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이렇게 좋은 집에 살면 정말 행복해질까?

김훤주 2010. 11. 15.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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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경남도민일보와 100인닷컴이 주관한 경남도 팸투어의 첫째 날 첫 방문지는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 경남테크노파크 지능형홈산업화센터 홍보체험관이었습니다.

홍보체험관에는 '지니'가 있었습니다. 때때로 자기가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대답을 하지 않거나 엉뚱한 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만 대체로는 말을 잘 들었습니다.

지니(Gini)는 주인 음성을 인식하고 대답을 하는 한편 주인이 말한 바를 실행해주는 그런 장치의 이름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주인이 "지니" 하고 부른 다음 "기상 모드로 해줘" 뭐 이러면 커튼이 저절로 올라간다든지 하는 식입니다.(그래서 별칭이 '지니 하우스'였습니다.)

건성으로 설명을 듣고 있는 블로거들. 앞에 건반도 실은 화면일 뿐이지만 건드리면 소리가 납니다.

우리 주거 생활 속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조금이라도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이 자본주의 세상인지라 그 모든 것이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는 있었습니다만.

1. 말만 하면 모두 해결되는 집안일

움직임과 소리에 따라 벽지 위 그림이 달라지고 또 반응하는 색채음향 시스템이라든지 부부가 즐기는 와인바에서 와인이 언제 어디서 만들어졌고 또 어느 정도 되는 품질인지를 일러주기도 했습니다.

또 취침 모드에서는 집안 모든 불이 차례대로 꺼지면서 커튼이 쳐지는 한편으로 집안 곳곳에 설치돼 있는 안전 점검 장비가 한꺼번에 가동해 위험 요소가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시스템도 있었습니다.

또 쓰는 사람 뇌파를 측정해 그에 걸맞게 음악과 조명을 맞춰주는 시스템도 있었고, 위험한 위치에서 불꽃이 튀면 곧바로 화재 경보를 울리는 장치도 있었습니다.

노부부방에는 갑자기 쓰러지거나 미끄러지면 곧바로 그 보호자에게 소리나 문자로 알리는 장비도 있었습니다.

이른바 인텔리전스가 구현된 주방.


주방은 또 '인텔리전트intelligent 주방'이었습니다. '똑똑한 주방'인 것입니다. 그 가운데 일부는 '똑똑한 냉장고' 하는 식으로 상용화(商用化)가 되기도 했답니다.

어쩌면 옷 입고 밥 먹고 잠자고 일어나고 하는 것 말고는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말로 '지니'를 부른 다음 대답을 하면 그냥 "이것 좀 해줘", "저것 좀 해줘" 명령만 하면 다 되는 것입니다.

2. 이런 편리를 보면서 드는 생각들

홍보 동영상을 보면서는 대화나 동작의 어색함에 웃기도 하고 이것저것 보면서 신기해하기도 했습니다만, 대체로는 이렇게까지 편리해서 어디에 쓰려나 하는 생각이 블로그들 그 장난기 어린 표정들에서 느껴졌습니다.

잘 때 지니를 불러 "취침 모드로 해줘" 할 필요가 어디 있어, 그냥 일어나 손수 끄면 그만이지, 또 아침에도 마찬가지 "기상 모드로 해줘" 어쩌구 하지 말고 바로 몸을 움직여 커튼을 걷으면 되지 않나 뭐 이런…….

이런 생각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여자만 좋은 일 시키고 남자는 바깥에 나가 죽어라 일만 하게 될 것 같다는 얘기입지요.

실제 홍보 동영상도 그랬습니다. 이런저런 시연을 하는 사람은 아내였고 남편은 일어날 때 잘 때 와인 마실 때 아이들과 놀 때정도만 나왔습니다.

소리와 동작에 따라 그림이 움직이는 벽지. 오른쪽 안내하는 사람이 손을 휘두르니 벽지 위 낙엽 그림이 그에 따라 왼쪽으로 쏠렸습니다.

저런 고급 최첨단 자동 장비를 갖춘 집은 그 개별 장비도 비싸겠지만 전체를 움직이는 시스템을 설치하고 유지하는 데에도 돈이 많이 들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자는 돈 버는 기계가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저로서는 이런 인공과 기계를 좋아하지 않는 취향이 있는 데 더해 사람과 사람 또는 사람과 자연이 마주해서 만지고 보고 느끼고 하는 것을 즐기는 것까지 더해져서, 마냥 좋다고만 하기가 어렵기는 했습니다.


3. 기술 발전 없이 편리함의 대중화가 가능할까?

그래서 저도 지니 하우스 같은 이른바 '지능형 홈'에서 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또 지금은 어쩌면 저 같은 가난뱅이는 안 되고 그럴 듯한 부자들만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겠지요만. 

그래도 이런 것은 있습니다. 오히려 비유를 들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 같은데, 문득 떠오른 것은 조선 시대 석빙고와 오늘날의 냉장고입니다. 여름철 얼음 귀한 정도의 오늘날과 옛날의 차이점입니다.

석빙고는 겨울에 얼어 있던 얼음을 잘라 넣어다가 이듬해 여름에 쓰기 위해 만든 시설입니다. 그리고 냉장고는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다 아는 그런 물건입니다. 석빙고는 옛날에 잘나고 귀한 사람들만 썼습니다.

그런데 석빙고보다 성능이 훨씬 더 뛰어나고 기능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한 냉장고를 지금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쓰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보다 30~40년 전인 1970~80년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만.

이렇게 되니 당연히 여름철 얼음도 옛날에는 대단히 귀한 물건이어서 특별한 용도 아니면 쓰지 못했거나 임금 귀족들만 가까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제 아무리 여름이라도 얼음은 그다지 귀하지 않습니다.

바로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결과입니다. 휴대전화나 컴퓨터로 옮겨서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터폰도 그렇고 가스레인지도 그렇습니다.

제가 보기로 든 냉장고나 휴대전화나 컴퓨터나 텔레비전 인터폰 가스레인지 등등도 처음에는 엄청나게 비쌌습니다. 그래서 상류층 부유층 사람들만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성능과 기능도 좋아짐과 함께 가격 또한 낮아져서 일반 대중도 그런 것들을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 경남 지능형홈 산업화센터는 그런 정도 일은 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지능형홈 홍보체험관은 그 기술 발전의 현황을 신기함과 더불어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5시 한답니다. 안내·설명은 하루 네 차례 시간을 정해 놓고 한다는데 가기 전에 예약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화는 055-259-5005, 홈페이지는 포털 다음에서 '경남지능형홈홍보체험관'을 치면 바로 뜹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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