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파비의 이번 글은 정말 짜증스럽다

김훤주 2010. 5. 1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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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낙동강 사진 전시하면서 일어난 일

파비가 자기 블로그에 '잡상인 취급받은 지율스님 4대강 사진전 첫날'을 올린 때가 5월 9일입니다. 당시 글을 읽고 댓글로 소감을 남겼습니다. "내용은 좋다 쳐도 분량 좀 줄여라. 읽다가 숨 떨어지겠다. 글 하나에는 내용도 하나만 다루면 좋을 텐데, 싶기도 하고."

그런데 댓글에 대한 파비의 답글을 봤는데 제 얘기를 절반만 소화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글을 읽어보니 정말 한 번 정색하고 얘기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싶은 대목이 있어서 글을 씁니다.

파비는 답글에서 "앞뒤 정황을 모를까 싶어서 기록 차원에서 끝까지 다 썼"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한 얘기는 그것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곁가지로 뻗어나간 손찌검이 대상이었습니다.

발단이 됐던 지율스님 낙동강 생태 예술 사진 전시 장면. 삼풍대에서 했다.

2. 쓸데없이 무관한 사람들을 욕보였다

이런 대목이지요. 푸른내서주민회 회장에게서 끌어온 발언이지만 운동권 출신이나 당 쪽 사람들을 쓸데없이 욕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8일 삼풍대에서 있었던 낙동강 사진 전시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헛손질이 아닐 수 없습니다.

"회원들 중에는 운동권 출신이나 당 쪽에 있는(아마 민노당을 말하는 듯) 사람들이 꽤 많은데 그분들이 좀 거칠고 드세다는 것입니다.  그냥 평범한 시민으로 참여한 사람들은 별로 그렇지 않다고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한 말이라도 끌어 쓸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운동권이나 당 쪽 사람들 가운데 거칠고 드센 사람이 그리 안 많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일반 상황이 아닌 특수 상황을 일반화하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다음으로 자기가 떼밀린 데 대해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도 엉뚱한 사람을 끄집어내어 흔드는 바람에 은근히 욕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한참 전에 일어난, 이번 일과는 조금도 연관되지 않는 그런 폭행에 견줘 얘기를 풀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태의 성격과 무관한 이야기를 집어넣으면 안 됩니다. 자꾸 그러면 사람들은 파비가 자기의 좋아함과 싫어함에 따라 글쓰기를 자기 마음대로 하는 줄로 알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3. 자기 감정 덧칠하는 글쓰기면 진심이 오해받을 수도 있다

블로그가 아무리 '지 쪼대로 하는' 글쓰기라 하지만 이렇게 사안의 핵심 또는 본질과 아주 무관한 맥락에서 엉뚱하게 사람을 자꾸 집어넣거나 자기 감정을 대입하면 참 곤란합니다. 어쩌면 비열하기도 하고요.

이런 대목입니다. 파비가 진보신당 당원이고 민주노동당으로부터 실제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적는 것은 지나쳤습니다. 정도가 아니라 저도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더라. 아, 한 명 있었네. 민노당 당원, 마산시당 운영위원인가 그랬던 거 같은데, 이름은 모르겠고, 하여간 민노당 당원 한 명은 봤다." 그 민노당 당원이 서 있었지만, 그는 구경만 할 뿐 말려주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말려줄 것을 기대했지만 사실 부질없는 짓이었지요. 그는 민노당에 대해 자주 비판적인 발언을 하는 저를 싫어하는 민노당원이란 사실에 생각이 미치자…….

이런 식으로 자기 감정을 덧칠해 버리니 사실 관계에 대한 글쓰기로 여겨지지 않는 것입니다. 사실만 있는 그대로 나타내도 좋을 텐데 이렇게 감정 덧칠을 해버리니 그로 말미암아 진심이 진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부분입니다. 여기서 '푸른내서주민회 회장님'이 별로 기꺼워하지 않을 것 같다는, 오히려 놀리는 것으로 받아들일 개연성이 더 높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대신 사과와 위로를 베풀어 주신 푸른내서주민회 회장님께는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행사를 하게 되면 꼭 허가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달그리메님은 그래도 절대 사전에 허가 받거나 전화를 하거나 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만, 저는 허락 받지 않고서는 절대 푸른내서주민회가 여는 장터 옆에서 4대강사업 반대 사진전을 열지 않겠다는 다짐을 드립니다."

제가 200자 원고지 60장이 넘는 파비의 이 글을 읽고 댓글로 주문했던 바는 하나는 말 그대로 분량을 줄이면 좋겠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쓸데없는 감정의 덧칠 또는 주제와 무관한 쓸데없는 손찌검을 없애면 좋겠다는 것이었으나 그다지 이해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파비는 평소 술자리나 밥자리에서도 민주노동당 관련 비판 얘기를 많이 하는데 처음 한 번 들을 때는 관계없지만 두 번 세 번 네 번 되풀이되면 듣는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 한다는 사실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듣기 좋은 꽃 노래'도 자꾸 들으면 질립니다.

파비와 저는 친구입니다. 파비가 좀 서운해하기는 하겠지만 이런 정도는 충분히 수용하고 소화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아도 꼭 안 될 까닭이 있는 것은 아니고요, 또 제가 어쩔 수 있는 그런 일은 아니니까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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