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어버이날, 아버지가 남긴 유훈을 다시 읽다

기록하는 사람 2010. 5. 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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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유품을 챙기다 발견한 가훈(家訓)

오늘이 어버이날이군요. 그러나 저희 형제들에겐 고마움을 표시할 어머니·아버지가 계시지 않네요. 어머니는 5년 전 돌아가셨고, 아버지도 지난 3월 저희 곁을 떠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가 살아계시던 작년 5월 8일 어버이날에도 찾아가서 뵙진 못하고 화분만 보내드렸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화분 잘 받았다고 다시 전화하시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합니다.

두 달 전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후, 형제들이 모두 일터로 떠난 후 혼자 고향집에 남아 아버지의 유품을 챙기던 중 아래와 같은 글을 발견했습니다. 아버지가 공책 내지를 뜯어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쓰신 '家訓(가훈)'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남기신 가훈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손자 손녀들도 읽기 쉽게 한글로 다시 옮겨 봅니다.

가훈

(1) 글을 읽어 이치를 탐구하여 시비를 분별할 줄 알라.
(2) 남을 해치지 말고 구원하며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활로를 개척하라.
(3) 허욕과 사치를 버리고 근검을 생활신조로 삼아라.
(4) 의지를 강하게 가지고 거울(鏡) 같이 항상 올바른 마음을 가져라.


본래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우리 가훈은 '필요한 사람이 되라'였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이렇게 새로운 가훈을 써놓고 가셨습니다. 왜 새로운 가훈을 남기려 하신 걸까요? 그 속뜻까진 알 수 없지만, 돌아가시기 전 당신의 자손들이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뜻에서 이렇게 유훈(遺訓)을 남기신 것 같습니다. 생전의 가훈을 좀 더 구체화시킨 것이지요.

별다른 유언을 남기지 않으셨던 아버지로선 마지막으로 써놓으셨던 이 가훈이 곧 유언이자 유훈이 된 것입니다.

이제 아버지도, 어머니도 계시지 않은 2010년 어버이날에 아버지의 유훈을 다시 새기며, 결코 어머니·아버지의 뜻에 어긋나지 않는 아들이 될 것을 다짐해봅니다. 손자에게도 오늘 할아버지의 유훈을 읽어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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