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삼천포대교 일대에서 엉겨붙은 봄과 바다

김훤주 2010. 5. 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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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하루 전날, 삼천포대교를 다녀왔습니다. 아니 제대로 말하자면 창선-삼천포대교가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다녀와서 찾아봤는데 창선-삼천포대교가 맞더군요.

삼천포대교는 창선-삼천포대교를 구성하는 여러 다리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요. 나머지는 이렇답니다. 늑도대교-초양대교-단항교-창선대교. 그러나 이름이 무슨 소용인가요. 거기 풍경과 거기 찾아갔다가 눈으로 가슴으로 담은 기억들이 소중할 따름이지요.

1. 걸어서 건너는 삼천포대교

삼천포대교를 거쳐 늑도를 다녀온 이들이 적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걸어서 다녀왔는지 아니면 자동차를 타고 다녀왔는지에 따라 기억이나 사진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저는 이날 걸어서 다녀왔습니다. 차 타고 다녔으면 못 봤을 풍경을 몇몇 건졌습니다.

걸어서 느릿느릿 다리를 건너려니 제 눈길이 이런 것들을 확 잡아당겼습니다.

삼천포대교 삼천포쪽 들머리에 있는 방풍림.


아직 지지 않은 유채도 꽤 있었습니다. 소나무도 새 순이 돋아 파르라니 했습니다.


눈 앞에도 섬이 있고 멀리에도 섬이 있습니다. 섬들끼리 숨바꼭질하는 것 같습니다.


2. 자연과 인공도 공존하고

창선-삼천포대교와 사이사이 섬들에는 자연도 있고 인공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이렇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사람 눈에는 그렇다는 것입지요.


삼천포대교에서 찍히는 대표 풍경이 이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 사진은 삼천포대교가 가장 보이는 자리라는 데서 찍었고 다음 유채가 있는 사진은 그보다 몇 걸음 더 물러서서 찍었습니다.

세 번째, 마지막 사진은 한 바퀴 둘러본 다음 돌아나와 삼천포 쪽에서 반대 방향으로 찍었습니다. 어둑어둑할 때라서 느낌까지 달라졌습니다.




3. 일상과 일탈도 공존하고

삼천포대교에, 자연과 인공만 공존하지는 않았습니다. 나날이 되풀이되는 일상도 있었고 흥에 겨운 나들이에 따르는 일탈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도 공존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다와 유채, 소나무와 향나무 따위가 잘 어울리는 장면입니다. 오른쪽 아래 조그맣게 괭이로 고랑을 이루는지 농사짓는 사람이 보입니다. 사람 덕분에 사진이 통째로 활기가 돕니다.



나무들 앞에는 유채가 곳곳에 피었습니다.


섬들이 드문드문 자리잡은 바다는 마치 호수 같고 밭 사이 들어선 과일나무는 꽃이 피었습니다.


창선대교인 듯합니다. 늑도와 창선섬을 이어주는 다리겠지요. 삼천포대교와는 다르게 생겼습니다. 삼천포대교가 아름답다면, 이 다리는 들짐승 뒷다리처럼 팽팽하게 힘이 실려 있습니다.



4. 죽방렴도 길손에게는 풍경일 뿐

늑도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고, 당연히 노동이 있었습니다. 여기 있는 죽방렴은 그런 노동의 산물입니다. 늑도 끄트머리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나치는 길손에게는 그저 구경거리이겠으나 여기 일하는 사람에게는 양식이기도 하고 자식 학비이기도 하고 어쩌면 빚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나그네에게는 탈색이 되니까 저도 그냥 그럴 듯하게만 여긴답니다.

죽방렴이 남해 창선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섬과 섬 사이 아니면 섬과 뭍 사이 물살이 빠른 데에서는 다 이렇게 해서 멸치를 잡는 모양입니다. 사천 쪽에서도 이런 것을 여럿 볼 수 있었습니다.


위로 보이는 줄들은 모두 늑도 바닷가 나무에 매였습니다. 죽방렴 나무를 지탱하는 구실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죽방렴 나무에 갈매기들이 앉아 있습니다. 사람들에게는 하릴없이 있는 듯 보이지만 저것도 어쩌면 먹이를 잡으려는 생명 활동일 것입니다.


5. 봄 바다에 스며든 갖은 무늬들

돌아서 나오는데, 그 사이를 못 참고 해가 이렇게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지는 해가 아쉽지도 않은 그런 것일 텐데도, 바다는 햇살을 고이 받아들이지 않고 마냥 저렇게 튕겨내고 있었습니다.



오며가며 찍은 바다 사진들입니다. 가운데 지나가는 배는 어디 일하러 가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스쳐 지나가는 저 같은 이에게는 이것이 바람을 가르는 시원함 하나 정도로만 여겨지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사진 한가운데가 알파벳 S 모양을 그리며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만 들여다보니, 왼쪽은 느리고 오른쪽은 빠릅니다. 그런 차이가 가운데 S 모양을 만들었나 봅니다. S의 멀리 끄트머리에는 섬들이 걸려 있습니다.


앞에 보이는 풀잎 덕분에 뒤에 섬들이 더욱 살아납니다. 그 섬들이 이쪽으로 행군해 오는 듯할 정도로 생동감이 생겼습니다. 대오를 가지런히 해서 말씀입니다.


대교 건너편 지금은 간판까지 떨어져 나간 초등학교 분교가 있는 자리로 가서 한참을 노닐었습니다. 이팝나무가 꽃이 무성했는데 햇빛이 받쳐주지 않아 사진을 찍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6. 아늑해진 마음으로 맞는 해 지는 바다

멀리 바다는 아득했고 저는 마음이 아늑해졌습니다. 한 번씩 바람이 불어왔는데 그 서슬에 묻어나는 쌀쌀함이 어쩌다 쓸쓸함을 안겨주곤 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왔습니다. 이미 해가 져도 좋을 만큼 시간이 흘러 있었습니다. 해가 자기 집으로 돌아가도 누구 하나 군소리하기 어려운 정도라고나 할까요.

우연하게 이리도 시간이 잘 맞아들어간 덕분에 그럴 듯한 사진을 몇몇 얻을 수 있었습니다. 별로 애를 쓰지도 않았건만, 해 지는 풍경이 카메라 안으로 스르르 걸어서 들어왔습니다.

삼천포대교 위에 있을 때는 그래도 하늘에 걸려 있던 해가, 별로 늦잡치지도 않았건만 실안해안도로 들머리에 왔을 때는 산 뒤로 막 넘어가는 참이었습니다. 30초만 늦었어도 밑에 사진은 찍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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