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스폰서 검사는 한국식 교육이 낳은 괴물이다

기록하는 사람 2010. 5. 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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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교육이야기' 무터킨더 님의 강연를 듣고…

"1등만 추구하는 교육은 그 사회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너무 성적에 치우치다 보면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고 사고의 깊이가 없는 사람이 성공하여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 스폰서문제로 물의를 빚고 있는 한국의 검사들이 그런 교육의 산물이다."


비단 검사들뿐이랴.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고 사고의 깊이가 없지만, 성공한 사람들'이라는 대목에서 온갖 사람들의 이름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그러나 '꼴찌도 행복한 교실'의 저자 무터킨터(박성숙) 님은 그들 중 한 집단인 '검사들'을 예로 들었다.

"인격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사회가 독일이라는 곳이다. 그래서 한국에선 10명 중 7~8명이 그런 (비리) 검사라면, 독일에선 10명 중 2~3명이 그렇다."

태봉고 학생과 교사들에게 강의하고 있는 무터킨더(박성숙) 님.


독일에 살면서 다음 블로그 '독일교육 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는 무터킨더 님이 29일 오후 경남 마산에 있는 전교생 45명의 공립대안학교 태봉고등학교를 찾았다. 무터킨더 님은 12년 째 독일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40대 여성이었다. 사이판 총기난사 사건 문제를 이슈화하는 데 힘을 보태준 동맹블로거 중 한 분이었고, 현재 100인닷컴 멤버이기도 한 그를 만나기 위해 블로거 구자환, 달그리메 님과 함께 우리도 태봉고를 찾았다.

무터킨더 님은 이 학교 학생과 교사들을 상대로 한 시간 동안 인격과 사고의 깊이를 중시하는 독일교육에 대한 강연을 했다. 그는 글만 잘 쓰는 게 아니라 달변이기도 했다. 적절한 비유와 표현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다음은 강연 내용 중 일부를 간추린 것이다.

"나도 한국에선 나름대로 성실한 학생이었다. 선생님 말도 잘 듣는 학생이었다. 12년 전 독일에 가보니 한국과는 학교와 학부모들의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독일에서도 한국에서처럼 아이가 네 살이 될 때부터 독일어를 배워줬다. 한국어를 잘하니 금방 배우더라. 산수도 좀 배워주고 초등학교에 입학을 시켰다. 그런데 입학하자마자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이가 너무 이상할 정도로 천재라는 전화였다.

독일 아이들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아무도 글을 못쓴다. 학교에 가서 a부터 배운다. 독일에도 극성 부모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사람은 한 반에 한 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어릴 때 공부 너무 많이 시킨 아이들은 중고등학교 때 90%는 공부를 못하게 된다.

어쨌든 우리 아이가 천재라고 하니 너무 기분이 좋더라. 나중에 학부모 회의에 갔는데, 한국과는 달리 1등하는 아이인데도 다른 학부모들이 하나도 부러워하지 않더라. 오히려 측은하게 보더라. 애를 어떻게 했으면 아이가 저 정도까지 됐나 하는 분위기였다.

한국에 34년동안 살면서 공부를 잘해야 잘 살 수 있다는 게 인이 박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엔 이러다 독일 곧 망하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명문대를 나왔던 우리 남편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 똑똑한 사람을 키우는 게 교육의 목표가 아니더라는 것이다. 공부 잘하는 게 빛을 내려면 인격적으로도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왕따를 당한다. 공부는 잘하는데 사고의 깊이도 없고 인격이 받쳐주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곳이 독일이라는 나라였다."


무터킨더 님의 강의를 듣고 있는 태봉고 학생들.


그러면 이처럼 인격을 강조하는 독일의 교육은 어떻게 이뤄질까. 무터킨더 님의 설명은 이어진다.

"시험문제도 그런 사람이 절대 시험을 잘보지 못하도록 낸다. 줄줄이 연보를 꿴다고 해서 잘되는 게 아니다. 2차대전이라면 그걸 공부하고, 자기 역사관을 갖도록 공부를 시킨다. 한 사건을 배워도 그걸 이해하고 네 역사관을 서술하라는 식으로 시험문제를 낸다. 또한 어떤 문학작품에 대해 분석하고 네 생각을 밝히라는 문제를 낸다.

그런 교육을 받다보니 독일에서는 의사나 교사 등 지식인을 만날 때 너무 편안하다. 독일에서도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 있는데, 오히려 많이 배운 사람들에게선 전혀 그런 편견을 느낄 수 없다.  

물론 독일에서도 공부 잘하는 걸 부러워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아는 사회다. 조금만 더 열심히 공부를 시키면 1등을 할 수 있는 곳이 독일이라는 나라지만, 학부모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아이가 힘들어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물론 그런 분위기는 직업훈련제도가 아주 잘되어 있는 사회환경과도 관계가 있다."

역시 그랬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사회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이런 독일교육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이 바뀌면 사회가 바뀔까? 아니면, 사회가 바뀌면 교육도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일까? 결론은 교육과 사회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터킨더 님도 그런 독일교육이 가능했던 것은 독일식 사회민주주의 덕분이라고 말했다. 무터킨더 님의 강연은 30일 오후 7시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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