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낙선사례 문자에 비웃는 답글 보낸 까닭

김훤주 2010. 6. 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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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 기간 내내 짜증나게 만들었지만, 한나라당 이달곤 경남도지사 후보에 대해 이렇게까지 하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6월 3일 오후 휴대전화 문자를 받고 그만 감정이 다치고 말았습니다. "애쓰신 성원에 보답하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초심의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달곤 올림."

투표 당일 6월 2일 개표 방송 때 짜증나게 한 것으로도 모자라 이튿날까지 이렇게 짜증을 돋구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달고나 수박이나 많이 드세요. 글고 성원 안했어요."

어떤 이는 이런 저를 두고 안 그래도 선거에 떨어진 사람한테 너무하지 않느냐 나무라시겠지만, 지난 선거 기간 내내 이달곤 낙선자 때문에 받은 짜증에 견주자면 이것은 진짜 아무것도 아닙니다.

받은 문자.

보낸 문자.

1. '달고나 수박'으로 받은 짜증

이달곤 낙선자는 6월 2일 저녁 MBC 개표 방송에 나와서, "달고나 수박을 선거 운동에 활용했는데 그게 어디 특산품이냐"는 앵커의 물음에 대해 "경남 곳곳에서 나는 맛있는 수박"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선거 운동 내내 '달고나 수박'을 들고 다니면서 외쳤던 "달고나 달곤아", "달곤아, 달고나"는 그야말로 선거판을 통째 우스개로 만든 슬랩 스틱 코미디였습니다.

정책이 없고 사람들 알아보는 이른바 인지도가 떨어지면 저렇게 할 수도 있구나 싶기도 하지만 한나라당의 중앙 지도부와 지역 국회의원까지 그렇게 '쌩쇼'를 했습니다.

게다가 득표에도 도움이 못 됐으리라 짐작이 되는데, 이를테면 다른 과일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달고나 수박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과연 좋게 비치기만 했겠느냐 이런 말씀입니다.

2. 박정희 동상으로 받은 짜증

이달곤 낙선자로부터 받은 짜증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달곤 낙선자는 창원에다가 박정희 동상을 세우겠다고도 했습니다.

박정희가 학살자이고 독재자라는 점, 경남이 박정희 군사독재를 끝장낸 시발인 1979년 부마항쟁의 고장이라는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경남 발전이나 지역 통합을 위한 약속이 아니라, 단지 이른바 '박사모'라는 집단의 지지를 동냥하기 위한 수작밖에 안 되는 공약이라는 데서 저는 한 번 더 짜증이 났습니다.

득표에 도움이 되기만 한다면, 지역의 정체성을 통째로 말아먹을 뿐 아니라 역사 전통도 깡그리 무시할 인간이 바로 이런 부류 사람들입니다.

5월 24일 한나라당 중앙 선거대책위원회 안홍준 상황실장은 이리 말했습니다. 안홍준은 마산 출신 국회의원이고 한나라당 가기 전에는 무슨 시민운동도 했습지요만. 

"경남 일부 박사모 다수 대표와 본부장 등 70여 명이 어제 왔다. '명분을 주면 중앙회장 말을 듣지 않고 제명을 각오하겠다'는 말이 있었다. 명분이 창원 박정희 대통령 동상 건립이고 이를 오늘 발표할 것이다."

3. 시대에 처진 색깔 공세로 받은 짜증

한나라당과 이달곤 낙선자는 시대에 뒤떨어진 색깔 공세도 퍼부었습니다.

5월 25일 조해진 중앙당 대변인은 "김두관이 당선되면 경남은 좌파정당들의 해방구가 된다", "김두관은 남해군수 된 뒤 참여정부 장관까지 지내면서 '남해를 좌파 소굴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라 지껄였습니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6월 1일에는 한나라당 경남선대위가 나서 "발목만 잡는 좌파세력에게 맡기면 경남은 더 이상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며 "좌파는 국가 안보와 국민 안위는 생각 않고 북한 옹호를 일삼는다"고 해댔습니다.

정책이나 공약으로는 유권자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겠다 싶으니까 이렇게 흘러간 옛 노래를 불러댄 것입니다.

이달곤 낙선자도 나섰습니다. "경남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야권 공동지방정부가 들어서면 경남의 정서적 정체성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김두관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세력, 강성노조가 판칠 경남에 어느 기업이 투자를 하겠나"라 씨부렁거렸습니다.

더욱이 앞선 5월 23일에는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함안에서 청년 유권자들을 "아 새끼"라 깔아뭉개고는 기껏 해명이라고 하는 것이 "비가 오고 사람도 많아 실수했다"였습니다. 진짜 '우끼는 짜장'입니다.

이달곤 낙선자가 보낸 낙선 사례 문자에 대해 비웃는 대답을 보낸 까닭이었습니다.

제발, '초심의 마음'도 버리고,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도 지우고, 그냥 조용히 경남을 떠나주면 저는 참 좋겠습니다. 어차피 낙하산으로 왔으니까 드리는 말씀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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