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사람들은 이런 삼성전자를 어떻게 여길까

김훤주 2010. 7. 3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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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서 만든 세탁기가 소리를 내면서 불이 났습니다. 아주 녹아내렸고 안방에도 불이 번졌습니다. 더군다나 코드는 꽂혀 있었지만 아무 작동도 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삼성은 덮으려고만 합니다. 객관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제3 공공 연구기관을 통한 조사 분석은 전혀 않고, 자체 연구소에서 그런 작업을 하겠다고 합니다.

1. 비자금, 뇌물, 무노조 어쩌고 해도 으뜸은 삼성

어쨌거나 우리는 삼성그룹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기업인 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삼성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기대나 믿음이 아주 높다는 사실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저절로 불탄 삼성전자 세탁기.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로 '비자금'이나 '뇌물' 사건이 터져도 삼성그룹에 대한 이같은 인식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답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입지요.

그런 안 좋은 사건이 생겨도 그것이 삼성이 만들어내는 제품의 품질과는 별로 연관이 없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이런 인식에는 나름대로 진실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을 으뜸 가치로 삼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실생활에 쓰이는 물건을 제대로 만들어내는 것이 최고라고 친다면 비자금이나 뇌물 따위는 작은 일이 될 수밖에 없겠지요.

이것은 어쩌면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하고 있지만, 그래서 노동인권을 침해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지만 삼성그룹 종사자들의 임금 등이 다른 데보다 높기 때문에 별로 문제삼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종업원들의 의식주를 비롯한 생활 수준이 다른 데보다 나으면 그만이라고 여긴다면야, 그까짓 노동조좁 따위는없어도 되는 것으로 충분히 여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2. 창원서 일어난 삼성전자 세탁기 화재 사고

앞에 말씀드린대로, 믿었던 삼성 제품이 어느 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황당한 조건에서 위험한 사고를 일으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제로 그런 일이 지난 13일 창원 한 아파트에서 일어났거든요. 전원과 연결이 돼 있었지만 작동은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삼성전자 세탁기가 소리를 내면서 불이 나버린 것입니다.

이로 말미암아 세탁기는 현장에서 그대로 녹아내려 버렸으며 세탁기가 있던 발코니는 거기 있던 여러 물건들과 함께 불에 타고 말았고 안팎의 벽면은 연기에 검게 그을렸습니다.

고무장갑, 빨래판, 선반, 수건, 건조대, 옷걸이 따위가 다 상했습니다.


안방 커튼은 불에 타다 만 채로 남아, 소방차 출동이 조금만 늦었다면 집 전체로 불이 번지는 등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었음을 보여줬습니다.

커튼이 불에 탄 안방 풍경.


불이 난 당시 그 아파트에는 사람이 혼자 있었는데 불을 끄려다가 역부족으로 집밖에 뛰쳐나와 들고 있던 집전화 소방 당국에 전화 신고를 해서 불길을 잡았습니다.

3. 사고 원인 숨기려는 삼성을 사람들은 좋아할까

삼성 그룹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경영 철학과 경영 원칙 소개가 있습니다.

'법과 윤리를 준수한다'와 '환경·안전·건강을 중시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또 "인류의 건강과 안전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라고도 적혀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황당한 사고를 당한 피해자와 합의하고 하루 뒤 사고 현장에서 문제 세탁기를 회수해 갔습니다. 그러고는 자체 연구소에 맡겨 원인을 조사한다고 했습니다.

객관적인 제3연구기관 또는 공신력 있는 공공 연구기관에 맡기지 않은 것입니다. 이로써 객관적인 원인 분석과 그에 바탕한 정확한 책임 소재 규명은 이뤄지기 어렵게 됐습니다.

과연 이것이 삼성 그룹의 경영 철학·원칙에 걸맞는 것일까요. 세탁기가 그냥 작동만 하지 않는 그런 간단한 사고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공신력 있고 객관성을 인정받는 제3 공공 연구기관으로 가지 못한 삼성전자 세탁기.


그렇지만 이번 사고는 자칫 잘못했으면 커다란 화재나 인명 손상이 날 수도 있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만약 집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면 화재 초동진압을 못해 불이 커졌을 것이고요, 또 만약 밤중이라거나 해서 사람이 잠들어 있었다면 목숨이 왔다갔다 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번 일이 알려져도 대부분 사람들이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나 믿음을 그대로 유지할까 궁금합니다. 저는 삼성전자 세탁기가 불타 재산·생명에 위해를 끼쳤다 해도 그것을 가장 큰 문제로 보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것을 덮으려는 것을 더욱 큰 문제로 여깁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커다란 사고를 슬그머니 덮으려 하는데 대해, 대부분 사람들이 어떻게 여길지가 궁금합니다.

여태까지 좋은 제품을 삼성전자가 많이 만들어 왔으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여길까요, 아니면 그 반대일까요.


관련 블로그 글 : 가만 있던 세탁기가 갑자기 불이 난다면 http://2kim.idomin.com/1643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7월 27일치에 썼던 글을 크게 뜯어고쳤습니다.

삼성을생각한다
카테고리 경제/경영 > 기업경제 > 한국기업
지은이 김용철 (사회평론,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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