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수자원공사가 4대강 현장방문 환영한다고?

김훤주 2010. 4. 2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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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 경남 창녕군 길곡면 함안보 공사 현장에서 이른바 '낙동강 소송'의 현장 검증이 진행됐습니다.

낙동강 소송이란 '4대강 사업 위헌·위법 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이 국토해양부·부산지방국토관리청·한국수자원공사를 상대로 낸 '하천공사 시행계획 취소 소송'입니다.

낙동강 소송은 4월 2일 부산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문형배 부장 판사) 심리로 첫 공판이 열렸고 여기서 현장을 몸소 둘러보고 판단을 하자는 취지로 현장 검증 날짜를 잡았습니다.

현장 검증은 오전 11시 함안보 전망대에서 시작됐습니다. 문형배 판사가 가운데 앉고 왼쪽에는 원고 변호인들 오른쪽에는 피고 변호인들이 자리잡았습니다. 취재진과 관계인들은 빙 둘러섰습니다.

피고 변호인 소개로 경남1지구 건설단 김기호 단장이 현황 설명을 했습니다. 그런데 진행되고 있는 공사 현황을 설명한다면서 원고 주장을 반박하는 말을 했습니다.

"1월 21일 발견된 퇴적토에서 오염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퇴적토이니까 토양환경기준을 적용해야 하는데도 환경단체에서 수질환경기준을 적용하는 잘못을 했다." 등등.

그러자 원고 대리인인 정남순 변호사가 가로막고 나섰습니다. 현황 설명을 듣는 자리이지 주장과 반박을 듣는 자리가 아니라고 말입니다.

원고 대리인이 이제 물음에 나섰습니다. "준설하는 골재가 1400만톤이 되는데 그에 걸맞은 적치장을 확보했느냐, 아니면 확보를 위해 협의를 하는 중이냐?"

알아듣기 어렵게 답변이 나왔습니다. 적치장을 확정했는데 이를 위해 협의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러자 이를 따지는 물음이 다시 쏟아졌습니다.

그러고는 확정 부지와 협의 중인 부지로 나눠 자료를 내달라는 요구로 마무리됐습니다.

"1월 21일 나온 오염 퇴적토 700톤을 어떤 절차를 거쳐 어디에 썼느냐?" 그래서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함안보 임시 물막이 공사 현장 성토재로 썼다"는 답이 나오자 "다른 구간에서도 퇴적토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물음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질문이 이어지자 피고 쪽 대리인 서규영 변호사가 나섰습니다. "형사 재판도 아닌 민사 재판인데 너무 따지듯이 심문하듯이 하지 말아달라. 요청하는 수준으로 해달라."

서규영 변호사는 이 말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가 보기에 사정이 맞지 않습니다. 민사 재판이라도 상대방 허점에 대해 아니면 궁금한 대목에 대해 날카롭게 질문을 해대는 것을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문형배 판사 뒤로는 "낙동강 살리기 18공고 사업 현장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펼침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규영 변호사의 막는 태도를 보면서 저는 이 말이 거짓부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어쨌거나 질문-대답이 끝나고 나서 현장 검증을 두고 말이 오갔습니다. 피고 수자원공사는 공사 현장이라서 위험하니까 인원을 서른 명으로 제한하자는 얘기를 했습니다.

문형배 판사도 사정이 그렇다니까 그렇게 하기로 동의했습니다. "재판부와 양쪽 대리인은 들어가고 취재진도 최대한 들어가는 것으로 합시다." 문형배 판사는 언제나 취재진을 배려합니다.

재판의 진실이 대중에게 알려지려면 신문·방송·통신의 보도가 꼭 있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문형배 판사의 이런 성향은 2005년과 2006년 문형배 판사가 창원지방법원에서 일할 때 사귀면서 알았습니다.

함안보 임시 물막이 공사 현장으로 옮겨갔습니다. 서른 명으로 제한한다기에 마구 서둘러 갔습니다. 그런데 현장이 위험하다는 말은 거짓이었습니다. '서른 명으로 제한'은 수자원공사의 희망 사항일 뿐이었습니다.

현장은 전혀 위험하지 않았습니다. 임시 물막이 공사를 하는 엄청난 현장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현장 검증이 없었더라면 보지 못했을 장면입니다.


수자원공사는 이렇게 현장이 드러나는 것이 싫었지 싶습니다. 그래서 위험하다는 거짓말을 했을 테고요.

임시 물막이 공사 현장을 둘러보는 자리에 하얀 천막이 쳐져 있었습니다. 오종종했습니다. 서른 명도 들어서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꼭 요만큼만 사람들이 오면 좋겠다는, 수자원공사의 오종종한 생각이 읽혔습니다.

왼쪽 위의 하얀 부분이 천막.

임시 물막이 공사 현장에서 준설 현장으로 옮겨 갔습니다. 낙동강 반대편 함안군 칠서면 쪽입니다. 가서 보니 정말 엄청났습니다. 준설선을 통해 모래 따위 이른바 골재를 물 속에서 끄집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오른쪽 위의 쇠파이프에서 검은 물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전체 공정을 보면 이른바 준설토를 끌어올려 쌓는 데가 있고 옆에 흐린 물을 가라앉히는 침사지가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모래에서 물기가 빠지면 옆으로 옮 겨 쌓습니다.

뽑아올려 쌓아놓은 모래 더미가 엄청났습니다. 8먄톤이 된다고 했습니다.

준설토 적치장. 8만톤이랍니다.


그 위에는 푸른 그물이 둘러쒸워져 있었습니다. 원고쪽인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말했습니다. "14일에 온 적이 있었는데요, 그 때는 지금처럼 저기 푸른 날림 먼지 방지막이 없었습니다."

문형배 판사가 받았습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재판부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거네요?" 조용하게 웃음이 일었습니다.

물흐르듯이 끌어가는 문형배 판사의 재판 진행 솜씨가 잠깐 동안 자그마하게 소용돌이치는 장면이었습니다.

준설 현장과 적치 현장은 잘 정리돼 있었습니다. 현장 검증에 대비해 손질을 했다는 얘기들이 꾸준히 나왔습니다. "이렇게 잘 돼 있으면 평소에 왜 공개하지 않았지?"

수자원공사는 이런 사람들의 현장 방문은 환영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준설 현장도 적치 현장도 위험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위험하다면서 인원을 제한하려 했습니다.

그이들은 현장이 공개되고 이런저런 문제가 지적되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이날 현장 검증은 어마어마한 규모 공사가 아주 빠르게 해치워지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구체적인 오염 현장을 보지는 못했지만 말씀입니다. 수자원공사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렇게 내버려둘 리가 없지요. 하하. 그러나 전체가 낙동강을 더럽히고 망치는 현장이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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