 건네셨습니다. “얼만지는 모르겠고, 이게 전부다.” 하시며 말입니다. 저는 처음 잠깐 놀랐으나 곧바로 자세를 가다듬어 머리를 조아리고는 서슴없이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쓰겠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저는 고마운 그 분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는 길에 담배를 사서 하나 피워 물었습니다. 19일 열리는 대의원회에서 할 얘기는 정해졌습니다. 그것은 “옳은 일을 하면 반드시 함께 하고 거드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성금을 받는 계좌를 하나 만들고 달라는 모든 이에게 공짜로 보내주자.”입니다.


5.

집에 와서 그 고마우신 분이 건넨 돈을 주머니에서 꺼내 헤아려 봤습니다. 7만1000원이었습니다. 재산이 최소 353억 원이라는 이명박에게는 그야말로 푼돈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7만1000원은 당시 그 분한테는 전부였습니다. 우리 수준에서는 그리 적은 돈도 아닙니다만, 어쨌거나 세속의 저울로는 도저히 달 수 없는 무게가 여기에는 있습니다. 이런 묵직한 돈이, 앞으로는 더 많이 생기리라 저는 기대합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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