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창원시장 후보 일곱 명을 모두 찍은 이유

김훤주 2010. 6. 7.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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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창원시민입니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창원시장 후보는 일곱 사람이었습니다. 박완수 문성현 전수식 김영성 주정우 그리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두 사람.

저는 투표장에서 일곱 사람 모두를 찍었습니다. 민주노동당 문성현 야권단일 후보 하나만 찍을 수 없다는 선택이었습니다. 이런 선택을, 문성현 후보가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사실 제 정체성으로 보자면, 문성현 후보말고 다른 후보를 찍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무효표를 만든 것입니다.

저는 문성현 후보한테 원망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문성현이 박완수랑 아슬아슬하게 당락을 다투고 있었다면 이렇게 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저는 저 혼자 원망을 터는 이벤트를 기획했으며, 그것이 바로 '일곱 후보 모두에게 찍자!'였습니다. 제 탓만은 아니겠지만, 문성현은 박완수한테 크게 뒤지며 2등을 했습니다.

사실 원망은 적어도 이태 전에 사라졌습니다. 문성현 후보하고 만나면 스스럼없이 모시기도 합니다. 그래도 마음에 앙금은 남아 있었고 그것을 털어내는 데는 이런 이벤트가 한 번은 필요한 모양입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문성현 후보는, 제가 알기로는 독선적이었습니다. 1992년 그이가 노동운동을 하고 있을 때 국회의원 선거 국면에서 창원 을 선거구 노동자 후보를 내는 문제를 두고 가로막았습니다.

저는 당시 협상단 일원으로 문성현 등 경남노동자협의회 사람들을 마산 한 여관에서 만났습니다. 문성현과 경노협은
투쟁을 강조하면서 당시 마창노련 소속 대림자동차 노조 권대운 위원장을 옥중 출마시켰습니다.

저희 한국노동당 창당추진위원회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지향하고 있었고 그래서 당연히 후보를 출마시키려 했지만 못하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나중에 내가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라 못박았습니다.

같은 1992년 1월에는 문성현 후보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던 경남노동자협의회가 주동이 돼서, 제가 활동하고 있던 '한국노동당 건설 추진위원회 마창지부'를 완전 박살내기도 했습니다. 

저희는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조직은 망가지고 깃발만 남았는데, 그조차 제가 이를 악물고 붙잡지 않았으면 도중에 내려졌을 것입니다. 가해자는 모릅니다. 치명상은 정당한 경기가 아니라 사기와 협잡에서 나왔습니다.

마산창원노동조합총연합 대의원대회를 통해서였는데, 당시 마창노련 상급기관이던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의 정치 방침을 왜곡해 그리 만들었습니다.(꼭 바로잡아야 할 마창노련史 http://100in.tistory.com/26)

그냥 이런 정도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더 말하면 구질구질해질 것 같습니다. 가톨릭식으로 말씀하자면, 제가 고해성사를 보면서, '이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다른 많은 죄에 대해서도 용서를 구합니다', 이런 것입니다.

1991년 마산YMCA 노동자 여름캠프에 참여한 문성현(맨 오른쪽 아래). 경남도민일보 자료.


문성현 후보님, 저를 용서하십시오. 제가 이런 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잘못인줄 알면서도 이번에 이런 짓을 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두 번 다시 이런 짓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에 죄다 털어냈기 때문입니다.

김훤주

내 사랑 마창노련(상)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김하경 (갈무리,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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