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별 의미없는 것

만년필 마니아가 비싼 노트를 쓰는 이유 : 시아크

기록하는 사람 2010. 5. 1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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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필기구를 좋아한다. 특히 만년필로 글쓰는 걸 즐긴다. 만년필로 글쓰기를 하다보면 종이 지질도 따지게 된다. 잉크를 잘 흡수하면서도 번짐이 없어야 한다. 종이가 지나치게 매끈하여 글을 쓸 때 미끈거리는 느낌이 들면 만년필로 쓰기엔 좋지 않은 종이로 보면 된다.

종이 질을 따지다 보면 노트도 가리게 된다. 그래서 한 권에 몇 만 원씩 하는 외국의 브랜드 노트를 구입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게 된다. 몰스킨 같은 비싼 노트가 잘 팔리는 것도 괜한 호사취미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이탈리아 수제품이라는 시아크 다이어리를 손에 넣게 되었다. 나는 리뷰 전문 블로거가 아니다. 그래서 나와 별 관계없는 상품리뷰는 아예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달 전 레트로51 토네이도 만년필처럼 이번에도 위드블로그에서 시아크 다이어리 리뷰어를 모집한다기에 냉큼 신청했다.


이렇게 비닐포장이 되어 있었다. 사이즈는 보통 단행본 크기와 똑같다. 시아크는 엑스라지 사이즈(15×21cm)로 표시하는 모양이다. 이게 제일 큰 거고, 라지(12×17), 미디엄(9×13) 사이즈도 있다. 나는 전에 라지 사이즈를 구입해 사용해본 적이 있는데, 좁다 보니 글쓰기는 아무래도 좀 불편했다.


색상도 빨강, 노랑, 파랑, 검정 등이 있는데, 나에게 온 것은 노랑이었다. 일단 색상이 눈에 확 띤다. 그리고 위 사진에서처럼 약간 고풍스러운 필기구와도 잘 어울린다. 저 볼펜은 일본에서 나름 오랫동안 오크 나무 소재로 필기구를 만들어온 회사의 제품이다.


몰스킨은 밴드가 세로로 되어 있는데, 시아크는 이렇게 가로다. 그리고 일라스틱 밴드를 씌우는 부분은 이렇게 홈이 파져 있어서 고정이 용이하다. 이 밴드 덕분에 필기구 하나쯤은 노트 안에 끼워다녀도 빠질 염려가 없다.


선형이 아주 클래식하면서도 곡선이 살아 있다. 표지는 무광택 섬유가죽인데, 손에 잡는 질감이 부드럽다. 밴드는 지난번 빨강색 라지 다이어리를 1년 넘게 사용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늘어나거나 하는 법이 없이 적당히 탱탱하다.


표지 뒷면에는 '핸드메이드 인 이태리'라는 글자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이제 글을 써볼 차례다. 무슨 만년필로 써볼까 하다가 벌써 1주기가 다 되어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준 만년필을 택했다. 영스카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국산만년필인데 '체어맨 블루 금장'으로 명명되어 있고, 시중가격은 5만 4000원 정도 한다. 만년필 전문업체의 제품은 아니지만, 아마도 펜촉은 수입한 것 같다. 필기감이 괜찮은 편이다.

마침 오늘(16일)은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추모관을 개관하는 날이다. 시아크 다이어리는 한 페이지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 시간 단위로 두 줄씩 일정을 기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물론 2010년 1월 1일부터 연말까지 매일의 날짜도 상단에 인쇄되어 있다.

그러나 나처럼 이걸 취재노트로 사용하는 사람은 위의 날짜를 개의할 필요는 없다. 그냥 노트처럼 쓰면 된다. 물론 아예 아무런 선(라인) 없이 백지로 된 노트도 있고, 모눈이 엷게 그려지거나 날짜 표시없는 라인만 있는 제품도 있다. 취향에 따라 골라서 구입하면 된다. 그러나 글씨를 바르게 쓰기엔 아무래도 라인이 있는 게 좋다.


오늘의 할일과 일정을 써봤다. 잉크는 잘 머금는 편이다. 따라서 번짐도 없다. 만년필로 글쓰기에 제격이다. (그러나 종이가 좀 얇아서인지 뒷면에 글자가 비친다. 하지만 원래 나는 뒷면은 쓰지 않는 습성을 갖고 있어서 괜찮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좀 더 미색이 진했으면 좋겠다.)


종이 재질은 최고급 중성지라고 한다. 종이에 방수처리가 되어 있어 영구보존도 가능하다고 한다. 시아크 다이어리 상품 설명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일단 디자인이 아주 단순하면서도 고전적이다. 개인적으로는 블루를 좋아하지만, 내가 써본 빨강과 노랑도 마음에 든다. 가격은 사이즈에 따라 다른데, 제일 큰 엑스라지는 3만~4만 원 정도가 소비자 가격이다. 지금 펜샵에서는 2만 원에 할인하여 팔고 있는 모양이다.


견고하다. 적어도 쓰는동안 실밥이 풀리거나 할 일은 전혀 없다.


시아크 다이어리 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준 만년필을 얹어보았다.


앞으로 이 노트에 어떤 기록을 남기게 될지 스스로도 기대된다. 노트가 마음에 들면 거기에 담기는 정보도 더 꼼꼼해질 것 같다.

오늘은 이 노트와 노무현 만년필을 들고 봉하마을에 갈 것이다. 어떤 기록을 담게 될지 벌써 흥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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